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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야 Jun 17. 2019

10년간의 회사 생활 끝에 남은 몇 개의 팁 Ⅱ

38살의 애매한 꼰대, 거창하진 않지만 나름 도움이 됐던!   

6. 내편 10명은 사실 내가 위기에 빠졌을 때 나를 구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적 1명은 내게 중요한 순간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더라. 내편은 없어도 되나, 적을 만들지 말라.

  -  위의 말은 직장생활 약 30년 경력의 전무님이 남기신 말인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차장 혹은 부장 이상이 돼야 흔히들 정치 무대로 진출한다고들 한다. 대리 과장들이야 뭐 아직은 조무래기 이기 때문에 크게 윗선의 공기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그래도 매우 중요한 커리어 패스의 갈림길에서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로부터' 한방 얻어맞아 일이 틀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중요한 인사발령- 주무 혹은 파트장, 혹은 주재원으로의 파견 등등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중요한 보직임명을 앞두고는 수많은 레퍼런스 체크가 이루어진다. 이때, 당신의 적 1명이 그 레퍼런스 조사 대상에 있다거나 유관부서 혹은 상위부서의 일원으로서 의견을 낼 수 있다면, 그 의견이 꽤 치명적일 때가 있다. 혹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큰 도움을 받아야 할 때 등의 상황에서 그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발 벗고 나를 도와줄 것 같은 사람들이 중요한 순간에서 당신을 도와주거나 끌어주면 참으로 다행이지만, 회사 생활에서는 '아이고 어쩌냐' 하며 감정의 위로 말고는 해 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당연히 나의 사람들이 많으면 회사 생활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맞으나, 이를 갈고 있는 적이 없는 것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

 가만, 나는 적이 한 5명은 있었던 것 같다. 단지 그들이 크게 나를 해치지 전에 내가 먼저 그만둔 건가? 여하튼.  


7.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메일. 구성을 짜고 강조될 부분을 명확히 해라. 이것저것 색색깔로 강조하지 마라, 노트 필기가 아니다. 일반체와 볼드, 혹은 검은색과 붉은색, 두 가지 정도면 충분하다. 내용이 복잡해지면, 첨부 파일로 정리해서 넣어라. 그것은 디테일 해도 좋다.

 - 세상에서 내가 제일 바쁜 것 같지만 나의 메일을 받는 그분이 실은 나보다 더 바쁘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하루를 고민해서 써 내려가도 메일을 읽는 사람 (나의 내부고객)은 10초 정도 내 메일에 주의를 집중한다. 그 10초 안에 내가 하고자 하는 대강의 내용을 주지시켜야 한다. 주저리주저리 블라블라 자신의 다이어리에 쓸법한 내용, 현란한 수사와 강조는 NO.

 10초의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말의 대강을 주지시키고, 그로 하여금 차후에 내 첨부파일을 열어볼 정도의 가치 있는 메일임을 알게 하는 것이 내 메일 발송의 목적이다.

 

8. 제발, 발표할 때는 스크린을 보지 말고 우릴 보고 해. 그리고, 화면 좀 지지지 마.  

 -  PT 하수의 특징 중에 우리도 흔히 저지를 수 있는 것, 발표자인 본인의 신분을 잊어버린 채 청중들과 함께 스크린을 보며 읽는 것, 그리고 레이저 포인트의 넘김 버튼을 화면에 대고 누르는 것 (프로젝터/노트북은 이쪽에 있다고!)

 그리고 제발, 다 읽지 마라, 청중의 눈은 당신의 떠듬떠듬한 말보다 500배 빠르다. 이미 다 읽었다. 일일이 다 읽으거면 차라리 메일로 보내지 뭐하러 발표해?  중간중간 중요한 포인트를 레이저로 살짝 동그라미 쳐주며 청중을 보며 강조해라. 야구장 꼬마 아이 장난치듯 레이저 포인트로 죄 없는 궁서체 지지지 말고.


9. 당신만 모르고 우리는 다 아는 당신의 말버릇, '그게 아니라', '야 나는 있잖아' 가장 듣기 싫어요. 알아요? 

 - 무슨 말만 하면 '그게 아니라~' 하며 가로채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상사가 있었다. 상사였으니 그나마 그 앞에서 표정관리를 하는 거지, 누구도 그와 말하고 싶지 않아 했다. 나도 그러진 않나, 하고 반성을 하게 만드는 아주 고마우신 분이었다.

 그리고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야 그것도 그런데 나는 있잖아~' 하며 자기의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사람. 희한한 건, 그런 사람들은 또 눈치조차 없어서 주변에서 얼마나 자기 얘기를 억지로 듣고 있는지 1만큼도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도 이쯤에서 우리의 말버릇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뭐,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든 내 말버릇을 고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그리고 또 하나, 동료가 말하는 사소한 이야기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바와 다르면 "아닐걸? 그래? 맞아?" 하며  검증하듯 따지는 사람. 차라리 "아 그래? 나는 몰랐네? 나중에 한번 봐야겠다. 응 응 근데? 계속 얘기해줘" 하는 건 어떨까? 사람들은 어느새 당신과 함께 커피 마시는걸 즐거워할 것이다.


10. '그랬구나' 보다 강력한 위로는 없다

 - 충고하지 말고 함부로 조언하지 말라. 내가 들은 가장 감동적이었던 말은 당연 '내가 해줄게. 걱정 마'였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다. 내 기억에 남는 고마운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랬구나' 혹은, '아, 속상했겠구나. 100프로는 아지만 나도 니 심정 알 것 같아' 하며 들어줬던 사람들.

 다 해줄 거 아니면 쓸데없는 조언이나 충고는 하지 마,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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