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僞裝)

by 임찰스

자연스럽게

당연스럽게

자랑스럽게


능청스럽게

당황스럽게

뻔뻔스럽게


​하마터면 속을 뻔


부엉이인 척하는 고양이.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위장은 겉모습을 바꿔 속을 숨기는 일이다. 한자로는 거짓 위(僞), 꾸밀 장(裝) 말 그대로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는 행위다. 하지만 위장은 단순한 속임수라기보다, 인간이 세상을 건너가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생존 방식에 가깝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위장한다. 슬퍼도 괜찮은 척 웃고, 불안해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한다. 상처받지 않은 사람처럼 말하고, 이미 다 극복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진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가는 다칠 것 같아서, 혹은 약해 보일 것 같아서, 우리는 스스로를 안 그런 척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얼굴이 어느 순간 진짜 얼굴보다 더 익숙해지기도 한다.


사회 속의 위장은 더 복잡하다. 회사에서는 자신을 능숙한 사람으로 위장하고, 인간관계에서는 쿨한 사람으로 위장한다. 사실은 서툴고 예민한데도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위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서로는 그 위장을 진짜 모습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사회는 진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가짜 얼굴들로 살아간다.


자연 속에서도 위장은 생존의 기술이다. 주변과 같은 색으로 몸을 바꾸는 동물들처럼, 인간 역시 환경에 맞게 자신을 바꾼다. 차이가 있다면, 동물의 위장은 본능이지만 인간의 위장은 감정과 기억이 쌓여 만들어진 선택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상처받은 경험이 많을수록 더 정교하게 위장하는 법을 배운다.


결국 위장은 거짓이면서도 보호다.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행하는 장치다. 그래서 위장을 완전히 벗어던진다는 건 용감한 행동이기도 하다.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이상 가짜 얼굴로 살지 않겠다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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