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는 원해서 탔고, 택시는 어쩔 수 없이 탔다.
타다.사람마다 타다 경험의 비교우위포인트는 사람마다 다양할테다. 내게 타다가 해결해 준 가장 고마운 영역은 '운전방식의 표준화'다. 급한 마음에 카카오택시 불러 탔다가 들쭉날쭉하고 불안한 운전방식에 좌불안석이 될 때 늘 생각한다. 아 맞다. 이래서 내가 타다를 탔었지. 난 타다가 타고 싶다기보다 일관되게 교육 받은 모범운전수분이 모는 택시를 계속 타고 싶다.
소위 '기사 딸린 차량'의 기사님이라면 상식적으로 뒷좌석 승객의 편안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승객을 좌불안석으로 만드는 기사는 해고될 거다. 택시회사는 이 기본 상식을 충족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느낌이다. 즉 택시는 어떤 회사의 정제된 서비스를 제공받는게 아니라, 개인 차량에 얻어탄 느낌의 프리스타일에 우리가 적응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기사님께 피드백(사실 부탁)을 드리면, 개인에 대한 챌린지로 받아들이며 기분 나빠하신다. 당연하다. 한 대 한 대의 택시는 사실 각각의 찌들고 지친 개인사업자라 봐도 무방한 것이다. 체계적 운전 및 서비스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그걸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본인이 느끼는' 불이익이 딱히 없었지 싶다. 그런데 타다를 처음 타는 순간, '회사가 운영하는 택시'가 느껴졌다. 일본과 런던의 택시가 그랬다.
잘 잡히기만 해도 감사했던 시절을 지나 일단 수치적 수요가 채워지고 난 후 자연히 다음 순서로 찾아오는 퀄리티라는 것이 택시업계의 경쟁에선 아예 제외되었다. 공공재라면 나라가 품질관리를 해야하고 민간업체라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품질을 높여야 하는데, 택시는 어느 쪽도 아니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방치되었을까?/방치해도 돌아갔을까? 타다 살리기는 부수적이라 생각된다.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사람행동의 기본 퀄리티를 완전히 방치했다 다잡는 건 신사업 하는 것 만큼 어렵다. 보통은 큰 외부 충격이 주어지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타이타닉이 서서히 항로를 바꾸듯 느리게 바뀐다. 빙산이 코앞에 있으니 안의 사람들은 미친듯 이것 저것을 해 보지만 그래도 뱃머리는 매정할 정도로 천천히 방향을 튼다. 이러다 침몰하겠다 위기가 느껴지면(또는 위기를 조장하면) 뭐든 불사할 것이다. 이 경우는 시위와 타다 죽이기를 택했다.
택시업계가 나빠서? 라기보다, 타다가 종횡무진 휘젓고 칭찬 받는데 느끼는 무언지 모를 불공평함을 하나씩 풀어 협상하기 보다 한 방에 해결할 극단적 방안을 지향하는 건 대한민국에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디테일 협상에 익숙치 않고 결과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나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싹을 아예 자르자고 나서는 건 집단의 흔한 방식이었다.
바람과 같이 나타난 타다는 적당한 크기의 빙산류 외부 충격이었다. 애초에 기존 택시들의 문제를 깨겠다는 생각으로 차린 회사일런지라 오랜기간 기본욕구만 아슬하게 충족시켰던 영세 산업에서 '이런 것도 가능하다'를 비교적 손쉽게 보여줬고 사용해본 소비자들은 왜 속시원한지를 자랑하고 나섰다. 우리가 타다처럼 택시의 '브랜드' 또는 소속 회사를 가려서 탄 적이 있던가? 분명 택시업체는 여러 개인데, 소비자에겐 택시는 그냥 택시였다. 카카오택시 호출하면 택시 회사/개인택시 무방하게 무작위로 잡아 준다. 그러니 쓰는 입장에선 공공재 같은데 알고보면 민간업체고 좀 이상한 구조다.
'타다 살리기/죽이기'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타다의 그 부분을 그 정도만큼 택시산업이 어떻게 업그레이드가 될 수있을지 이 참에 해결 방안을 일단 어설프더라도 내 보길 기대한다. 스타트업이 몸빵해서 리스크 지고 만들어 놓은 이런 흔치 않은 기회에 타다만 죽이고 업계는 그대로 두는 악수를 두지는 않길 바란다. 타다를 '메기'로 풀어 놓되 공정한 경쟁을 할수 있는 방법을 제안/협의하던지, 타다를 불법이라 할거면 택시산업 근본 개선안을 찾던지. 이 화두를 소비자가 나서서 항의할 수 있을 정도의 벤치마크를 제공한 것이 타다의 중요한 업적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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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타다가 타고 싶은게 아니라 일관되게 교육 받은 모범운전수분이 모는 택시를 계속 타고 싶다. 내 소중한 사람들도 그런 택시에 태워 보내야 마음이 편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