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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May 30. 2021

관점에 대해서

최근 한 2개월은 글을 쓰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이렇게 페이스를 찾고 돌아온 게 신기할 정도로 이 기간 동안 나는 조금 조급하기도 하고 바쁜 상태로 보냈다. 이전과 거의 똑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글을 쓸 여유가 생긴다는 게 나름 놀라운 발견이다. 어쩌면 바뀐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고, 어쩌면 약간의 반항심리였던 것 같다. 


반항을 누군가를 못돼게 굴거나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하는 식으로 외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자기 스스로를 망가트리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내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굳이 따지면 후자인 편인데, 글을 쓰는 것이 건강한 상태의 나라고 본다면 글쓰기를 거부하거나 쓰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은 그 내면에 나와 소통을 차단하고 나에게 벌을 주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깔려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사실 나에게 주고 싶은 벌이 아니라 이 상황에 대한 불만족의 표현인데 나는 꽤 많은 순간들을 나에게 벌을 주는 방식으로 내 불만의 감정을 표출해왔었던 것 같다.

 

자기 파괴적인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현재 상황을 바꾸거나 받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다. 나는 받아들이는 걸 택했다. 사실은 받아들였다기보다는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 셋이 생겼다. 요즘 느끼는 건 세상에 아주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명확히 좋고 나쁨은 없고 그런 관점들은 또 유연해서 내가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라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 타인과 나를 포함한 모든 이라고 여긴다. 누군가가 변할 거라는 생각, 게다가 내가 바라는 대로 될 거라는 생각은 굉장히 낮다는데 동의하지만, 사실 그 사람이 나인 경우에는 쉽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 야행성일 줄 알았던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고, 규칙적인 하루를 보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거나, 안될 것 같은 일들이 잠깐 거리를 뒀더니 너무 쉽게 풀려버리는 상황을 볼 때마다 내가 거의 확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조차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걸 느낀다. 내가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한 것들 중 사실이 아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사실은 마인드 셋이라고 해야 할까 받아들이는 태도? 마음가짐?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사람이 생각하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해보고 싶었는데 풀어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어릴 적 누군가가 사람은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을 때 그 태도가 단순히 예의 바르고 성실하고 그런 것들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에 대한 것이었음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을 때부터 관점이 중요하다는 건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었지만 이 관점의 변화라는 것은 조금 더 복잡 미묘한 것이다.

"아주 똑같은 환경 안에 사람을 두면 똑같이 느끼고 행동할까?"라는 질문은 여기서 빠진 부분이 '관점'이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질문 같다.


이건 최근에 내가 경험한 관점의 변화인데 최근에 오랫동안 사무실에 남아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게 맞는 건가? 이렇게 계속 일하면 금방 지치고 피곤해지지 않을까? 오래갈 수 있는 방식일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 유튜브 존잡생각이란 채널에서 샌드 버드 대표님의 이야기를 보았는데, 한 주에 75시간 정도를 일했다고 하시는데 일단 주말을 빼지 않고도 하루 평균 10시간이라는데 놀라고 그 생활을 몇 년째 해왔다는데 또 한 번 놀랐다. 근데 가장 놀라운 건 그게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태도였는데, 단순히 일이 많아서 같은 상황적인 것들보다 이전 회사에서도 일이 끝나면 다른 일을 찾아보던지 해서 비슷한 정도를 일을 해왔고 그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었고 자신에게 맞았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주 40시간 그리고 52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이 권장시간이지 그게 날 위해 만들어진 것도 내가 맞춰야 할 이유도 없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시간을 넘겨 일하면 어떤 날은 일과 삶의 균형을 잃은 것 같아 죄책감이 들고 어떤 날은 왜 남들보다 일을 많이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정신적인 여유가 생겼는데 첫째로는 나에게 맞는 시간이 뭘까 주체적으로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해봤을 때 지금 나는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루티너리를 잘 키우고 좋은 팀을 만들어 가는 것, 그 안에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고, 평균에서 벗어나더라도 지금은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현재 불만족한 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 그 문제의 원인은 상황에도 있겠지만 나 자신에게 있는 경우가 더 큰 것 같다. 상황에 문제가 있다 해도 그 안에서도 웬만하면 내가 다르게 취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있는 상황에 만족하자는 건 아니다. 혹시나 오해가 될까 해서 덧붙이면 이거냐 저거냐라는 관점이 아니라 먼저 바꿀 수 있는 건 '나' 쪽이라는 것이다.)


법륜스님이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불교에서는 나의 감정이 상하거나 화가 날 때 내가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를 계속해서 질문해 나가다 보면 사실은 내가 그렇게 화내고 힘들어할 일도 없다고 하던데 그런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기도 하다.


사족을 덧붙여서 요즘 나는 대표의 소개로 알게 되어서 저녁 명상시간에 '크리야 요가'라는 걸 하는데 몸을 움직이는 요가가 아니라 명상의 하나다. 요가가 산스크리트어로 명상을 뜻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여기서 "내 몸이 아니고, 내 생각 (사고방식)도 아니다." (I am not the body, I am not even the mind)를 되뇌는데 (그렇다면 나는 뭘까? 하는 단순한 생각과 함께) 그 말 자체만으로도 나를 좀 더 쉽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서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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