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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Dec 11. 2022

춘천 MBC 그 다방에서

북한강을 바라보며


"나는 물을 사랑할 따름이다. 물의 착실한 투명성, 물속의 초록빛, 물속의 침묵의 생물을, 물밑의 나의 머리칼을. 공정한 물, 초연한 수면, 그대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지 못하게 막는 수면 밑에 풀려 있는 나의 머리칼을. 나와 나 사이에 그어진 축축한 한계를......"


춘천 그 다방에서 무심코 펼친, 보흐만의 산문집의 문장은 창 밖에 흐르고 있는 북한강을 금방 떠올리게 할 만큼 극적이었다. 문장을 읽고 나서 커피잔을 집어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다시 나의 시선은 책이 아니라, 북한강을 향했다. 그리고 우연히 조우한 이 문장으로 마치 북한강의 내면과 진실을 본 듯한 벅찬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 나는 이런 식으로 이 세상의 진실과 영원히 이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강의 표면은 정체되어 해를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다. 강이 가진 이 침착함은 나로 하여금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렇게 강은 나를 더 어리고 명확하고 단순한 인간으로 변화시켜 간다. 무의미하고 때론 잔인한 이 세계에 반응하는 내 내면의 역치는 매우 낮은 수준인데, 더욱더 위태롭게 낮아져 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암흑에의 충동을 느낀다. 가장 순수한 절규를 외칠 수 있는 어딘가 진공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그런 욕구.


어쩌면 물고기들은 마음껏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듣고 있지 못할 뿐.

직접 보온병에 내려온 게이샤 허니. 불에 데운 포도주 맛이 났다.

크리스마스

언제나 스타벅스 홀더를 보며 계절의 변화했음을 느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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