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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Jan 01. 2023

여름 summer, 이상주의자의 시

지난 8월에 썼던 나의 첫 시


여름이란 계절은 혼란스러운 젊음을 닮았다. 뜨겁고 열정적이지만 계절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듯이 어디로 갈까 알 수 없는 혼동의 계절. 더운 대기가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잠재적 권태를 불러일으킨다. 화자는 그런 여름을 껴안고 사랑했다. 여름은 그렇게 자신이 매해 겪어왔던 열렬하고 자극적인 생기를 지니고 있을 줄 알았다. 권태로움마저 잊고 여름을 사랑하고 싶을 정도로 화자는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이상주의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여름에게선 죽어버린 남자의 기억이 서려있다. 그 남자는 누구일까. 화자가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젊음의 열정이 그대로 꺾여버린 죽음을 닮은 절망의 저 끝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별과 죽음, 절망과 조우한 화자가 자신이 이상적으로 간직해왔던 여름의 이미지는 소멸되어 버린다.

그렇게 그리움에 마음을 태우다가 화자는 자신이 계절로 변모한다.

하나의 계절로 되어갔다는 것은 정확히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사랑하는 사람을 잊을 수가 없어서 추모하고 싶고 품고 싶은 열정적인 의지가 부동의 계절로 영원히 남아버리고 싶은 이상의 표명인 것이다.

두 번째, 세월이 흘러 여름을 닮은 열정을 잃어버리고 죽음을 필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이는 반드시 절망적으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그 절망 안에서도 새 생명이 기척이는 봄의 흔적이 존재하는 것이며, 또한 인간이 영원히 열정만을 갈망하진 않는다. 모든 에너지를 쓸 만큼 소비한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는 그 평온함의 시간을 그리워할 수도(원하는) 있는 것이리.


여기서부턴 개인적인 주절거림.

이 시를 쓰고 나서 처음 들었던 비평은 진부하다는 것이었다.

여름과 겨울의 대비가 평범하고 시에서 강렬히 느껴지는 주제 의식,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를 떠나서 이 시는 내 안에 존재하는

가장 포근하고 부드러운 자아를 풀어낸 시다. 어찌 보면

날이 서 있지 않을 때(?)의 나란 사람을 잘 드러내주기에

나는 이 시를 애정한다. 읽을 때마다 애틋하다.

영어 버젼
지난 8월

사회성이 거의 제로인 탓에 새해인사도 이 나이 될 때까지

제대로 안 하고 살아왔고 생일도 챙기지 않는  나에게 갑자기

케이크를 보내주셨다. 그 외에도 감사한 분들이 몇몇 있다. 고립된 내가 이런 날 사회적으로도 존재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셔서 감사해요. 그렇지만 내년부터는 안 챙겨주셔도 되어요...  마음만이라도 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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