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 YI NA Jun 27. 2024

사탄과 욥

  

하루 일과의 시작. 암막커튼 부터 치고 물 한잔 마시고 필사하는 시간 반, 읽는 시간 반, 그리고 쓰는 시간 반...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왠지 힘들 것 같다, 라는 나의 직감이 멈출 수 없는 오기를 불어넣는다.


사탄이 부유한 욥을, 정말로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신을 섬길 수 있을지 시험한 것 처럼, 나의 마음 속엔 그러한 사탄이 그득하게 존재한다. 결국 사탄과 욥은 하나다.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시험적 사탄과, 모든 것을 다 잃을지라도 고귀한 신념, 사랑을 져버리지 않는 절대적 순수함을 가진 욥의 대치. 나에게 문학이란, 사탄이 되어 스스로에게 가하는 고통이기도 하고, 그러한 고통에서 새로이 깨어나 무의식에 존재하는 욥을 바라보고 싶은 욕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지껏 사탄만을 봐왔을 뿐, 나는 욥을 만나본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욥을 갈망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의 사랑이 늘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때, 그럴수록 내면의 욥을 깨워야 한다. 그래야만이 불행할지라도 행복하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불가능에 가까우리라는 것에 늘 절망한다.


06 27 2023

작가의 이전글 김필_청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