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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세 Jul 23. 2023

월세 200에 코웃음 치는 런던에서 집 구하기 2

영국 대표 부동산에서 사기당하다.






나는 당연히 그동안 계속 눈여겨보았었던 비싸고 좋은 지역들부터 훑어나가기 시작했다. 북쪽의 부촌으로 평이 나있는 아름다운 Hamsted heath 가 있는 Hamstead는 어떨까? 교통이 좋은 King's cross 나 Liverpool street 은 어떨까? Baker street 도 좋다고 하는데, 어디를 골라야 할까? 아니면 아예 완전 Soho 같은 센트럴에 살아볼까? 거긴 너무 시끄러우려나? 그렇게 내 머릿속은 금세 행복한 고민으로 차올랐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가 좋은지 몰라서 못 사는 게 아니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안 맞아서 못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고르고 따진 나의 1순위는 Angel 이였다. 





나에게 Angel(에인절)은 모든 것을 다 갖춘 그야말로 팔방미인 같은 동네였다. 

파리로 가는 기차역이 있는 세인트 판크라스 & 모든 내륙으로 뻗는 기차를 관통하는 킹스크로스역 옆이라 그런지 교통편 또한 훌륭했고 버스로 런던 대부분의 지역을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교통편이 있지만, 또 에인절 자체적으로 있는 조그맣고 예쁜 소품샵들이 즐비해 굳이 센트럴까지 가지 않아도 쇼핑을 즐기는데 무리는 없었다. 맛있는 맛집들이 숨어있는 예쁜 빈티지 골목도 있었고 게다가 런던의 유명 식당들이 모두 배달이 가능한 지역에 있어서 엄청난 배달음식 초이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게다가 부촌이라 그런지 동네도 조용하고  거리는 깨끗하며 바로 앞에 큰 이슬링턴 경찰서가 있어서 안전한 기분까지 들었다. 집 근처에는 카넬과 큰 공원이 있어 굳이 공원을 찾지 않아도 원한다면 풀숲에 누워서 간단한 피크닉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마다 에인절역에 세워지는 채플마켓(시장)에서는 영국 지방 각지에서 온 신선한 농, 수산물과 손으로 직접 만든 잼과 소스 그리고 파스타 등을 판매했으며 영국에 큰 대형 슈퍼마켓 4대가 마주 보고 있고 그 옆에는 나란히 규모 있는 한인마트도 있었고 (당시에는) 명랑핫도그와 페리카나 그리고 한국 화장품을 파는 샵도 있다.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을 대신한 도심 속 한인타운이랄까? 한국인이 누가 이곳을 마다 하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좋음을 알고 있음에도 에인절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 이였다. 그리고 지금 그 유일한 단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욱이 가뭄에 콩 나듯 집을 구하는 세입자들 덕분에 놀랍게도 세입자가 갑인 상황이 되어 에인절에서 나의 집 찾기는 너무나도 수월했다. 물론, 모든 부동산과 랜드로드가 나 같은 세입자를 두 팔 들고 환영하는 건 아니었다.





촬영장에서 본 대 저택의 정원룸 






그때가 코로나가 시작한 지 1년쯤 됐었을 때인데,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 앞으로  6개월을 더 넘기지 않으리라고 예상을 했었던 건지 어떤 랜드로드들은 6개월 미만의 단기 세입자들만 원하거나, 그게 아니면 6개월 이후에는 가격인상이 될 수도 있음을 동의하는 세입자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런 집들은 내 기준에서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모를 정도로 가격을 올려대는 집은 기피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 집들을 조금 거르고 나니, 나에게는 도착한 하나의 집. 영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정남향의 햇살이 커다란 창문 가득 쏟아지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에인절 우리 집 창가







원래 코로나 전인 기존가격보다 무려 달에 300 파운드나 저렴하게 나온 집이었었는데 나는 거기서 50 파운드를 더 깎아 다달이 총 350파운드 (한화 60만 원 정도 ) 정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영국은 법적으로 기간을 정해서 집을 계약하면 집계약을 하는 도중에 금액을 올릴 수가 없는데 나는 집주인에게 2년 계약을 부탁했었고 집주인 역시 공실로 놔두는 것보다는 조금 가격이 깎이더라도 누구라도 들어와 최소한의 피해만을 감수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었는지 흔쾌히 나의 조건을 받아들여주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었던가? 나의 집 찾기 여정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나에게 이 집을 보여줬던 부동산직원에게 사기를 당할 뻔한 것이다. 





당시 나와 거래를 했던 부동산은 영국에 몇 안 되는 초대형 프랜차이즈 부동산이었다. 지점만 무려 수백 개가 있는 곳이었고 모든 게 프로페셔널하게 진행되는 일처리 과정은 나에게 신뢰를 주기 충분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상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영국에는 집을 고를 때 가구에 대한 옵션이 나와있다. Unfurnished는 가구가 없다는 말이다. Part-furnished는 최소한의 침대나 소파 정도만 있거나 침대만 제공되는 경우를 뜻하고 Full-furnished  우리나라로 치면 풀옵션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나, 런던에 십 년 정도로 정착할 생각이 없는 세입자들은 풀옵션방들을 선호하는데 왜냐하면 얼마 쓰지도 않을 가구가 비쌀뿐더러, 중고를 사더라도 옮기는 비용이 매우 비싸서 새로 사는 것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고 그리고 나중에 이사를 하게 될 때 또 가구비용까지 이삿짐센터에 추가되니 따지고 보면 풀옵션이 제일 경제적이다. 



 그런데 당시 나의 에이전트는 나에게  "원래 이 집에는 가구가 제공되지 않는데 당신이 가구를 추가하고 싶으면 내가 랜드로드에게 잘 이야기해서 가구를 추가할 수 있다. 근데 아마 랜드로드에게 150 파운드정도를 더지불해야 가구를 넣어 줄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 그래요?라고 했지만 분명히 내가 풀옵션을 골랐던 것 같은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구를 새로 다 교체해 준다는 것일까? 나는 그와 통화를 마치고 다시 나의 매물을 공고했었던 웹사이트를 찾아보았지만,  당시 holding fee (예약금)을 내면 부동산에서 올려놓은 집광고는 내려가기 때문에 더 이상 내가 매물의 condition을 더 이상 확인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큰 부동산에서 오래 일한 이 인상 좋고 유쾌한 나의 에이전트가 그렇게 말을 하니, 설마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까? 하면서 그냥 그러려니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가 나에게 보낸 account number는 내가 처음 holding fee를 지불했던 회사의 은행 계좌 번호가 아니라,  그의 개인 계좌 번호는 나의 의심에 큰 불을 지폈다. 




이게 뭐지? 이건 좀 수상한데?

왜냐하면 이렇게 큰 회사가 그런 운용자금을 비즈니스 어카운트가 아닌 개인계좌로 넣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나에게 그럴싸한 설득을 했었고 나는 긴가민가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이 사람을 의심해서 사이가 틀어지는 것도 싫고 그런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불편했었다. 그래서 뭔가 꺼림칙했지만 어영부영 그가 말한 금액을 송금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날 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이런 경우가 없다고 하고 그 뒤에 영업전화 오는 다른 부동산직원들에게 물어봐도 그건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 




 뒤늦게 계속 이 일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나는 같은 부동산 회사의 다른 지점에 전화를 걸어 이런 사례가 있었는데 이게 맞는 거냐고 물었다. 다른 지점에서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회사에 있는 에이전트들이 개인 계좌로는 세입자들에겐 그 무엇도 받을 수가 없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몰라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다고 했다. 



나는 내가 바로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서둘러 그와의 모든 메시지와 계좌 송금 내역을 다 스크린숏 한 뒤 그가 근무하는 해당 지점에 전화를 해 매니저를 바꿔달라고 하였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고객확인을 위해 신원확인을 위한 나의 개인정보를 물은 뒤 용건을 물었는데 담당자는 갑자기 나의 개인정보를 듣더니 매니저를 바꿔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항의하며 매니저를 바꿔줄 것을 여러 번 요청하였지만 그는 이제 바빠서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하며 서둘러 막무가내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20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당시 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큰돈이었다. 아, 이건 이렇게 할 일이 아니라, 더 높은 곳에다가 전화를 해야 하는구나. 

그리고 시계를 보니 17시 20분이 지나고 있었다.  나는 당장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Head office (총책임 사무실 ) 전화번호를 구해야 한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구글검색을 했고 어렵지 않게 본사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당신네 회사에서 관리 중인 한 집과 가계약을 맺은 사람입니다."




Head office의 담당자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회사의 전산을 통해 내가 150 파운드를 따로 지불한 목록이 들어있지 않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지불한 150 파운드가 이틀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보고된 돈이 아님을 확인했고 이런 일은 자신들의 회사에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다가 이 문제에 대해서 정밀하게 다시 확인을 해보고 그다음 날 오전까지 전화를 주겠다고 하고 끊었다. 



전화를 끊은 나는 알 수 없는 떨림을 느꼈었다. 살면서 이렇게 무언가에 대한 항의를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 걸까? 부당한 일을 당하면 그냥 어쩔 수 없다고 넘겼던 내가 이렇게 따지고 들 줄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기특함 때문이었을지 아니면 이 뒤에 어떤 일어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었을지는 그땐 잘 몰랐었다.





올드스트릿 퇴근길






그리고 다음날 head office 대신 해당 지점 매니저의 개인 휴대폰으로 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먼저 나에게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불편을 주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해당직원에 대한 자체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고 나에게 당연히 모든 피해 금액과 내가 낸 홀딩피를 돌려줄 것이며 또한 랜드로드에게도 이 상황을 설명했다고 해 내가 원한다면 아무 책임 없이 더 이상 집계약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하루정도 더 고민을 하고 싶다고 했고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면 나에게 알려줄 수 있고 하자, 그는 흔쾌히 모든 정보를 공유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약간의 사과 메시지와 변명과 함께 나의 돈이 다시 돌아왔다.




매니저와의 전화를 끊고 나서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었다. 나는 인생에서 내가 불이익을 당해왔던 순간들이 많아서 그런지 늘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방법을 배웠다. 따지지 않고 그냥 조용히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것은 편하다. 그냥 내가 손해를 좀 보더라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며  그냥 남이 나에게 끼친 손해를 스스로 정당화시키거나, 끊임없이 나한테서 잘못을 찾아내 내 스스로 메꾸려고 노력했었다. 그런 나의 성격은 나에게 많은 발전도 주었지만 사실은 지금처럼 내가 누군가와 불편해지는 상황이 싫었다.


 이미 그 사람이 불편한 사람으로 내게 인식이 돼서 그런지 그 사람의 목소리 듣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끝까지 이 사람이 아니라고 잡아떼면 거기서 화를 안 내고 넘어갈 자신도 없었지만 화도 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스트레스에 비하면 그냥 없는 돈 셈 치고 넘어가야지 할 수 있던 금액이었지만 이번에는 무슨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 찝찝함을 안고 내가 그냥 계약을 해봤자 앞으로 나에게 더 부당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그럼 그때의 나는 더 불편하고 고통스러우리라는 두려움이 나를 움직였던 걸까? 바로 잡으면 최소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없으니까. 그게 아마 제일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매니저의 정중하고 진실된 사과를 듣고 나니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사람도 이 사람의 잘못이 아닌데 왜 나한테 이 사람이 이러고 있을까 하며 문제가 해결됐는데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미워하는 것  또한 그냥 내 감정을 토해낼 뿐인 것 같아서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날 회사 자체 조사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쌍무지개가 뜬 에인절 집




해당직원은 이미 나 이외에도 9명의 다른 세입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불법자금을 조성했었고 그 짧은 자체조사시간 중 확인된 건만 9건이나 된다고 했다. 그에게 당했던 세입자들 모두 당연히 회사의 네임을 믿고 아무런 의심 없이 넘겨주었던 건지 아니면 나처럼 영어가 그렇게 익숙지 않아 보이고 어려 보이는 학생들을 노려서 그렇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니저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괜찮은 동료였긴 하지만, 이번에 이런 일을 저질러 저는 그에게 아주 실망이고 이것은 저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당신에게 어떤 방법으로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저희 회사 측에서는 그 친구는 해고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에게 아주 불리하게 작용될 것입니다. 부동산 업계는 다른 회사로 취직을 할 때 레퍼런스 (추천서나 그전 회사에서 어떻게 일했는지)가 필요한데 이것은 협회에 기록이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Head office에 전화를 해  이문제를 공론화를 시켰기 때문인지 이건 이미 본사에서도 알려진 사건이라 그는 당장 오늘 아니면 내일 해고가 될 것이라고 했고 미국에서는 그게 흔한 일이지만, 영국에서는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갑자기 그가 조금 불쌍해졌다. 내가 집을 보러 갔을 때 그에게 들었던 바에 의하면 그는 아이들이 있다고 했었는데 안 그래도 직장을 잃고 있는 이 코로나시기에 그가 다시 직장을 구하는 일은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수입이 끊겨버리게 된다면 과연 그는 어떻게 될까? 게다가 이건 그냥 직장을 못 구하는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는 부동산 직원으로서 그 어떤 회사에서도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은데.  갑자기 내가 원한 건 이렇게 까지 강력한 처벌은 아닌데. 하며 복잡 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전 Head office에 전화에 내 권리를 찾겠다는 내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자꾸 보지도 못한 그의 가족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만이 떠올라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내가 그에게 second chance까지 빼앗은 기분이랄까?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 혹시 그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시면 안 되나요? 저는 그렇게 강력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데요.."

"아.. 죄송하지만, 이건 회사 규정과 방침이고 회사의 결정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사람 간의 신뢰로 거래를 하는 회사입니다. 그 신뢰를 깨고 고객들에게 위법을 저지른 직원과 회사는 당연히 함께 할 수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매니저는 나를 위로하는 목소리로 다음 본론에 대해 이어나갔다.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나저나 저희와 진행 중이던 계약은 어떻게 할까요? 당신이 원한다면 금액을 모두 돌려주겠습니다."

"저는 매니저 님에게 신뢰가 있어요. 사실 매니저님이 담당해 주신다면 저는 이곳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계약을 계속 진행하고 싶은데요.."




사실이었다. 아무리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건들이 너무 만족스러웠고 그것 때문에 놓치기에는 조금이라도 유학에서 사용하는 생활비를 줄여 부모님께 도움이 되고 싶었던 나의 조건에서 이 집은 그 당시 내가 구할 수 있는 집중에서는 최고인 듯했었다. 



당신을 믿고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내 말에 매니저는 기뻐하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에게 바로 전화를 달라고 자신의 개인전화번호까지 알려주었는데  실제로 그 이후  내가 이 에인절집에 사는 내내 무슨 문제가 생기면 약속을 지키듯이 그가 항상 나를 도와주었고 그의 정말 흠잡을 곳 없는 그의 일처리 방식은 왜 그가 지점장인지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그 매니저를 믿고 내 다음 집도 그 회사에서 소개해주는 집과 계약하게 된다. 




나의 이런 사기 소동이 액땜을 했었던 일이었었는지 나는 이 에인절의 플랫에서 정말 집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친구들과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듬뿍 담고 동네를 사랑해 마지않았다. 살면 살수록 여기 더 살고 싶어지는 그런 동네였다. 게다가 그로부터  1년 뒤 마치 랜드로드들은 지난날 코로나 손해를 보상하려는 듯 집값을 달에 무려 500-700 파운드 올려 세입자들을 경악하게 했지만 나는 착한 나의 랜드로드가 2년 계약을 허락해 준 덕분에 계속 그 집에 할인된 같은 가격에 머물 수 있었다. 나는 늘 농담으로 친구들에게 항상 아마 에인절에서 우리 집이 주차장 다음으로 제일 저렴하다고 했던게 기억이 난다. 




엔젤에 사는 내내,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엔젤에 살다니 정말 부럽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나도 엔젤에 살고 있지 않기때문에 누군가가 엔젤에 산다고 하면 똑같은 말을 건넨다. 

언젠가 집을 산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동네. 고양이와 여우가 다니는 동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참 인간적인 성장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아름답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과연 다시 돌아간다해도 기억만큼 아름다울까 싶은 그런 동네이다. 




그리고 그렇게 울고 웃고 즐거웠던 나의 엔젤 집 계약기간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우리집에 왔다 간 천사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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