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반려견과의 여행이 “개고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인이가 내 삶의 폭을 좁히는 핸디캡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조금 힘들더라도 아인이와 추억을 쌓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개고생일지 아닐지는 가봐야 아는 거야”
그런데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과연 힘들지 않은 여행이 존재하기는 할까? 해외 휴양 여행을 가더라도 가는 길이 고되기도,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 때문에 더위를 먹기도 한다. 여행에 항상 힘든 순간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달콤한 순간이 있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여행을 꿈꾼다.
내게는 스쿠버다이빙이 그랬다. 공기통이 너무나 무거워 무릎이 으스러질 것만 같아 서있기 조차 힘든 나머지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캄캄한 심해에 뛰어들어 수많은 물고기와 산호초들이 있는 끝없는 바다 절벽과 마주한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내 삶의 모든 것들이 작게만 느껴졌고, 위대한 자연 앞에서 나는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모르던 세상을 마주하게 된 순간 느꼈던 벅참과 짜릿함 때문에 나는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게 됐다. 공기통을 매는 것쯤은 감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전혀 힘들지 않은 여행이란 우리들의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쾌감의 순간이 모든 힘든 과정을 잊고 다시 여행하게 만드는 것이 분명했다. 전혀 힘들지 않은 여행을 하려면 이동시간이 짧고 편리해야 하고, 숙소 또한 가깝고 쾌적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여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요양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