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로 남긴 문장들 - 김애란 『바깥은 여름』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난 감동이 있었던 건 아니다. 뒷통수를 치는 울림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잔잔한 파도에 뺨을 스치는 바람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상하게 몇몇 문장들이 손에 남았다.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우리 인생이 원래 그런 거 아닐까. 별것 아닌 하루들이 모여 계절이 되고, 그게 쌓여 인생이 되는 것.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그저 반복되는 일상들 속에 이미 모든 게 있는 거라고.
"네가 네 얼굴을 본 시간보다 내가 네 얼굴을 본 시간이 길어"
이 문장에는 여운이 좀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은 가족이다. 내가 거울로 본 내 얼굴보다, 그들이 본 내 얼굴의 시간이 훨씬 더 길다. 그렇다면 그들이 나를 더 잘 아는 걸까?
'나'라는 존재는 혼자서는 알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관계 속에서 비로소 내가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명확한 답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그냥 화두처럼 품고 살아가고 싶은 문장이다.
"나는 내가 나이도록 도운 모든 것의 합, 그러나 그 합들이 스스로를 지워가며 만든 침묵의 무게다"
뭔가 쌓이면서 동시에 비워지는 느낌. 더해지면서 동시에 덜어지는 과정. 인생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삶과 죽음을 따로 나누는 게 의미가 있을까. 매 순간 무언가는 태어나고 죽는다. 삶 속에 이미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이미 삶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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