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7]무엇이 당신을 붙잡고 있나요?

멈춰선 나에게 던지는 질문

by 피안으로

​멈춘 나에게 던지는 질문: "무엇이 나를 잡고 있나요?"


​며칠 전, 친구와의 대화 도중 머리가 멍해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늘 계획되지 않은 생각과 여행을 동경해왔다. 복잡한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없는, 나만의 자의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갈망했다. 그런 나에게 친구는 무심히 물었다.


​"무엇이 당신을 잡고 있나요?"


​그 질문은 단순했지만,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투명한 족쇄의 정체를 들여다보게 했다. 나를 잡고 있는 것은 시간이나 돈 같은 현실적인 제약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에 깊숙이 박혀 작동하고 있는 두 개의 낡은 스위치였다.


​첫 번째 스위치: 영원히 오지 않을 완벽을 기다리는 '조건실행'


​나를 잡고 있는 첫 번째 끈은 **'조건실행(Conditional Execution)'**의 논리였다.

​IF (만약)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다면, THEN (그때) 나는 자유로울 수 있다는 환상.

​'만약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만약 통장에 얼마가 모인다면'

​'만약 모두가 나를 이해해 준다면'

​나는 스스로 정한 이 가상의 조건이 충족되기를 영원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 조건들은 사실 내가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인 핑계였다. 조건이 채워지지 않았으므로, 나는 행동을 유보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삶에는 완벽하게 모든 것이 충족되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조건실행'**은 자유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안정적인 멈춤을 위한 방어기제였다.


​두 번째 스위치: 안전지대 밖에서 울리는 '조마조마'


​두 번째 끈은 **'조마조마'**라는 내면의 경고음이었다.

​내가 계획되지 않은 여행이나 새로운 길을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즉시 비상벨이 울렸다. "조마조마해! 너는 준비되지 않았어. 통제권을 잃을 거야. 실패할 거야."

​이 조마조마함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내 삶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만들어낸 그림자였다.

​나는 이 조마조마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조마조마함은 안전을 지키려는 뇌의 본능이기에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였다.


​이제 나는 '경계인'으로서 걷는다


​나는 이제 안다. 나를 잡고 있는 것은 외부의 족쇄가 아니라, 내면의 '조건실행'과 '조마조마'라는 심리적 덫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리즘 시대에 중간지대를 지키는 **'경계인'**이 되기로 다짐했듯이, 내 삶에서도 나는 새로운 경계인이 되기로 한다.


​조건이 충족되기를 기다리는 대신, 불완전함을 인풋으로 삼아 실행이라는 아웃풋을 만들어낼 것이다. 조마조마함을 완전히 떨쳐내려 애쓰는 대신, 그 불안한 감정을 내 삶의 동행자로 인정하고 함께 걸을 것이다.


​나를 잡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만 있을 뿐이다. 오늘부터 나는 나를 잡고 있는 끈을 하나씩 끊어내고, 계획되지 않은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 완벽한 순간이 아닌, 지금 이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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