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나에게 던지는 질문
멈춘 나에게 던지는 질문: "무엇이 나를 잡고 있나요?"
며칠 전, 친구와의 대화 도중 머리가 멍해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늘 계획되지 않은 생각과 여행을 동경해왔다. 복잡한 알고리즘이 예측할 수 없는, 나만의 자의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갈망했다. 그런 나에게 친구는 무심히 물었다.
"무엇이 당신을 잡고 있나요?"
그 질문은 단순했지만,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투명한 족쇄의 정체를 들여다보게 했다. 나를 잡고 있는 것은 시간이나 돈 같은 현실적인 제약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안에 깊숙이 박혀 작동하고 있는 두 개의 낡은 스위치였다.
첫 번째 스위치: 영원히 오지 않을 완벽을 기다리는 '조건실행'
나를 잡고 있는 첫 번째 끈은 **'조건실행(Conditional Execution)'**의 논리였다.
IF (만약)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다면, THEN (그때) 나는 자유로울 수 있다는 환상.
'만약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만약 통장에 얼마가 모인다면'
'만약 모두가 나를 이해해 준다면'
나는 스스로 정한 이 가상의 조건이 충족되기를 영원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 조건들은 사실 내가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인 핑계였다. 조건이 채워지지 않았으므로, 나는 행동을 유보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삶에는 완벽하게 모든 것이 충족되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조건실행'**은 자유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안정적인 멈춤을 위한 방어기제였다.
두 번째 스위치: 안전지대 밖에서 울리는 '조마조마'
두 번째 끈은 **'조마조마'**라는 내면의 경고음이었다.
내가 계획되지 않은 여행이나 새로운 길을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즉시 비상벨이 울렸다. "조마조마해! 너는 준비되지 않았어. 통제권을 잃을 거야. 실패할 거야."
이 조마조마함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내 삶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만들어낸 그림자였다.
나는 이 조마조마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조마조마함은 안전을 지키려는 뇌의 본능이기에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였다.
이제 나는 '경계인'으로서 걷는다
나는 이제 안다. 나를 잡고 있는 것은 외부의 족쇄가 아니라, 내면의 '조건실행'과 '조마조마'라는 심리적 덫이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리즘 시대에 중간지대를 지키는 **'경계인'**이 되기로 다짐했듯이, 내 삶에서도 나는 새로운 경계인이 되기로 한다.
조건이 충족되기를 기다리는 대신, 불완전함을 인풋으로 삼아 실행이라는 아웃풋을 만들어낼 것이다. 조마조마함을 완전히 떨쳐내려 애쓰는 대신, 그 불안한 감정을 내 삶의 동행자로 인정하고 함께 걸을 것이다.
나를 잡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만 있을 뿐이다. 오늘부터 나는 나를 잡고 있는 끈을 하나씩 끊어내고, 계획되지 않은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 완벽한 순간이 아닌, 지금 이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