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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May 21. 2024

어쩌다 보니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 되고 D + 345

다시 백수가 아닌 피로한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된 지도 어언 6개월이 다 되어간다. 퇴사 후 다시 재취업을 하기까지 그래도 꽤 여러 인터뷰들을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경험들을 몇 번 겪기도 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사직서를 내고 최종 퇴사를 하기 전에 연락이 왔던 한 유럽계 회사. HR업무를 하는 친한 다른 분께 먼저 제안이 갔다가 그분이 연결을 해주셔서 헤드헌터와 연락을 하게 된 케이스였다. 당연히 나는 지원을 하였고 헤드헌터 분이 해당 회사 리크루터와의 1차 인터뷰를 잡아주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프랑스에 있는 본사 CHRO와의 2차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여긴 뭐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프랑스와의 시차 때문에 금요일 밤 9시대로 인터뷰 일정을 잡고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인터뷰 시간 직전에 메일이 왔다. 본인 업무 때문에 시간을 미루거나 다른 날로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나는 어차피 기다린 거 몇 시간 뒤로 더 미뤄서 (한국시간으로) 늦은 밤에 해도 되고 다른 날을 잡아도 된다고 하였고, 그녀는 그럼 한 시간 정도 후에 다시 보자고 했다가 결국 안 되겠다며 일정을 미뤘다. 


그리고 다시 조정한 날에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 연락도 없이. 밤시간이었기에 헤드헌터에게는 메시지만 남겨놓고 인터뷰어에게 따로 메일도 보냈다. 헤드헌터는 중간에 스케줄 조정을 해주는 회사 리크루터(나와 1차 인터뷰를 보았던)가 캐나다에 있어 당장 연락이 어렵다는 이야기뿐. 그 와중에 본인에게 메일이 와서 도저히 업무 관계상 인터뷰를 못 볼 것 같다며 다시 일정을 잡자고 하였다. 평소였으면 여기서 '내가 먼저 안 하겠소' 했을 텐데 나는 곧 백수의 신분이 될 것이라 우선 알겠다고 하였고,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일주일 정도 더 지난 후던가? 목이 아파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그녀와 약 30분간 짧은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다음 주 중으로 연락 준다던 그녀는 역시나 연락이 없었다. 알아본다던 헤드헌터도 함께 잠수. 그래 그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바이바이를 외쳤지만, 내가 그동안 기다리고 들인 시간이 한없이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기억에 남는 곳은 한 일본계 회사였다. 이곳은 링크드인에 뜬 공고를 보고 내가 직접 지원한 케이스였다. 다행히 1차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직접 가서 보는 대면 인터뷰였기에 늦지 않게 회사 사무실을 찾았다. 직원은 나를 휴게실로 안내하여 대기하게 하였는데 규모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휴게실이 꽤 잘 되어 있다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 당시 내 인터뷰 시간은 오전 10시 반. 그런데 10시 반이 되었는데 아무도 나에게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를 휴게실로 안내했던 (아마도) 인사팀 직원은 내 자리와 조금 떨어진 큰 테이블에서 다른 직원과 10분 넘게 수다 중이었다. 혹시 몰라 내가 먼저 다가가 인터뷰 시작을 하지 않는지 물었더니 그제야 조금 늦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나도 인사업무를 하는 사람이기에 항상 채용 인터뷰를 진행할 때 예정보다 인터뷰 시작이 늦어지게 되면 꼭 기다리는 후보자분께 상황설명을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렇게 조금 더 기다리다 드디어 준비가 되었는지 나를 데리고 다른 미팅룸으로 향했는데, 그 와중에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 시간이 10시 반 맞으세요?"

"네"하고 얼떨결에 대답했는데 대답 직후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내가 잘못 알고 다른 시간에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뷰 이후 다시 메일을 찾아보니 맞게 온 거였다. 


나에게 왜 인터뷰 시간을 다시 체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인터뷰 안내를 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회사인데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며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던 1차 인터뷰를 뒤로 하고 집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역시나 연락이 없어서 떨어졌나 하고 생각했다. 뭐 나도 인터뷰를 보고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지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1달 반 정도 되었으려나? 갑자기 메일 하나가 왔다. 2차 인터뷰를 할 테니 인적성 검사를 하라고. 합격 결과가 오래 걸린 것은 둘째치고 (물론, 그 사이 누군가를 뽑았는데 결국 조인을 안 했을 수도) 내 경우 그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전화라도 한 통하고 아직 지원 의사가 있는지 확인 후 안내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물론 그들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고 내가 오해를 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어찌 보면 그렇게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닐 수도 있으나 백수시절 보았던 여러 인터뷰들 중 이 두 곳이 꽤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 스스로도 과거에 어땠는지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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