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성장하는 곳에 기회가 있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여행을 준비하는 방식은 지금과는 꽤 달랐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나는 여행을 가기 전에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지도와 자료를 하나씩 정리하며 목적지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 과정 자체가 여행의 일부였고, 책 속에서 미리 만난 나라를 실제로 마주하는 경험은 늘 설렘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행 준비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카페 글이나 블로그를 넘어, 유튜브 영상 몇 개만 보면 주요 관광지, 맛집, 이동 동선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정보는 훨씬 빠르고 직관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고, 효율적인 여행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책을 읽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조금 느리고 번거로운 방식일 수 있지만, 한 나라를 ‘이해하는 여행’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베트남 호찌민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출발 전 읽었던 책은 <베트남 성장하는 곳에 기회가 있다>이었다. 이 책에서 주된 내용 중 하나는 도이머이 정책 이후 베트남이 어떻게 경제 개방을 통해 성장해 왔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1986년을 기점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베트남은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구축하며 빠르게 변화해 왔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베트남은 완성된 국가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 성장 중인 나라’라는 점이었다.
이런 배경지식을 가지고 도착한 호찌민은, 단순한 동남아의 한 도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거리에는 오토바이가 끊임없이 흐르고, 공사 중인 건물과 새로 지어진 고층 빌딩이 동시에 존재한다.
오래된 건물과 현대적인 쇼핑몰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풍경은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이 도시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이었다. 베트남은 평균 연령이 낮은, 매우 젊은 국가다. 실제로 길거리를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활기는 자연스럽게 도시 전체의 분위기로 이어진다. 카페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면,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일하는 젊은 사람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은 단순히 활기차다는 느낌을 넘어, ‘앞으로 더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사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책 속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현실과 맞닿는 순간들도 많았다. 외국 기업의 진출, 빠르게 늘어나는 상업 시설, 그리고 곳곳에서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까지. 아직은 인프라나 제도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미완성의 상태 자체가 오히려 가능성으로 느껴졌다.
이미 완성된 시스템 속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국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는 나라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물론 현재의 경제 규모만 놓고 보면 베트남은 아직 한국보다 작다. 생활 수준이나 여러 지표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여행을 하며 느낀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방향성’이었다. 젊은 인구 구조,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는 유연성, 그리고 변화에 대한 속도는 앞으로의 성장을 충분히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었다.
책에서 말하던 내용들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거리 위에서 체감되는 현실이라는 점이 이 여행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다.
요즘은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검색 몇 번이면 여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얻는 정보는 조금 다르다. 단순한 ‘어디를 가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 이 나라가 지금 이런 모습인지’를 이해하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이해는 여행의 깊이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호치민에서의 시간은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여행이 아니라, 한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조금이나마 느껴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책을 읽을 것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더 깊이 있는 여행을 위해서.
2026년 04월 베트남 호찌민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