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개발자가 된 이후 벌써 여섯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게 자랑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 약점이라고 생각도 하구요.
가장 최근 면접을 다녔던 곳들에서 빠지지 않고 들었던 질문이
왜 이렇게 회사를 자주 옮기냐는 거였습니다.
운이 나빴고 좋은 회사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저를 처음 만나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궁금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잦은 이직 경력을 지울 수 없고 제가 앞으로도 계속 안고가야할 제 지난 날들이기도 합니다.
옮기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곳에 입사하셨다면, 최대한 다니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합격을 하고 또 이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직에 너무 두려워하지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총 4개의 회사를 거쳐 2021년 저는 제 몸값을 가장 많이 올렸던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까지의 제 경력은 vue.js를 쓰는 회사에서 3개월, SI회사에서 1년 3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SI회사에서는 JAVA, Spring, mybatis, mysql, jQuery, Springboot를 경험했고 Vue.js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계속해서 스터디에 참여해서 알고리즘, 데이터구조, 디자인패턴, 소프트웨어 공학 등을 공부했었고, 프론트엔드 관심이 많아서 React관련 노마드 코더 강의보면서 따라해보기도 하고
React Native로 앱 두 개 만들어서 구글스토어에 올린경험도 있었습니다.
Typescript는 잘쓰진 못하지만 경험만 해본 상태였어요.
그 외에도 ES6 강의나 SpringBoot + aws 웹서비스도 해보고 싶어서 뭐 책도 사고 여러 인강도 보고, 이것 저것 관심 갖고 해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딱히 이직을 목표로 준비해오던 건 아니었고 저는 원래 잘하는 걸 재밌어 하는데, 더 재밌게 하려면 더 잘해야 해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미 잘하는 사람들은 차고 넘치지만 그래도 남들보다 조금은 더 잘하고 싶어하구요.
사실 2020년에도 월급이 다섯 달 가량? 한-두달 씩 체납됐었습니다.
이미 3개월 만에 이직을 한 상태라서 여기서 또 그만두면 너무 잦은 이직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차마 쉽게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도 가입된 상태였고요.(발목채움공제라는 닉네임이 너무 잘맞게도,...)
그러다 2021년이 됐고 연말정산을 하려고 관련 서류를 떼다 보니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기는 했지만,
2020년 1년 내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가 체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PM인 차장님이 이것저것 사이드로 알려주시는 것도 많고, 출퇴근 시간이나 여러 방면으로 좀 편하게 회사생활 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부분이 있었으나 이건 진짜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진짜 그래도... 연봉이라도 좀 더 올려준다면?!!? 1년 정도는 더 버티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도 하고 이력도 쌓고 이직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대표님께 연봉협상은 언제쯤 하냐고 물어보니
모두 따로 연락할거니 그때 까지 기다려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기다리다 시간만 흐르고 안되겠다 싶어서 사람인, 잡코리아에 이력서를 작성하여 공개를 해두었습니다. 업무적으로도 SI회사에 있다보니 이렇게 짜는게 맞는건가? 라는 고민이 들어도 시간 내에 짜는게 우선시 되면서 비슷한 부분은 복붙하고, 코드 전체의 퀄리티보다는 기능이 구현되기만 하면 우선 넘어가자!!라는 분위기라 서비스나 코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기 힘들었고, 여러 분야를 경험해볼 수는 있지만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도는 얻기 힘들고, 남의 것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내 서비스를, 내가 더 고민해가며 욕심내서 퀄리티 높게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SI회사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다음 프로젝트는 어디니깐 거기로 가서 현재 프로젝트 병행하면서 마무리하고,
이전 프로젝트에서도 이슈가 생기면 그것도 고쳐줘야하는... 체계가 없는 것도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음 회사에 대한 목표는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였습니다.
1. 자체 서비스를 하거나 SI라도 어떤 특정 분야가 있는 회사
2. 월급이 밀리지 않는 회사
3.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포기하고 가는 만큼 그 혜택 이상의 연봉을 받기
그리고 가능하다면
4. 잘하는 선임
5. 전체적으로 공부하고 그 내용을 나눌 수 있는 진취적인 분위기
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 처음엔 연락처를 바로 공개로 올려두었더니 예전부터 악명높은 SI업체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력서를 수락 후 공개로 변경해두었습니다.
2. 위에서 말한 것 처럼 목표 중 연봉올리는 게 있는 만큼 연봉을 3400~3600으로 올렸습니다.
연락 오는 게 좀 줄었습니다.
3. 경력이 2년이 안되는데도 프리랜서 제안도 있었고, 실제로 같이 프로젝트를 하던 프리랜서 대리님이 나가면서 자기 옮기는 프로젝트에 월 450 정도로 해서 프리랜서로 오는 거 어떠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프리랜서라면 스스로의 기술능력에 대해 지금보다 자신감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 당장은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발전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4. 연봉 3400~3600임에도 연락이 많이 오길래 3600이상으로 올려봤습니다.
연락 오는 게 좀 더 줄었습니다.
5. 결국 최종 3800이상으로 공개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지원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으며 제안받은 곳 중 스타트업 두 곳, 게임회사 한 곳, SI회사 한 곳의 면접제안을 수락했습니다.
물론 개발자 면접은 타 직군 면접과 준비자체가 다릅니다. 주변 다른 친구들을 보면 면접 준비에 엄청 많은 시간을 쏟고 PT나 영어면접까지 준비하곤 하지만 개발자 면접은 그렇진 않습니다.
저는 말을 유창하게 하는 편은 아니라서 솔직하게 답하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선에서 솔직하자고 생각했어요.
1분 자기소개는 무조건 시킬 것 같아서 맨 위에 쓴 것처럼 제 이력에 대해 간단히 준비했습니다.
이 질문부터 막히면 머리가 하얘질 것 같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이 부분은 좀 더 신경썼습니다.
그 외 인성면접은 솔직하지만 상대방이 들었을 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ex) 이직하려는 이유: 회사 사정, SI에서의 아쉬움
비전공자인데 개발을 시작하게 된 이유: 전문성 갖고 싶어서,
노력한 것: 스터디, 이것 저것 따로 프로젝트 해보고, 앱 만들기도 해보고 등등
기술면접은 인터넷에 찾아보면 프론트엔드 면접 예상 질문이 많이 나와 그 리스트를 뽑아 준비했었습니다.
주로 실무진 면접에 기술면접이 들어가게 되는데 Javascript 기본 내용에 대해, 그리고 이력서에 적힌 내용 중 실제로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 지 물어보는게 대다수였습니다.
준비한 내용 중에 있었던 것들은 좀 더 씩씩하게 대답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렇지만 최대한 아는 내용과 엮어서 대답했습니다.
ex) Redis?: 사용해 본 적은 없으나, 키-값 데이터 구조로 된 Nosql은 혼자 프로젝트 할때 Google Firebase를 사용해 본 적 있음
예전에 개발자 아닐 때 구직활동 했을 때는 풀 정장 세트로 입고 스타킹에 구두 신고 갔었는데, 이번엔 블라우스 + 검정색바지만 입고 갔어도 개발자 면접복장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력서에 포트폴리오 제출 대신 git 주소를 적었는데 여기에 제가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들과 스터디 흔적들이 있어서 면접 때 할 수 있었던 말도 많았고 면접관분들에게 어필하기도 좋았습니다.
마침 혼자 만들던 앱도 구글 스토어에 게시됐던 때라 실제로 면접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총 4군데 면접을 봤는데 3군데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SI회사는 정말 면접보는 내내 기분이 나빴고 합격했으나 거절했습니다.
다른 두 곳 중에 고민하다가 앞으로 프론트엔드 커리어를 집중적으로 쌓고 싶어 한 곳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물론 연봉이 500차이 나는 것이 가장 크기도 했어요.
비전공자라고 기죽지 마시구,
나이 많다고 기죽지 마시구,
서른 넘은 여자라고 기죽지 마시구!!!!!!!!!!!
이직에 이직을 거듭하고 무시받고 월급이 밀리던 회사에서 꾸역꾸역 버티던 저는 그렇게 기존 연봉보다 약 43%를 올려 이직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이직왕의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