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시기가 조금은 지났다.
24년 말, 11시까지 야근하는 날이 많아지고, 나보다 직급이 한참 높은 타 팀 팀장님이 잔소리를 하도 많이 해서 자책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가 팀장으로서 부족하구나. 나는 성장할 거라고 믿고 있는데, 아직 한참 부족하구나. 내가 나에게 던지는 화살에 힘들어했고, 이 악물고 버텼다.
25년 1월, 회사에 중요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여유가 생겼다. 그 사이 몸의 면역력은 급격히 떨어져서 온갖 염증반응으로 고생했고, 병원균과 싸움에 져서 독감에 시달려야 했다.
피곤함은 기본이고, 치아 뿌리에 염증이 생겨서 혹이 만져졌다. 치아를 뽑아야 되네 어쩌네. 신경치료를 다시 해야 되네 말아야 되네.. 휴가를 쓰고 치과만 세 군데를 다녔다. 감기도 잘 안 걸린다고 자부하는 몸인데, 독감까지 걸리니 죽다 살아났다. 그렇게 아픈 감기는 처음이었다.
그 덕에 약 먹고 자고, 밥 먹고 자고, 시간만 있으면 잤다. 그렇게 나의 정신과 몸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25년 2월, 설 연휴가 지나자 염증약, 감기약, 위염약 등 약을 먹지 않게 되었다. 컨디션이 정말 많이 좋아졌는데, 특히 정신건강이 되돌아왔다고 느꼈다.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있구나. 그때는 내가 정말 힘들었던 거구나'를 깨닫게 된 것은 되찾은 통제력 덕분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내가 부족하다는 자책을 하지 않았고, 퇴근하면 매일 먹던 술도 건강을 위해 참을 수 있게 되었다.
힘들 때는 무언가에 홀린 듯 아무것도 참지 못했다. 감정기복도, 식욕도, 야식도. 그 무엇도 참을 수가 없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는 알지 못했고, 다시 컨디션이 회복되어 돌아보니 그랬었다. 그래서 지금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무던히 넘길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팀장으로서 무언갈 해야 되겠다. 팀장이라면 이런 건 알아서 해야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남들이 나에게 원할 것 같은 '기대',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만의 '기준', '이상향', '바람' 모두 내려놓았다.
"팀장이 별 건가? 나도 그저 회사원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