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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니 Oct 06. 2021

내가 쓴 글 스스로 다듬는 법 (2)

디자이너의 글쓰기 연습


목차

1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6. 사랑을 할 때와 사랑할 때의 차이

7. 될 수 있는지 없는지

8. 문장은 손가락이아니다

9. 과거형을 써야하는지 안 써도 되는지

10. 시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내가 쓴 글

스스로 다듬기



 6  사랑을 할 때와 사랑할 때의 차이



l - 을(를) 하다, -하다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쓰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의미이고, '사랑을 한다'고 말하거나 쓰면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사랑을' 한다는 의미겠다.


     어떻게 합격을 했을까 궁금할 수 있다.


'하다' 동사에 '합격'이 목적어로 쓰인 문장으로, 다른 것이 아닌 합격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는 의미다. 걔는 어떻게 합격을 했대? 라는 의아한 늬앙스가 느껴진다.


     어떻게 합격했을까 궁금할 수 있다.


 '합격하다'라는 동사가 쓰인 문장으로, 합격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하다는 의미다. 걔는 어떻게 합격했대? 라는 방법이 알고 싶은 늬앙스가 느껴진다.



ㅣ -가(이) 되다

     현실세계의 실제 멤버 4명과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 4명으로 구성이 된 굉장히 실험적인 그룹이다.

     → 현실세계의 실제 멤버 4명과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 4명으로 구성된 굉장히 실험적인 그룹이다.


'구성이 된'은 '되다'가 동사로 쓰인 반면, '구성된'은 '-되다'라는 형태의 접미사로 쓰였다. '-을 하다'와 '-하다'처럼 해석할 여지가 숨어 있는 건 아니다. 단지 겉으로 보이는 차이다. 되려 문장이 길어진다면 굳이 '되다'를 동사로 써야 할 필요는 없다.




 7  될 수 있는지 없는지

'- 수 있는'은 동사의 어간에 붙어 가능성이나 능력을 표현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가능성이나 능력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문장에서도 굳이 '될(할) 수 있는'을 고집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1번 다음으로 자주 남용한 표현이라 정말 많이 다듬었다.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이 신뢰를 쌓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도 남용하여 어색한 표현을 만들기도 한다. 아래 예시는 책에서 인용했다.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 큰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런 시도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 그런 시도는 자칫 위험해지기 쉽다.




 8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지시 대명사는 꼭 써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게 좋다. 붙이는 순간 문장은 마치 화살표처럼 어딘가를 향해 몸을 틀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자리가 곧 기준점이라고 생각해서 빚어지는 실수들이다. 문장의 기준점은 문장 안에 있지 문장 밖 글쓴이의 자리에 있지 않다.



l 그, 이, 저

     쉬운 위조와 복제는 디지털 가상세계의 문제점이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대체 불가능 토큰(NFT)'으로, 원본에 고유한 코드를 부여해 원본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 쉬운 위조와 복제는 디지털 가상세계의 문제점이다. 문제를 해결할  있는 방법이 '대체 불가능 토큰(NFT)'으로, 원본에 고유한 코드를 부여해 원본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l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하고자 함을 동료들에게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했고, 실행하기 위한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 동료에게 내 작업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했고, 실행하기 위한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l 여기, 저기, 거기

글 안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사 속에서 '여기, 저기, 거기'를 쓴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그 밖의 문장에 등장하는 '여기, 저기, 거기'는 글쓴이가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보여 보기 좋지 않다. '이곳, 저곳, 그곳'이 훨씬 객관적일 뿐만 아니라 글쓴이는 물론 읽는 이의 자리도 배려한 '지시'처럼 보인다.


     다녀온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도 디테일이 좋았던 카페를 꼽아보라고 하면 여기가 떠오른다.

     → 다녀온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도 디테일이 좋았던 카페를 꼽아보라고 하면 이곳 떠오른다.




 9  과거형을 써야 하는지 안 써도 되는지


l -었던

동사의 과거형에 어미 '-던'을 붙여 관형형으로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의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뿐이어서 한 문장에 과거형을 여러 번 쓰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문장도 난삽해 보인다.


     역시 세상에 쓸모 없는 일은 없다는 게 증명되었던 순간!

     → 역시 세상에 쓸모 없는 일은 없다는  증명된 순간!



l -는가

'-는가'는 '현재 사실에 대한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동사 어간 또는 어미 뒤에 붙어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어미는 '-는가'가 아니라 '-는지'이다.


     정녕 해결방법이 없는 것인가 검색을 해봤지만 찾지 못했다.

     → 정녕 해결 방법이 없는지 검색을 해봤지만 찾지 못했다.




 10  시작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UXUI디자인을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는 행위는 시작이 있고 전개가 이루어지고 절정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끝을 맺는 행동이다. 놀람, 슬픔, 어색함, 민망함처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시작과 전개, 절정, 끝맺음을 명시하기 어렵다.


     의심이 들기 시작할 때쯤 바닥과 벽에 붙어 있는 연필 스티커를 발견했다.

     → 의심이  때쯤 건물 바닥과 벽에 붙어있는 연필 스티커를 발견했다.




일단 쓰자

그리 길지 않은  6개를 다듬는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저자가 꼽는 문제 유형에 들어갈 만한 예시가  글에 하나 이상은 있다니 다행이기도(?) 어쩐지 부끄럽기도 했다.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하는  그치지 않고  글을 직접 다듬어보니 확실히 연습은 되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순간부터 교정 교열을 하려고 들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머리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쏟아내야 하는데 자꾸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연히 아직은 서툴기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리라. 일단 글을  쓰고 나서 여러  읽어보며 다듬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비문과 오문을 쓰고 다듬다 보면 자연스러운 문장은 물론 나를 온전히 표현하는 문장까지 쓰는 날도 오지 않을까!


정답 같은 건 없습니다. 그건 심지어 맞춤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맞춤법이란 그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만든 규칙일 뿐이죠. (...) 다만 책을 사서 읽는 독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99p
참고 :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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