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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니 Aug 04. 2021

메타버스, 어떻게 타냐고요?

기술보다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


우리도 가상 캐릭터

만들어보는 거 어때요?


업무를 하는데 회사 동료 모두가 모인 메신저 채널로 메시지가 왔다. 마침 며칠 전에 메타버스를 다룬 tv프로그램을 봤는데. 안 봤으면 뜬금 없이 웬 가상 캐릭터?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메타버스를 향한 큰 그림인가!’ 너스레를 떨며 답장을 보냈다. 가볍게 던진 메시지는 신호탄이 되어 우리는 사이버 가수 '아담'부터 버츄얼 인플루언서 '로지'까지 소환하며 한참동안 상상의 나래를 펼쳤더랬다.





내가 봤던 tv프로그램은 tvN의 <미래수업>이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극변한 미래를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배운다. 정통 다큐멘터리와 달리 발랄한 그래픽 효과와 패널 간 유쾌한 질의응답 때문에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회사에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메타버스를 다룬 회차를 이곳에 정리해보기로.




메타버스란?

Meta(가상)와 Universe(세계)의 합성어로, 가상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는 4개 영역으로 나뉜다. 아래는 ASF 자료를 재인용한 이미지다.

그렇다, 그 버스가 아니다.




메타버스가 뜨는 이유


➊ 경제활동

현재 대표적인 메타버스로 네이버제트가 만든 '제페토'를 소개했다. 3D 아바타가 가상세계를 누비며 다른 사용자와 소통하는 환경을 보니 어릴 적에 즐겨한 싸이월드가 떠올랐다. 도토리로 내 홈피와 미니미를 꾸미고 파도타기로 친구들 홈피를 구경하는 활동이 제페토와 비슷했다. 하지만 홀연히 추억 속으로 사라졌는데 그 이유를 돈을 벌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해결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페토에서는 아바타가 착용하는 아이템을 단순히 구매만 하지 않는다. 직접 모델링해서 판매할 수도 있다. 지금은 아이템을 넘어 공간도 만드는데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능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툴만 능숙히 다룰 줄 안다면 누구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➋ 수평관계

예로 든 실험이 인상적이었다.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조정석에 탑승했다. 누가 비행기를 운행할 때 사고 발생 빈도수가 높을까? 정답은 기장이 운행할 때다. 왜냐하면 기장은 부기장에게 쉽게 피드백을 주지만, 부기장은 기장에게 피드백을 주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 하시겠지, 라고 생각하고 만단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개인정보(이름, 성별, 외모 등)가 노출되지 않으니, 모두 같은 선상에서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 적극적인 곳은

여러 업계가 메타버스에 발을 들이고 있지만,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적극적이라고 한다. 실제 셀럽의 물리적 한계를 메타버스에서 해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몇 가지 사례가 떠올랐다.



➊ 블랙핑크

아니, 뮤직비디오에 제페토를? 작년 말, 블랙핑크와 셀레나고메즈의 놀라운 콜라보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들은 코로나 때문에 대면 작업을 하지 못했고 함께 하는 무대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다섯 명이 함께하는 무대를 보고 싶은 팬들이 많았을터. 제페토로 구현한 무대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으리라 생각한다. 오피셜 뮤직비디오와 아주 유사한 환경과 의상은 물론이고,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음방 못지않은 카메라 워킹에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봤다.

비슷한 시기에 제페토로 버츄얼 팬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➋ 에스파

메타버스하면 연상되는 k-pop 그룹이 있다면 아마 에스파가 아닐까. 최근 즐겨보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들리는 노래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에스파가 부른 'Next Level'이다. 관심 있는 가수가 신곡을 발매했다고 하면 뮤직비디오를 먼저 챙겨보는 나로서는 에스파의 뮤직비디오가 궁금했다. 어? 신기한 게 나오네?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꽤 오래 전부터 셀럽과 AI가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SMCU라는 독특하고도 거대한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탄생한 그룹이 에스파라고. 현실세계의 실제 멤버 4명과 가상세계의 아바타 멤버 4명으로 구성된, 굉장히 실험적인 그룹이다. 앞으로 어떤 음악과 퍼포먼스로 세계관을 풀어갈지, 어떤 기술과 결부해 색다른 콘텐츠로 만들어낼지 지켜볼 만 하겠다.



➌ 로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댄서 한 명이 춤을 추는데, 처음엔 노트북이나 블루투스 이어폰 같은 전자 기기 광고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에 뜨는 로고가 신한라이프? 오, 보험사 광고였구나. 통상 봐왔던 보험사 광고와 다르게 젊은 느낌이 난다 싶었다.

신한라이프 광고 속 댄서, 가상인간이래!’ 친구가 어느날 나한테 말했다. 말도 안 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이미 팔로워 수도 많고 피드에 달린 댓글을 보니 실제 사람과 소통하는 듯했다.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에 따르면,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외모와 공감할 만한 취미와 일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보니 메타버스를 다룰 때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고도화된 기술로 어떤 스토리를, 어떻게 스토리텔링 할 것인가. 충분히 흥미를 끌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다양한 수단으로 전하는 일, 위 사례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이유가 아닐까.




대체 불가능 토큰 (Non Fungible Token)

쉬운 위조와 복제는 디지털 가상세계의 큰 문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원본에 고유한 코드를 부여해 원본을 증명하는 기술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NFT를 활용한 사례가 있는데 미국의 한 디지털 아티스트가 만든 <매일: 처음의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작품이다. 놀라운 점은 경매에서 작품 원본 파일이 무려 780억원에 낙찰된 것이다. 원본이란 사실을 증명했고 가치를 인정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편집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한다. 작업물이 디지털 파일로 존재하기에 보관과 수정은 용이하지만 역시 쉽게 복제된다는 문제가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창작물이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쓰이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NFT기술의 보편화로 창작자가 직접 본인 작품에 코드를 부여함으로써, 가치와 권리를 지키며 창작활동과 경제활동을 무던히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변하지 않는 본질

제페토의 이용자 90%가 외국인, 그중 80%가 10대라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가상세계에 중독될까 염려하는데. 뇌 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 보자 한다. 왜 아이들이 가상세계에 빠지는가. 자기 결정 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자율성, 성취감, 그리고 연결감이 필요하다고 한다. 행복을 만드는 세 가지 기본 조건이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메타버스 같은 환경이나 스마트폰 같은 수단을 찾는 것이라 말한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고 현란하게 바뀐다고 해도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는 변하지 않는다. 그가 말한대로 막연히 기술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오가며 건강한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 엘런 케이 Alan Curtis 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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