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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Apr 27. 2022

[20220423] 12. 서북4산 백안인북

한줄요약: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동네 김밥 맛집에서 20분 줄을 서서 맛난 김밥을 포장해 녹번역으로 출발.

3번 출구에서 만나 오전 10시, 들머리인 백련산 초입으로 향한다.

백련산은 진짜 동네 뒷동산 느낌인데 (고양이도 산책하는!?) 의외로 중간중간 암릉 구간이 있긴 하지만 바로 옆에 데크로 잘 정비해두어서 아무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북한산을 등지고 가는 지라 조금만 올라도 북한산 조망이 훤히 트여 가성비가 아주 좋은 산이었다.

백련산을 내려와 길을 건너고 홍제천으로 향한다.

백로(인지 왜가리인지 모르는 알못)가 고요히 볕을 쪼이고 엄마 따라 나들이 나선 아기오리들이 헤엄치는 평화로운 풍경을 따라 잠시 걷다 보면 맞은편에 커다란 인공폭포가 보인다.

오종종 돌다리를 건너 물레방아 옆 숲 속 쉼터 계단을 오르면 급작스레 펼쳐지는 꽃밭.

색색별 튤립과 진달래, 철쭉이 만개한 (커플천국) 꽃동산의 인파를 헤치고 안산둘레길로 들어선다.

그새 벚꽃이 다 져버렸네, 라는 동네 주민 아주머니의 투정에도 황매화(꽃알못의 네이버 찬스)가 만발한 덕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안산의 정상인 봉수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매우 여러 갈래였지만 우리의 선택은 조금 둘러가더라도 메타세쿼이어 길!

연두연두한 새순이 봄의 안온함을 전해주고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어 나무 사이의 햇살과 바람이 포근한 봄기운을 더해준다.

봄꽃은 만발인데 날씨는 벌써 여름인 듯 마지막 봉수대까지의 깔딱에서는 연신 얼음물을 들이켠다.

다음 목표인 맞은편 인왕산을 잠시 굽어보고 봉수대 아래켠에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는다.

아침에 줄 서 사온 김밥은 엄마가 집에서 싸준 김밥 맛이라 뭔가 든든하게 속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든든히 먹고 이제 인왕산으로 건너가기 위해 무악재 하늘다리로 향한다.

야등으로 종종 왔던 인왕산이었지만 밝을 때 보니 그 자태가 더 웅장하고 위엄이 넘친다.

주말이라 다리 후들거리며 하산하는 레깅스 차림의 등린이들의 모습을 보니 남산둘레길에서도 헉헉대던 나의 과거가 잠시 스쳐 지나간다.

정상 직전의 깔딱 계단을 오르고 나니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자리를 제대로 잡고 계신다.

무겁게 들고 오르셨을 아이스크림 박스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 드리려고 우리 일행도 하나씩 입에 물고 더위를 식혀본다.

마지막 목적지인 북악산을 바라보며 윤동주 문학관 쪽으로 하산한다.

예상을 웃도는 더운 날씨에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어 가는데 사람들 북적북적한 부암동 번화가에 도착하자 알록달록한 빵집, 커피숍, 빙수집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카페인 충전이 필요한 친구들은 일단 커피를 사러 커피숍으로 들어가고, 나는 들고 간 물 두 통이 바닥난 관계로 마트에 들어섰는데 같이 물을 사러 간 일행 두 명이 중탈을 선언한다.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해서 음료도 사지 않고 커피숍으로 향했는데 카페인을 섭취한 덕인지 쌩쌩해진 친구들이 살살 나를 달랜다.

북악산 코스를 원래 계획보다 짧게 가더라도 일단 목표대로 1일 4산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창의문 안내소에서 출입증 목걸이를 받고 북악산 산행 시작.

북악산은 성곽길을 따라 정상까지 그냥 쭈우우욱 해가 잘 드는 계단뿐이다.

지난주 북한산에서는 급경사에 허벅지가 털렸는데 오늘은 긴 코스에 발목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발목에 무리가 되지 않게 허벅지와 종아리보다 엉덩이에 힘이 실리도록 의식적으로 되새기고, 발목이 아픈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도록 계단 개수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그렇게 꾸역꾸역 오른다.

자꾸 뒤처지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한참을 기다려주고 넉넉하게 쉬게 해 준 친구 덕에 다시 힘을 내서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올라 만난 북악산 정상석에서 뿌듯함에 인증샷도 찍어주고 한숨 돌린 뒤 국민대 쪽보다는 짧은 삼청안내소로 날머리를 정한다.

북악산은 보안 때문인지 정해진 탐방로로만 다녀야 해서 거의 데크와 계단길이라서 오르내리는 자체가 즐거운 건 아니었지만 (내가 지쳐서일지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다 개방된 지 이제 1년여라서인지 울창한 수풀과 다양한 수종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긴 계단길을 터덜터덜 한발한발 내려오니 드디어 만난 삼청안내소.

오후 4시, 출입증을 다시 반납하고 삼청동 익숙한 거리에 들어서니 드디어 1일 4산을 달성했구나 실감이 났다.

삼청동 식당가는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 많아서 계속 내려오다 보니 우리는 결국 북촌의 황생가까지 걷게 되었다.

미슐랭 맛집에서 칼국수와 만둣국, 왕만두로 바닥난 에너지를 채워주고 다시 또 안국역까지 걷고 걸어 집으로 돌아간다.

혼자였다면 결코 끝까지 걷지 못했을 텐데, 잘한다 잘한다 응원해주고 으쌰으쌰 북돋아주는 동행이 있었기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속도를 늦추어 함께 곁을 내어주는 이들에게 매우 고마웠던 하루.

이렇게 산이 좋은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다.


[요약]

1. 코스: 녹번역 - 백련산 - 홍제천 - 안산 - 무악재 하늘다리 - 인왕산 - 북악산 창의문안내소 - 북악산 삼청안내소, 15km, 6시간 운행

2. 기온: 13/25

3. 착장

- 상의: 나이키 드라이핏 긴팔,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 하의: 빅토리아 시크릿 레깅스

4. 기타 준비물

- 선크림, 노스페이스 버킷햇

5. 장점: 서울 산 도장깨기, 1일 4산의 뿌듯함

6. 단점: 마지막 북악산 정상까지 계단지옥, 총 3만 보 넘게 걸어서 발목 털림

7. 다음 방문 계획: 북악산 남측도 한 번 가보자 (북악만 따로 ㅋㅋ)


[별점]

1. 난이도: 2 (둘레길 살방 느낌으로 걷다가 심심해질 무렵 깔딱 조금)

2. 풍경: 4.0 (봄꽃과 봄나무 특유의 연두연두 너무 예쁨)

3. 추천: 4.0


[오늘의 교훈]

1. 발목 강화 훈련이 필요하다.

2. 다음 주부턴 무조건 반팔 입고 아침 일찍 출발하자.

3. 아디다스 테렉스도 나쁘진 않았지만 10킬로 넘어가니 테크니카가 생각나더라

4. 체력 안배상 북인안백이 나을 지도...

5. 백안인북도 힘들었는데 백안인북북(한산)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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