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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Apr 19. 2022

[20220416] 11. 북한산 진달래 능선

한줄요약: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북한산에 뿌리우리다


산행이라고 하기엔 멋쩍어 따로 적진 않았지만 지난달 응봉산에서 개나리를 원 없이 보고 왔더랬다.

지난주에는 우리앞동산인 남산에서 흐드러지는 벚꽃구경도 했고.

벚꽃이 슬슬 져가는 봄 날씨에 오늘은 진달래 구경을 하러 북한산으로 고고!

북한산우이역에서 만남의 광장을 지나 진달래 능선 고갯길로 빠진다.

워밍업도 안 된 상태에서 초반 업힐을 하다 보니 숨이 턱턱 막히지만 진달래꽃 사이로 보이는 북한산 조망을 눈요기하며 업업!

능선길을 따라 대동문까지 올라 잠시 숨을 고르고 고즈넉한 성문길을 따라 걷는다.

등린이는 이름도 모르는 봉우리 봉우리를 굽이보며 눈호강하며 걷다 용암문에 도착.

난 간단히 누룽지를 먹긴 했지만 아침을 거르고 온 일행이 많아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다.

이영자 맛집에서 묵은지참치김밥을 비롯, 매콤멸치, 시래기, 크림치즈, 소고기김밥까지 골고루 맛보며 배를 채운다.

생일 맞은 친구를 위해 구워온 브라우니 케이크에 다른 구가 준비해온 휘핑크림을 얹고 초를 꽂고 다른 친구가 따온 예쁜 진달래로 세상에 하나뿐인 고운 생일케이크를 완성한다.

국립공원이니 초에 불을 붙이진 않았지만 마음을 담아 신나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산쟁이답게 산에서 생파 성공!

따듯한 커피와 홍차를 곁들여 브라우니까지 해치우고 슈가 하이에 힘입어 백운봉암문으로 출발.

백운대 오르는 계단은 오늘도 역시나 산객들의 긴 행렬이 이어진다.

언젠가 평일에 백운대를 오를 수 있기를, 가능하다면 운해가 멋진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오늘은 쿨하게 패스.

백운봉암문을 지나고 나니 자꾸자꾸 내리막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영봉을 찍고 갈 계획이라 분명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계속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체감상 거의 절반은 내려온 거 아닌가 싶을 무렵, 갈림길 이정표에서 드디어 영봉을 발견한다.

영봉을 올라채는 언덕길은 꽤 가파르다.

내려오다 다시 올라서인지 슈가 하이가 이제 다 바닥난 것인지 조금 힘에 부치는 느낌도 들지만 진달래능선보다도 훨씬 더 풍성한 진달래 꽃길 덕에 조금이나마 응원받는 느낌으로 한발짝씩 디뎌본다.

영봉 정상에 오르니 마치 예전 사진관의 빼다(배경)마냥 too good to be true한 풍경이 펼쳐진다.

원래도 웅장한 암릉미 뿜뿜한 북한산이지만 신록의 새순들과 곳곳의 분홍빛 진달래가 봄날의 화사함을 더해준다.

설산 이후 휑한 흙길만 다니던 산우들이 모두 신이 나 핸드폰을 꺼내 들고 이 각도 저 각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가파르게 내려가는 비탈길이다. 설상가상으로 바닥은 온통 울퉁불퉁 너덜겅이다.

처음 신은 니삭스가 생각보다 바닥이 두껍지 않은 건지 슬슬 발바닥이 뜨거워진다.

발바닥에서부터 시작된 불편함은 무릎을 지나 허벅지까지 올라오고 급기야 스틱을 쥐고도 자꾸 삐걱거리며 걷게 된다.

이 다리가 네 다리냐 싶은 지경에 이르러서야 벚나무가 보이기 시작하고 드디어 평지에 도착하지만 북한산우이역까지는 이후로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드디어 역에 도착하고, 질질 끌리는 다리를 주물주물 풀어주며 오늘 산행도 마무리.

언제 봐도 멋진 북한산이지만, 언제 와도 힘든 북한산.

어느 날에는 백운대의 운해가 멋진 일출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등린이의 봄맞이 보람찬 북한산 진달래 꽃놀이는 이렇게 끝!


[요약]

1. 코스: 북한산우이역 - 진달래능선 - 대동문 - 용암문 - 백운봉암문 - 영봉 - 육모정고개 - 북한산우이역 원점회귀, 12km, 6시간 운행

2. 기온: 11/20

3. 착장

- 상의: 안다르 메쉬 집업, 코오롱스포츠 바람막이

- 하의: 젝시믹스 레깅스

4. 기타 준비물

- 등산 스틱, 선크림

5. 장점: 평생 본 진달래보다 오늘 하루 본 진달래가 더 많음

6. 단점: 영봉에서 내려오는 하산길은 가파른 너덜길이라 오래간만에 무릎 털림

7. 다음 방문 계획: 언제 와도 멋진 북한산

[별점]

1. 난이도: 3.5 (초반부는 무난했으나 영봉 오르내리기 빡셈)

2. 풍경: 4.0 (암릉 곳곳과 능선길을 수놓은 어여쁜 진달래)

3. 추천: 4.0

[오늘의 교훈]

1. 진달래는 진달래능선보다 영봉 오르내리는 길이 짱!

2. 울양말이 아니면 꼭 인진지 이너 양말을 신어 주자.

3. 산에는 4계절이 있으니 바람막이는 꼭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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