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사실 내 비루한 글들을 브런치북으로 만든다는 것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브런치북이라면 독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가 있거나,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서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내 글들은 딱히 거기에 부합하는 게 없다고 느껴졌다. 애초에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나를 위로하고 정리해 보려 쓴 글이기도 했다.
그래도 쓰다 보니 욕심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는 생각이 날 지나친 자기검열로 몰아넣었다. 나 혼자만 힘든 것도 아닌데 너무 징징대는 건 아닐까? 너무 어둡기만 한 건 아닐까?
그래도 여차저차 난 내 병원생활을 몇 개의 글로 일단락 지었다. 어떤 글이 됐건 내 다짐을 지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이제 그 마무리로서 브런치북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사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이제부터 알아볼 참이다.
많은 책들이, 브런치 작가분들이, 쓰는 행위에 대해 예찬을 한다. 그들은 씀으로써 얻어지는 것들을 몸소 느껴보라고 한다.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정말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을 얻어 뭐라도 써보고 싶어 진다.
난 이제 겨우 열 댓개 남짓한 글을 써 봤지만, 그분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쓰면서 과거를 추억해 보고 내 마음을 다잡아보고 내 하루가 훨씬 더 밀도 있게 변하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조회수도 얼마 안 되지만 내 글에 항상 하트를 달아주는 얼굴도 모르는 몇몇 분들에게도 내적 친밀감을 느낀다. 방안에 혼자 앉아 쓰고 있어도 외롭지 않은 느낌이었다. 감사한 마음은 말해 무엇하랴.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단계가 되자 정말 오래간만에 성취감이라는 것도 느껴본다.
하나를 마무리 지었으니 또다시 시작하고 도전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환자로서 구구절절 어두운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더 밝은 글을 써 보고 싶다. 브런치를 쓰면서 정말 내 마음이 훨씬 더 밝아지기도 했다. 그게 일기와 브런치의 다른 점이 아닐까 싶다. 둘 다 뭐든 쓰고 토해낼 수 있지만, 일기는 나만 볼 수 있다. 하지만 브런치는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주고 있다는 위로를 덤으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