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사회환경속에서 청소년 활동의 새로운 방향 모색
청소년활동 정책의 재구조화 논의
한국의 청소년 활동 영역은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더 이상 부분적 보완이나 소규모 정책 조정으로 해결될 단계가 아니다. 지난 20~30년간 유지되어 온 정책 구조는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청소년을 둘러싼 위험지표는 높아지고, 활동의 정당성은 약화되고, 예산 구조는 복지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 모든 조짐은 우리가 익숙하게 의존해온 틀의 수명을 다했음을 말해준다.
최근 한국청소년활동학회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2025 한국청소년활동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제시된 여러 전문가들의 진단은 이 위기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날 김정율 학회장(한국청소년활동학회)은 환영사를 통해 청소년 정책이 30여 년 전 만들어진 틀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언급하며, 정책이 시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청소년정책위원회 논의가 대부분 주거·복지 중심으로 채워져 있었다는 지적은, 청소년 활동이 정책 구조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으로 밀려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기조 강연을 맡은 김태균 교수(성산효대학원대학교) 역시 2004년 이후 신규 법령이 사실상 멈췄다고 진단하며, 청소년 활동을 중심으로 한 정책적 상상력 자체가 정지된 현실을 지적한다. 예산 구조 또한 복지·보호는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활동 예산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이는 구조적으로 활동의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청소년 활동의 의미를 되짚고, 정책적·사회적 조건을 재정립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이다.
본 칼럼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토대로, 한국 청소년 활동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의 본질을 분석하고, 향후 우리가 새롭게 구축해야 할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청소년 정책의 기본 구조는 지난 20여 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 청소년기본법, 활동진흥법, 복지지원법 등이 제정되던 시기는 청소년 정책의 일대 전환기였지만, 그 이후의 시기는 정체에 가깝다. 법령의 부분 개정은 이루어졌으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담아낼 만한 변화는 부재했다.
문제는 법령뿐이 아니다. 정책 결정의 흐름 자체가 복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청소년 정책의 핵심 자리는 주로 보호·복지 의제로 채워지며, 활동은 정책 선택지의 주요 항목에서 빠져 있다. 이는 청소년 활동 정책의 약화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활동 기반이 국가 정책 내에서 사라질 위험을 내포한다.
김태균 교수의 기조 강연 내용을 보면 전부 복지였다고 지적한 대목은 단지 한 강연의 분위기가 아니다. 이는 한국 청소년 정책의 흐름을 요약한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이 복지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시대가치를 반영한 측면도 있으나, 문제는 균형이다. 복지·보호가 강화되는 만큼, 청소년의 성장을 중심에 둔 활동 기반도 함께 확장되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정책 구조가 이 균형을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활동이 정책의 주변부로 밀려나면, 활동의 질적 발전도 함께 정체된다. 예산 투입이 미비하면 활동 프로그램은 안전하게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만 구성되며, 도전적·창의적 활동은 점차 사라진다. 결국 정책의 방향은 현장의 변화까지 제약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보완이 아니다. 청소년 활동을 중심에 둔 새로운 정책 체계를 설계하는 일, 즉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다.
청소년 활동의 본질은 무엇인가? 움직임, 도전, 참여, 공동체 경험, 관계 형성, 새로운 기회 탐색. 본질적 요소를 열거하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공통된 핵심은 하나다. 청소년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김태균 교수는 활동은 엉덩이를 떼게 하는 것이라는 직설적 표현으로 이 본질을 짚었다. 그러나 한국 청소년은 하루 평균 11시간을 앉아 보내고 있으며,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청소년은 7명 중 1명에 달한다. 이는 신체·정서 영역 모두에서 청소년의 활동량 부족이 명확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활동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움직임보다 앉아 있음이 더 많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상당수가 평생교육 방식, 강의식 전달, 단순 참여형 활동으로 구성된다. 이는 편리하지만, 청소년 활동의 본질적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지도자의 부담 증가, 안전 책임 강화로 인한 모험 활동 축소, 예산과 인력의 부족, 활동의 효과성을 증명하는 체계 부재, 활동에 대한 사회적 기대 하락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특히 마지막 요소는 결정적이다. 활동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면, 정책 테이블에서도 활동은 있으면 좋은 것으로 그쳐버린다.
김태균 교수가 활동의 효과를 이제는 수치와 증거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증거 기반 논리 없이 예산과 정책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년 활동은 좋은 활동을 넘어 근거 기반 활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사회적 관계성, 스트레스 회복탄력성 등에 긍정적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는 이미 충분하다. 이를 정책 설계에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청소년의 삶을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 앞에 서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의 심화, 지역 공동체 붕괴와 청소년 관계망 약화, 신체활동 감소와 건강지표 악화, 가정·학교·지역사회 기능의 불균형. 이 변화는 서로 독립된 문제가 아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사용 증가는 신체활동 감소와 연결되고, 정신건강 저하와도 관련되며, 지역 공동체의 약화는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킨다. 이 복합적 위기 속에서 청소년 활동의 역할은 더 커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활동은 정책 테이블에서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고, 현장에서는 위험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변화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실제 요구와 활동의 기획 방향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청소년 활동의 역할을 다시 규정하는 일이다. 활동이 단지 즐거운 경험을 넘어, 세 가지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첫째, 청소년의 건강 회복 기반으로서의 활동이다. 신체활동·자연활동·관계활동은 모두 정신건강과 회복탄력성 향상에 효과적이다.
둘째, 지역사회 재구성의 핵심 플랫폼으로서의 활동이다. 지역 단위 네트워크는 활동을 중심으로 재구축될 필요가 있다.
셋째, 사회적 연결망을 회복하는 매개자로서의 활동이다. 청소년의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 활동이다.
활동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할 때에만 활동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정책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봉책이 아니다. 청소년 활동을 둘러싼 모든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새 판 짜기다.
한국청소년활동학회는 다음의 네 가지 과제를 우선적으로 강조한다.
첫째, 정책·법령 구조의 대전환이다. 활동 중심의 새로운 법·제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존 법령은 보완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증거 기반 활동 체계 구축이다. 활동 효과 연구를 국가 단위에서 통합하고, 이를 정책과 예산 결정의 핵심 근거로 삼아야 한다.
셋째, 청소년 활동의 본질 회복이다. 움직임·도전·관계·공동체를 중심으로 활동 프로그램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안전 중심으로 축소된 활동은 청소년에게 실질적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넷째, 지역 기반 활동 생태계 구축이다. 지자체·학교·지역기관·민간단체가 활동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단일 기관이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한국의 청소년 정책과 활동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정책과 예산의 방향, 사회적 인식, 현장의 실행 체계가 모두 변화하지 않는다면, 활동은 점점 더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청소년의 건강과 관계망, 사회적 회복력의 약화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에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청소년 활동은 단지 하나의 사업 영역이 아니다. 청소년의 삶을 지탱하고, 회복시키고, 성장시키는 공공 플랫폼이다.
지금이 변화의 적기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낡은 틀을 넘어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논의가 국가와 지역, 학계와 현장에서 동시에 본격화되어야 한다.
청소년 지도자들은 그 변화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청소년 활동이 다시금 한국 사회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제안·현장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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