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나라를 세우고, 평화로 세계를 품다

유네스코가 다시 불러낸 김구 사상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by coffeetrip

(아래의 글은 본 필자가 국가브랜드진흥원 산하 브랜드뉴스의 필진 기자로서 2026년 1월 12일에 게재한 칼럼을 발췌하였습니다.)




[임준 박사의 청소년 칼럼] 문화로 나라를 세우고, 평화로 세계를 품다


유네스코가 다시 불러낸 김구 사상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11444_13479_015.png 백범 김구 선생. 출처: 백범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http://www.kimkoo.or.kr/main/)


2026년, 유네스코는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공식 지정하였다³. 이는 단순히 한 나라의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상징적 결정이 아니다. 유네스코가 김구를 기념한다는 것은, 그의 삶과 사상이 특정 시대와 민족의 기억을 넘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여전히 유효한 답을 제공하고 있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했다는 뜻이다.


김구 선생을 떠올릴 때 많은 이들은 먼저 '독립운동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상하이 임시정부 주석, 한인애국단 조직, 윤봉길·이봉창 의거 지원 등 그의 삶은 치열한 투쟁의 연속이었다¹. 그러나 김구의 진정한 위대함은 무장 독립운동을 넘어선다. 그의 사상의 핵심에는 언제나 '문화'와 '사람'이 있었다. 김구는 총과 칼로 독립을 쟁취할 수는 있지만, 그 나라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사람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문화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김구 선생이 『백범일지』에서 남긴 가장 유명한 구절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다만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대목이다¹. 이 문장은 자주 인용되지만, 그 깊이는 충분히 곱씹히지 못했다. 여기서 김구가 말한 '아름다운 나라'란 단순한 미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힘과 지배가 아닌, 문화와 인격, 평화의 가치로 세계와 관계 맺는 국가의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제도,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교육을 갖춘 나라다. 그는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명확히 밝혔다².


11444_13478_5612.png 백범일지. 출처: 백범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http://www.kimkoo.or.kr/main/)


이 지점에서 김구 사상은 오늘날 더욱 강력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지금 기술 경쟁, 군사적 긴장, 경제 블록화가 일상화된 세계를 살고 있다. 국가의 힘은 여전히 GDP, 군사력, 기술 패권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동시에 이 힘의 논리는 끊임없는 갈등과 배제를 낳고 있다. 김구는 이미 20세기 중반, 이러한 세계의 위험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는 강대국의 논리에 편승하는 나라가 아니라, 문화로 존중받는 나라만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았다.


유네스코가 김구를 기념 인물로 선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³. 유네스코의 핵심 가치인 '교육·과학·문화에 기반한 평화'는 김구가 평생 강조해온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유네스코 헌장은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라고 명시하며, 평화는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 위에 건설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⁴. 김구가 인류 불행의 근본 원인을 '인의(仁義)와 자비, 사랑의 부족'으로 진단하고 이를 함양하는 유일한 길이 '문화'라고 역설²한 것은 유네스코의 '평화의 문화' 이념을 수십 년 앞서 통찰한 것이다.


11444_13477_5534.png 백범 김구 선생을 2026년 유네스코 기념해로 공식 지정 결의한 제43차 유네스코총회. 출처: 유네스코한국위원회(https://unesco.or.kr/251102_01/)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김구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과연 '아름다운 나라'를 향해 가고 있는가. 2024년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5천 달러를 넘어섰고,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⁷. 그러나 2023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사회적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5.3점에 불과했고⁵,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는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OECD 평균보다 높다고 보고했다⁶. 세대, 계층, 이념, 문화의 균열은 일상이 되었고, 타인에 대한 혐오와 배제는 공공연한 언어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김구가 꿈꾸었던 나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김구 사상이 오늘날 더욱 중요하게 읽혀야 하는 지점은 '평화'에 대한 그의 관점이다. 김구에게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¹.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않는 상태,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는 관계의 질이었다. 그는 독립운동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무차별적 폭력이나 증오의 확산을 경계했다. 이는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같은 국제 분쟁과 세계 곳곳에서 심화되는 혐오 범죄, 사회적 양극화가 만연한 시대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김구 사상의 '국제성'이다. 그는 민족주의자였지만, 배타적 민족주의자는 아니었다. 김구가 말한 민족의 자존은 타 민족을 억압하는 힘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문화적 성숙에서 나온다. 그는 한국의 독립이 곧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². 이는 오늘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한 경제 협력이나 군사 동맹을 넘어, 문화 교류와 교육 지원, 평화 중재와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화 외교'의 방향성을 김구는 이미 제시했던 것이다. 실제로 한국이 K-컬처의 세계적 확산, 유네스코 등재 유산의 보존과 공유, 개발도상국 교육 지원 등에서 보이는 성과는 김구가 꿈꾸었던 '문화로 세계를 품는'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문화 강국이라는 말은 이제 익숙한 표현이 되었지만, 김구가 말한 문화의 힘은 단순한 콘텐츠 수출이나 국가 브랜드 전략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품격이며, 인간에 대한 태도의 총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김구 사상은 오늘날 교육 현장, 특히 아동·청소년 교육에 매우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경쟁과 성취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묻는 교육,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야말로 김구가 꿈꾸었던 나라의 토대다.


11444_13480_189.png kbc 뉴스(25.6.23) 한국은 어떻게 문화강국이 됐나. 출처: kbs(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85240)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암기와 시험이 아닌 토론과 협력을 통한 학습, 경쟁자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관계 맺기, 성적이 아닌 인성과 시민성을 키우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유네스코가 추진하는 세계시민교육이 바로 이러한 방향을 지향하며, 김구를 기념한다는 것은 이 질문을 세계 시민 교육의 차원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³.


2026년은 단지 기념의 해로 끝나서는 안 된다. 김구를 추모하는 행사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욱 냉정하게 자문해야 한다. 그의 말과 삶이 오늘 우리의 선택과 정책, 교육과 문화 속에 실제로 반영되고 있는가를 말이다. 김구를 존경한다는 말은 그의 사진을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그의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묻는 데서 시작된다.


김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나라의 힘은 총과 돈이 아니라 사람이며, 사람의 힘은 문화와 교육에서 나온다는 것을. 유네스코가 김구를 다시 불러낸 지금, 우리는 그를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거울로 읽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념사업이 아니라 실천이며, 찬사가 아니라 성찰이다. 그것이야말로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진정한 과제일 것이다.



참고문헌

1. 김구(1947), 『백범일지』, 국사편찬위원회.

2. 김구(1947), 『나의 소원』, 다빈치, http://www.davincimap.co.kr/davBase/Source/davSource.jsp?Job=Body&SourID=SOUR001794&Lang=xxx&Page=3.

3. 유네스코한국위원회(2025), "문화의 힘으로 평화를 꿈꼈던 지도자,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 지정", https://unesco.or.kr/251102_01/.

4. UNESCO(1945), 『유네스코 헌장(UNESCO Constitution)』.

5. 통계청(2023), 『사회조사』.

6. 한국행정연구원(2023), 『사회통합실태조사』.

7. OECD(2024), 『Economic Outlook Data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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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브랜드뉴스(BRAND NEWS)(https://www.ibrandnews.com)

https://www.ibran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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