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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규연 변호사 Jan 05. 2023

더 글로리 송혜교에게 필요한 3가지

경규연 변호사 칼럼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보자.” - 더 글로리 中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문동은 (송혜교)은 학교폭력 피해자다. 박연진 (임지연)을 비롯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문동은의 팔을 고데기로 지지는 등 잔인한 학교폭력을 행사하고 문동은은 결국 자퇴한다. 그리고 복수를 시작한다.



더 글로리를 보는 내내 문동은이 너무 안타까웠다. 문동은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했다.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학교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무도 문동은을 도와주지 않았다. 문동은을 도우려고 했던 유일한 사람인 보건 선생님은 퇴직을 당했다. 



더 글로리 문동은에게 다음 3가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진 출처 : 넷플릭스



1. 주변 학생들의 도움



“소희가 당할 때 전 방관자였어요. 그러다 제가 피해자가 됐고 그래서 이제 저는 가해자가 되려고 합니다. 좀 늦었지만 방관하지 않으려고요.” - 더 글로리 中



문동은은 첫 번째 학교폭력 피해자가 아니었다. 문동은 이전에 윤소희가 있었고 이후에 김경란이 있었다. 윤소희가 학교폭력을 당할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문동은이 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윤소희가 처음에 학교폭력을 당할 때 같은 반 학생들이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윤소희의 편에 서서 학교폭력 증거를 수집하고 대신 신고를 하면서 힘을 보태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여러 명이 동시에 목소리를 내면 학교폭력 가해자는 절대로 똑같이 행동할 수 없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나와 상관없다고 피하고 방관하면 결국 교실은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분위기가 된다. 그리고 그다음 피해자는 내가 될 수 있다. 문동은처럼. 김경란처럼.



사진 출처 : 넷플릭스



2. 실효성 있는 학교폭력 대책 



“네가 팔이 부러졌어, 다리가 부러졌어? 사지 멀쩡하게 잘도 돌아다니는데 뭐가 폭력이야? 뭐가 방관이야! 너 그 정도면 정신병자야 알아? 친구끼리 한 대 때릴 수도 있는거고!” - 더 글로리 中



더 글로리의 학창시절 배경은 2004년이다. 공교롭게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약칭: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 및 시행된 해도 2004년이다. 하지만 이 당시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문동은과 같은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부족했다. 



2011년 대구 중학생이 집단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했고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학교폭력예방법은 2012년 대폭 개정되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와 가해학생 학부모 특별교육이 의무화되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치료비를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선보상 후, 가해학생 학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는 등 피해학생 보호 조치가 강화되었다. 학교폭력을 축소 또는 은폐한 교원은 징계를 받게 되었고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도입되었다.



학교폭력 민원이 급증하여 학교폭력예방법은 2020년 다시 크게 개정되었다. 학교에 구성되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폐지되고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신설되었다. 학교장 자체 해결제가 도입되어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이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폭력 대책은 계속 나오지만 진정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애들 장난 취급하던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3. 가해자의 진심이 담긴 사과



“진심 어린 사과, 뭐 그런 거 받자고 이러는 거 아니지?” - 더 글로리 中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원하는 건 진정성 있는 사과다. 피해 회복의 첫걸음은 가해자의 사과다. 하지만 박연진은 늦었다. 어른이 된 현재도 사과할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만약 지금 한다고 해도 한참 늦었다. 문동은이 경찰에 신고했을 때, 박연진은 그때라도 사과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박연진은 사과하지 않았다.



“장난이었는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학교폭력 피해자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장난’이다.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최악의 사과다. 사과를 망치고 싶다면 사과에 조건을 걸고. 변명을 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면 된다.



그렇다면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구체적인 학교폭력 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된다. 이게 전부다. 





문동은이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주변 학생들이 도와주었다면. 당시 학교폭력 대책이 실효성이 있었다면. 박연진이 늦지 않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적어도 문동은의 영혼이 부서지는 건 막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힘내는 것도 힘들고 지겨운, 전국에 있는 수많은 문동은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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