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나의 삶의 가치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나란 사람을 오로지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20살 이후로 자유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도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90%의 단체여행과 10%의 가족여행이었다. 이는 내 기억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20살 이후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다닌 자유여행은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첫 자유여행인 태국 방콕을 고1 친구와 함께 다녀오면서 나에게 여행메이트를 만들어 주었다. 그전까지는 그저 고1 때 친구였던 아이인데, 지금은 여행 메이트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다.
여행을 하면 새로운 만남이 계속된다. 이제는 여행 메이트가 된 친구와의 여행에서도 새로운 만남은 계속된다. 쉼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를 가도 새로운 만남으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전에는 알지 못했던 정보를 얻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만남을 통해 난생처음 스포츠카를 타보았다. 면허도 없는 나는 나 혼자라면 경험하지 못할 스포츠카를 여행에서 만난 한 사업가분을 통해 타볼 수 있었다. 또한 뚜벅이 여행 중 짐 옮김이라는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 보는 분을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알았고, 꽤 오랜 시간 뚜벅이 여행을 해보았다고 자부했지만 그러한 서비스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안 것이다.
여행을 가면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그저 그 순간을 느끼게 되고 웅장한 자연 앞에 나는 그저 나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제주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는 ‘용머리 해안’이다.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릴 정도로 웅장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제주도의 관광지이다. 용머리해안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물의 깊이에 따라 다른 각각의 바다 색깔에 감탄하게 된다. 그 색은 마치 세상 모든 파란색 물감을 나열해 놓은 것 같다. 바다와 마주 보고 있는 용머리 해안은 웅장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내가 느껴진다. 그러한 자연을 보고 있으면 꾸밈없이 즐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한적한 바닷가, 또는 고즈넉한 시골길이다. 이는 내가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늦은 밤 한적한 바닷가에서 반짝이는 한치잡이 배들을 보며 출렁이는 파도 소리, 선선하게 불어보는 바람 소리,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 작게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면 모든 생각이 비워진다. 내가 온전히 나로 있다는 기분이 들고, 그저 좋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순간이 온다. 이 자체만으로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가 충족되고, 이 순간을 위해 여행을 하곤 한다. 한적한 시골길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느긋하게 걷는 걸음걸이마다 이유 모를 기분 좋음이 느껴지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걷는 고즈넉한 시골길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나의 여행 목적지는 끊임없이 생겨난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춤 상태로 있어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목적지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당분간의 해외여행은 자제해야 하므로 이번 연도에는 우리나라 섬들을 가볼 생각이다. 세부적인 희망사항으로는 날좋은날 해가 진 뒤 배 위에서 별을 보는 것이다. 여행을 하면 느껴지는 자유, 여유,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겐 여행하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주 한 달 살기는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를 모두 다 충족시켜준 완벽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