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행복하다

by 김리아

약 한 달 반 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날이 다가올수록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제주에서의 마지막은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없는 게스트하우스를 보며 씁쓸해하는 사장님이 안쓰러웠다. 유독 게스트하우스에만 집중 단속을 하는 중앙대책본부로 인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고, 결국 없어지지 않을 것 같던 게스트하우스의 파티는 그렇게 금지되었다. 더 나아가 3인 이상 집합 금지로 변경되었고, 대책이 없는 채로 단속을 하던 대책본부는 스태프들이 모여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도 모여있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가족처럼 지내던 직원들이 밥을 같이 먹는다고 주의를 듣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온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사장님과 매니저 오빠는 그분들에게 직원들끼리 밥 한 끼 같이 못 먹냐며 여쭤보았고, 그 말에 그건 아니라며 숙박객이 3명 이상 모여있으면 안 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상황이었고,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전에 없던 상황으로 인해 오후 근무가 없어지는 일이 생겨버렸고, 어느샌가 우리들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 기회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해야 잘 보낼 수 있는지 생각을 한 결과 남는 객실에서 우리들의 만찬을 즐기기로 결정! 두 팀으로 나눠서 한 팀은 장을 보고 나머지 한 팀은 남아서 세팅하기로 했다. 나는 고민 없이 장을 보러 차에 탑승 완료! 장을 볼 생각에 신이 난 상태로 매니저 오빠, 다영 언니, 정훈 오빠와 함께 이마트에 갔다. 와인을 좋아하는 매니저오빠로 인해 도착과 동시에 와인 9병이 카트 속으로... 숙소에서 이마트로 가려면 차로 20분 정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간 김에 사놓겠다는 매니저 오빠였다.


체리, 프링글스, 나초, 치즈볼, 콘치즈 재료를 산 뒤 다시 숙소로 복귀 완료! 콘치즈는 정훈 오빠가 하기로 했고 나머지 음식들을 세팅하러 방으로 갔더니 민기 오빠가 딱새우 버터구이와 딱새우 회를 준비해놨다. 모든 음식과 술이 다 세팅 될 때쯤 콘치즈도 완성! 모든 음식이 준비되고 그렇게 우리들의 MT가 시작되었다. 평소 우리가 지내는 숙소가 아닌 빈 객실에서 모이니 마치 MT를 간듯한 기분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로 인해 꿀꿀했던 기분들은 어느샌가 웃음으로 바뀌어있었고, 어느 정도 배가 차자 MT의 꽃인 좀비 게임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놀던 방은 투룸이었다. 커다란 거실과 방 2개로 이루어진 객실, 각각의 방은 2층 침대 2개로 이루어진 8인실 객실이었다. 그렇기에 8명이 좀비 게임을 하기에도 적합한 방이었다. 두 명을 술래로 정하고 그 둘의 눈을 가린 후 시작된 좀비 게임. 그저 눈을 가리고 술래잡기를 하는 것뿐인데 우리들의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잊을 수 없는 MT를 즐기고 또다시 시련은 찾아왔다.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객실 취소는 계속되었고 우리들의 할 일 또한 사라졌다. 계속해서 오후 근무가 없어지는 상황이 생기자 또다시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파티가 이루어지던 장소에서 우리들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지난번에는 MT 같은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OT를 간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두 팀으로 나눠서 팀 게임을 진행했고, 진 팀이 치킨을 사기로 했다. 게임은 3판 2선승제 병뚜껑 멀리 보내기, 스피드 퀴즈, 인간 제로게임으로 진행되었다. 병뚜껑 멀리 보내기는 테이블 위에서 가장 멀리 보내는 팀이 승리하는 건데 그 결과 우리 팀의 패배. 이어서 한 스피드 퀴즈와 인간 제로게임은 우리 팀의 승리로 인해 우리 팀이 우승이었으나, 이렇게 끝내기 아쉬워서 5판 3선승제로 변경! 바닥에 표시해놓고 그곳에 가까이 던지는 팀이 승리하는 동전 던지기와 신발 던지기 게임을 더 진행했다. 동전 던지기는 우리 팀의 패배, 그러나 신발 던지기는 우리 팀의 승리로 인해 최종적으로 또다시 우리 팀의 우승! 웃음바다였던 경기가 끝나고 공짜 치킨을 먹으며 우리의 OT는 막을 내렸다.


MT와 OT 두 번 다 사장님이 퇴근한 후. 사장님 없이 즐긴 우리들의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8월 31일 영원할 것만 같던 나의 제주 생활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사장님이 내 송별회 때 무엇을 먹고 싶냐고 여쭤보셨지만,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의 송별회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 단어였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끝에 고기와 특수부위를 사 와서 구워 먹자는 결론이 나왔고, 사장님이 운영하는 독채 펜션인 끌림 토리와 끌림 게스트하우스 중에 어디에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끌림 토리로 가서 먹기로 했다.


끌림에는 그들만의 정해진 룰이 있었다. 그건 바로 스태프 생활의 마지막 날 물에 빠트리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 룰을 피해 가지 못했고, 끌림 토리에 있는 수영장에 던져졌다.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버린 나는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내 젖은 몸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가서 꼭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그 결과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옷이 젖었고, 결국 다 함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게 되었다! 물놀이를 한 후 꿀맛 같은 바비큐를 먹으며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배부르게 먹은 뒤 끝나지 않은 물놀이... 잘 가라며 나는 그렇게 또다시 던져졌다. 수십번 던져지고 수영장의 물을 내가 반 이상은 먹은 듯한 기분이 들 때쯤에서야 우리들의 물놀이가 끝이 났다.


격동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끌림으로 돌아와 진정한 나의 송별회가 시작되었다. 마지막인 만큼 다들 평소에 하지 않았던 말들을 나누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사장님은 내가 끌림에 온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끌림에서 생활한 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마지막 날이 다가오니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무엇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니라 그곳에 더 있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그러나 그곳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들이 훨씬 더 컸기에, 졸업하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제주도에서 맞이한 행복했던 모든 순간들이 내 가슴속에 깊이 새겨졌다. 마치 기분 좋은 꿈을 꾼 듯한 느낌이 든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겼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한여름 밤의 꿈 같은 나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 당시 느꼈던 행복이 다시금 내게로 온다. 나의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성공적이었다, 그 순간을 회상하며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