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이 필요한 아이

엄마랑 같이 놀고 싶어요.

by 김리아

요 며칠간 큰아이가 계속해서 미운 행동을 했다. 말을 예쁘게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틈만 나면 툴툴거리고 징징거리기를 반복했다. 매일같이 이 아이를 보는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아이의 행동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이 아이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그러지 않는 아이가 왜 나에게만 이렇게 행동할까? 이 아이는 왜 상황 판단을 전혀 하지 못하는 걸까? 이 아이는 왜 상대방 입장에서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할까? 이 아이는 왜 이렇게 애정을 요구할까? 이 아이는 왜 툴툴거리는 걸까? 등등 수많은 질문이 나 스스로에게 쏟아졌고 하나하나 풀어보니 내게서 나온 답은 하나였다.


이 아이는 지금 엄마의 애정이 필요하다.


내가 이 집에 처음 오고 나서 이 아이는 자신과 함께 놀아주는 어른을 처음 만난 듯했다. 이후 아이는 나에게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선생님 좋아요. 선생님 우리 집에서 살아요. 선생님이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등등 끊임없이 나에게 애정을 줬고 애정을 갈구했다. 이 아이를 만난 초반부터 느꼈지만 이 아이는 애정결핍이다. 엄마와 함께하지 못한 시간에 의해 부모로부터 당연하게 받아야 할 애정을 받지 못했고, 그 애정을 계속해서 다른 누구로부터 갈구했고 갈구하고 있다.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관심을 요구하고,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혼자 놀기를 싫어하고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원한다. 깊게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 아이가 착한 아이고 바른 아이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원래 알던 사람, 새로운 사람 그 누구든 이 아이는 먼저 다가가고 먼저 애정을 표현한다. 그러면 다가오는 호의에 상대방은 그에 걸맞은 칭찬 또는 관심을 보여주곤 한다. 아이는 그 관계에서 만족을 하고 좋은 기분을 유지한다. 이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기에 가능했다.


이 아이가 나에게 요구하는 애정은 좀 다르다. 일주일 동안 가장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하는 이 아이는 나에게서 엄마의 애정을 갈구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아이의 애정을 받아주지 않고, 그걸 받아주지 않기에 이 아이는 나에게 툴툴거린다. 자신의 애정을 거부받기에 자기도 모르게 툴툴거리고 도가 지나치는 말들을 건네곤 한다.


이 아이는 자기중심적이다. 엄마 아빠와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익힌듯하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일이 당연해지고 그 당연함이 이 아이를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더 단단하게 만든 듯하다.


내가 이 아이에게 준 관심은 이 아이에게 당연했고, 이 아이는 그 관심 이상의 애정을 원한다. 이는 내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이고 이 아이의 어머니가 채워줘야 하는 부분이다. 일과 집안일, 삶에 치여 살고 계시는 어머니에게는 안타까운 말씀이지만 현실이다. 기본적인 관심과 애정으로만 케어가 가능한 둘째 아이와는 달리 첫째 아이는 엄마의 사랑과 애정이 필요하다.


퇴근 후 집안일에 치여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어머니는 아이가 요구하는 애정이 벅차기만 하다. 엄마가 집안일을 하느라 놀아주지 못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아이는 엄마와의 시간을 포기한다. 가끔 내가 힘이 들 때"엄마 오시면 엄마랑 같이 해~"라는 나의 말에 아이는 "엄마는 집에 와서 빨래랑 청소해야 해서 저랑 못 놀아줘요."라고 답하곤 한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내가 언제까지나 이 아이의 애정을 채워줄 수는 없는 현실이다.


이 상황을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말을 건네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내가 이런 말씀을 건넬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기에 앞으로 나와 어머니의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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