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만난 아이

마음이 예쁜 언니를 만났어요:)

by 김리아

어느 때와 같이 평화로웠던 날. 날씨가 좋아서 큰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러 갔고, 둘째 아이는 나와 함께 집 앞 놀이터로 나갔다. 놀이터에는 세 자매 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나와있었고, 나와 함께하는 이 아이는 평소와 같이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그네로 달려갔다. 그네를 타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며 놀다가 운동기구로 가서 운동기구를 정상적으로 타다가 앉아서도 타고 손으로 왔다 갔다 하며 놀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꽤 지났을 즈음, 놀이터에 있던 세 자매 중 한 아이만 놀이터에 남은 채 나머지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아이는 그네 옆에 킥보드를 놔둔 채 그네를 탔다. 6살 아이는 언니의 킥보드가 탐이 났는지 곧장 킥보드를 향해 돌진을 했다. 나는 그 모습에 당황하며 그네를 타는 아이에게 “동생이 킥보드 좀 만져도 될까?”라고 물어봤다. 아이의 대답은 “네! 동생이 킥보드 타도 돼요~”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었다. 6살 아이가 킥보드를 제법 타는 모습을 보이길래 안심하며 그네를 타던 아이와 함께 대화를 이어갔다.


“몇 살이야?”라고 물음을 건넸고, “8살이에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아이가 건넨 말은 “저는 친구가 없어요”라는 것이다. 8살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안타까운 말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학교 친구들이 말을 안 해요. 제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 해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제 친구는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 딱 한 명밖에 없어요.”라며 담담하게 말을 했고 그런 말을 들은 나는 “괜찮아, 친구는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리고 친구는 나중에도 더 생길 거야.”라고 말을 해주었다.


이후 그 아이가 둘째 아이를 바라보길래 “동생은 6살인데 말을 못 해. 많이 느려.”라고 말했더니 “왜요? 늦게 태어났어요?”라며 궁금해했다. 8살 아이의 엉뚱함이 나를 미소 짓게 했고 8살 아이가 이해하기엔 조금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아니, 그냥 좀 많이 느려서 그래. 처음부터 그랬어.”라고 대답해주었다. 아이는 “아~ 그렇구나”라며 완벽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한 눈치였다.


오후 4시가 되자 8살 아이는 엄마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는지 “어? 4시네. 이제 가야겠다.”라며 킥보드를 향했다. 킥보드 앞에서 둘째 아이에게 “이제 가져가도 될까?”라며 둘째 아이에게 다정하게 물어봐주었고 둘째 아이가 나와 함께 킥보드에서 내려오자 “고마워”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예쁜 말을 건네주었다. 놀이터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지만 이런 반응을 보인 아이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아이가 건넨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놀이터에서 만난 8살 언니는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아이였고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말을 하지 못하는 이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줬고, 무례하거나 왜 저러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게 말을 건네줬다.


이날 놀이터에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둘째 아이가 마음이 참 예쁜 언니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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