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데 졸리다고 말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울었어요.
유난히 날씨가 유별났던 하루. 새벽엔 비가 오고 아침에는 해가 떴다가 오후가 되니 날이 맑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내린 그런 날씨였다. 평소와 같이 아이들을 돌보러 출근을 했고, 출근과 동시에 둘째 아이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낮잠을 자지 않은 오후라 그런지 피곤해 보였고,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많이 짜증이 나있는 표정이었다.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와 간식으로 인해 아이의 기분은 좋아졌고, 일단 그렇게 일단락 마무리되었다. 말로 표현을 하지 못하는 둘째 아이로 인해 양보를 해야 하는 첫째 아이. 좋아하는 티비, 갖고 있던 장난감, 들고 있던 색종이 통 등 둘째 아이는 종종 큰 아이가 갖고 있거나 보고 있던 것들을 가지려고 떼를 쓰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아이의 오빠는 양보해주곤 한다. 싫다고 투정을 부리다가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동생이 가지고 놀 수 있게끔 동생과 가까운 곳에 물건들을 놔둔다. 이러한 큰 아이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다.
큰 아이의 배려와 좋아하는 것들로 인해 아이의 상태가 많이 밝아졌다. 큰아이의 예쁜 마음을 보답해주기 위해 어둑해진 날씨를 이용해서 영화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둘째 아이의 밥을 먹였고, 중간중간 신나게 놀기도 했다. 계속해서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아이를 안아주었고, 그로 인해 아이의 해맑은 미소와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저녁식사가 끝난 후 큰아이는 다시 영화 시청을 했고, 작은아이는 방이랑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아이들을 한번 본 후 설거지를 시작했고, 설거지가 거의 끝날 무렵 둘째 아이의 영문 모를 투정이 시작되었다.
설거지를 하는 도중 두세 번 정도 옆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달라는 듯이 투정을 부렸고, 평소 기다리라고 하면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옆에 앉아있곤 했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유난히 투정을 부렸고 그러한 투정 끝에 냉장고 앞에 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짜증이 섞인 울음이 아닌 정말 서러워서 나오는 울음이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아이는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엄마’라며 울부짖었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이가 울고 있다는 상황이 걱정되기보다는 아이가 ‘엄마’라고 외친 게 놀라웠다.
이 순간에 어머니가 계셨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이후 아이는 두세 번 더 엄마를 외치며 울었다. 자기도 모르게 외친 두 글자 ‘엄마’. 이 아이에게서 들은 그 글자는 기적 같았다. 나와 함께하는 시간 중 처음 말한 단어였고 그렇기에 이 아이의 6년 인생 중에 처음 말한 단어였을 것이다.
이후 아이는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울었고, 왜 그런가 살펴보니 잠이 와서 잠투정을 부린 것이었다. 잠은 오는데 말을 하지 못하니 그게 서러웠나 보다. 8시가 될 무렵 아이는 잠투정을 부렸고, 평소 11시에 잠을 자야만 다음날 아침까지 푹 자는 아이는 8시에 잠을 자지 못하게 하자 짜증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다. 결국 우유와 함께 서럽게 울던 아이는 실신하듯 잠이 들었고, 어머니가 집으로 퇴근을 하신 후에야 나의 돌봄은 끝이 났다.
졸린데 졸리다고 말을 하지 못해서 울었던 이 아이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우는 와중에 ‘엄마’라고 외쳐서 놀라웠고 기특했다.
얼떨결이긴 하지만 아이의 첫 단어로 인해 희망이 보였고, 앞으로 더 발전할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