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이 느린 6살 아기의 하루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할 수 있는 게 생기고 있어요

by 김리아

2021년 6살이 된 여자아이. 내가 처음 이 아이를 만난 건 작년 11월이었다. 처음 해보는 베이비시터, 처음 보는 특수아동. 처음 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6살 둘째 아이만 집에 있었다. 어머니와 인사를 하고 아이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아이 곁으로 다가갔다. 겉보기에는 일반 아이와 다를 바 없어 보였으나 잠시 후, 이 아이가 다른 또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주 치치 않는 눈, 인사는 커녕 미동조차 없었고, 시선은 온통 뽀로로에다가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했으며, 방방 뛰거나 소리 내기 특유의 기분 좋은 환호를 지르며 감정을 나타냈다. 모든 것이 낯설었고 당황스러웠다. 이 아이는 내 생에 처음 접해보는 유형의 아이였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눈 뒤 이 아이와 단둘이 있게 된 나.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직접 보기 전까지는 단순히 ‘1-2살의 지능을 가진 아이겠지’라고 생각을 했으나 눈앞에 마주한 아이는 1-2살의 아이들보다 상호작용이 불가능했다.


우유가 먹고 싶으면 내손을 가져가서 우유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간식이 먹고 싶으면 같은 방법으로 간식이 있는 곳을 향했다. 기저귀가 갈고 싶으면 기저귀를 벗었고, 유일하게 뽀로로를 시청할 때만 집중을 했다.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낯설었고, 아이와 단둘이 남게 된 시간이 어색했다. 특수 아동에 대해 갖고 있던 상식이 0인 상태였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같이 놀아주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탓에 뻘쭘했었고, 아이가 울려고 하면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당황스러웠던 첫 만남을 가진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 아이와 제법 많이 친해졌다. 이제는 더 이상 뻘쭘하지도, 쩔쩔매지도 않고 눈빛만 봐도 아이의 기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도착과 동시에 간식을 달라며 나를 간식이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간식을 주지 않으면 살짝 짜증을 부리고, 간식을 뜯으면 내가 “주세요~”라고 말하기도 전에 두 손을 모아 간식을 달라고 한다. 뽀로로를 틀어주면 알아듣기라도 하는지 제법 극적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방방 뛰며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자기 오빠가 괴롭히면 짜증을 내기도 한다. 양말을 신겨주고 마스크까지 씌워주면 나가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지 신발장에 제일 먼저 나가 있는다.

놀이터로 향하는 길에 온갖 잎사귀와 벽을 한 번씩 쓸어 만 진 뒤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그네로 뛰어간다. 그네를 제일 좋아하고 제법 잘 탄다. 그네와 한 몸이라도 된 듯 그네를 타다가 옆에 있는 운동 기구들도 한 번씩 돌아가며 탄다. 그렇게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올 때 즈음 미끄럼틀로 향한다. 알록달록한 미끄럼틀을 몇 번 쓸어 만진 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지는 않고 다시 계단으로 내려온다. 전에는 몇 번 타더니 요즘은 타기 싫은 듯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네를 한 번 더 탄 후에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돌아와 손 씻고 옷을 갈아입으면 자연스럽게 이불에 눕는다. 누워있는걸 워낙 좋아해서 항상 우유와 함께 누워있곤 한다. 방문을 발로 만지작거리며 누워있거나 이불 속에 들어가 숨어있기도 하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누워있기도 한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의심 가득한 눈으로 음식 한번 본 후 처음 본 음식이면 거부하고 익숙한 음식이면 달라고 입을 벌린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면 한 마리의 아기새처럼 계속해서 입을 벌리고 있는다. 잘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진 기분으로 설거지를 한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이 아이는 심심한지 내 옆으로 다가와 다시 눕는다. 엉뚱한 아이의 행동에 웃음이 나오고 귀엽다는 생각도 든다.

오빠가 티비를 보는 동안 아이는 나와 함께 논다. 방에 같이 누워서 간질간질해주거나 안아주거나 업어주며 논다. 스킨십을 좋아하는 아이라 눈을 마주치며 장난을 치면 해맑게 웃곤 한다. 이렇게 놀다 보면 아이들의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셔서 이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가 끝이 난다.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는 아이. 이 아이는 내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 아이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기도 한다. 이 아이의 해맑은 표정을 보고 있으면 하루빨리 아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정에서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 아이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당연하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이 아이에게는 당연하지 않기에 이 아이가 발전해 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기특하게만 느껴진다.


8살 오빠가 있는 6살 여자 아이. 나는 언젠가 이 아이가 자신의 오빠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아이가 발전해 나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려 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할 수 있는 게 늘어나고 있는 6살 아기. 아기에서 어린이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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