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려운 관계의 회복

놀이터에서 마주한 그날의 기억

by 김리아

지난번 놀이터에서 필요 이상의 호통과 고함을 들었던 8살 아이. 이 아이에게는 그날의 기억이 안 좋게 남아버렸다. 그날의 기억이 잊힐 즈음 같은 놀이터에서 그때 그 아이들을 마주쳤다. 이번에는 엄마와 두 아이만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8살 아이가 놀이터에 도착하자마자 두 아이중 작은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어? 그때 그 형아다! 형아 때문에 우리 형아 굴러 떨어질 뻔했잖아!”. 이 말을 들은 그 아이의 형아가 이렇게 말했다. “야, 너 다른 사람이랑 말하지 마. 안 그러면 너 말랑카우 안 준다.”라는 것이다. 분명 전에 그 아이들의 아빠라는 사람이 그랬다.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아이를 보고, 시비 거는 사람이랑 놀지 말라며 자신의 아이들을 나무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 아빠에게 배운 것 같았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당황스러웠고 황당했다. 이 말을 들은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8살 아이에게는 다시 한번 상처로 다가온 듯했다.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 아이들이 가고, 제법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숙제를 하던 아이가 무언가 떠올린 듯 나에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 아까 그 애들이랑 놀기 싫어요.” 사람이라면 다 좋아하는 이 아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같이 놀기 싫다는 말이 나왔다. 기억하기 싫은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 듯했다.


잊고 지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놀이터는 우리가 자주 가는 놀이터였고, 그 아이들도 자주 오는 놀이터인 듯했다. 가능만 하다면 그냥 다른 아이들이랑 놀라고 하고 싶지만, 눈앞에 그 아이들을 마주하고 있는 이상 이 아이는 계속해서 그날의 기억, 기분이 떠오르는 듯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인해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놀이터를 나간다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 아이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여겨졌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또 한 번 상처를 받지 않고 씩씩하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 혼자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옆에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끔 해주고 싶었기에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번에 또 그 아이들을 만났는데 오늘 같은 상황이 생기면 그 아이들과 아이들의 엄마에게 이야기해보라고 할 생각이다.

먼저 그 아이들의 엄마한테 “동생한테 사과해도 돼요? 전에 미끄럼틀에서 잘 내려가게 밀어주고 싶었는데 실수로 세게 밀어서 사과하고 싶어요.”라고 말이다.

아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안된다고 할 어른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 아이로 하여금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먼저 손 내미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그 아이들의 엄마가 허락을 한다면 이 아이들로 하여금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하고 싶다. “내가 너 미끄럼틀 잘 내려가라고 밀어주고 싶었는데 실수로 너무 세게 밀었었어.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상처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에게서 상처 주는 행동을 배운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나와 함께 있는 이 아이는 상처를 받았다. 만약 이 아이가 상처를 주는 쪽에 속한다면, 그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상처를 받았기에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


불같이 화만 내는 어른으로 인해 갈등이 있던 당일 아무런 대화를 하지 못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은 아이들끼리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음번에 또 한 번 불편한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갈등이 일어난 당일에 하지 못했던 대화를 늦게나마 하게 해주려 한다.


아이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그 날이 언제 생길지 모르는 다음번 만남으로 인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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