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맥주인 코젤다크에 시나몬과 설탕을 뿌리면 맛있다던데, 실제로 마셔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마트에 진열된 코젤다크를 보며 직접 만들어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섯 캔이 든 상자를 집으로 가져왔다.
벨코포포빅키라는 긴 글자 아래 뿔이 긴 염소가 거품이 넘쳐흐르는 맥주잔을 들고 있었다. 모델 염소의 이름은 올다, 코젤은 숫염소를 뜻하는 체코어라 했다. 일단 한 모금을 마셔봤다. 구운 맥아로 만들어서인지 약간의 캐러멜 맛이 났고 스모키한 풍미도 있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부드러워 좋았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도, 탄산이 강한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에 적당했다.
이어서 한 접시에는 코젤을, 또 다른 접시에는 흑설탕을 조금 덜었다. 잔을 뒤집어 맥주를 묻힌 다음 흑설탕 위로 옮겼다. 입구에 흑설탕이 코팅된 잔에 맥주를 부었다. 시나몬까지 뿌리면 목 넘김이 덜 부드럽고 어쩐지 과할 듯해 패스. 코젤과 흑설탕의 단맛은 아주 잘 어울렸다. 지금껏 맥주는 반 잔까지가 시원하고 좋았는데 흑설탕과 함께하는 코젤다크는 500ml까지 술술 넘어갔다.
새로운 맛을 음미하며 옆면에 적힌 정보를 읽어봤다. 원재료명에 정제수, 맥아, 설탕, 호프라고 적혀 있었다. 맥아에서 나오는 당 말고도 설탕을 추가로 넣었나 보았다. 무설탕이 트렌드인 마당에 설탕이 포함된 맥주를, 더군다나 흑설탕까지 발라서 마시는 셈이었다. 이 염소 맥주, 열량이야 어떻든 꽤 매력적인 맛인데…….
갑자기 GOAT가 가진 의미가 떠올랐다. 염소에는 고집스러운 이미지가 있다. 생김새도 조금 특이하다. 그래서인지 염소는 예수님을 잘 따르는 어린 양 반대편에 있다. 즉, 따르지 않는 자이며 악마적 상징으로도 쓰인다. 하지만 GOAT는 the Greatest Of All Time을 줄인 말로 역사상 최고의 선수에 붙이는 찬사이기도 하다. 두 GOAT는 의미가 다르지만 어딘가 상통하는 면이 있다. 최고의 선수라면 고집스럽게 노력했을 테고 누구를 따른다기보다는 남들이 따르는 존재니까.
어떤 면을 보느냐, 어떤 세계관을 갖느냐에 따라 염소에 대한 인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열량과 맛, 어디에 방점을 두는지로 선택이 달라지듯 말이다. 그리고 내 선택은 이거다. 어쩌다 한 번 마시는 술, 궁합이 잘 맞는다면 약간의 열량 추가쯤은 기꺼이 즐긴다. 또한 언젠가는 호기심에 시나몬도 더해 볼 수 있겠지만, 아직은 흑설탕까지다. 태몽이 염소인 내가 가진 약간의 고집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