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님, 아버님께 절을 올리며 장례식 시작을 알리겠습니다.
"여기 계세요. 저기... 기계에 숫자가 0으로 되어있죠?... 돌아가셨어요"
이렇게 말하며 간호사가 우리를 아버지 앞으로 안내한다.
사방에 커튼을 친 중환자실에는 이제 막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몸이 상반신이 약간 들린 채로 뉘어 계셨다.
요양 보호사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사후 혈액을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하기 위해 상체를 약간 들어서 뉘인다고 한다.
창백한 얼굴로, 마치 주무시고 계시는 듯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은 정말로 돌아가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소변통을 제거한 소변줄도, 정맥 링거도 그대로 있고, 산소호흡기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그냥 주무시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도 실감이 안 났다.
밖에서 오빠는 상조회사에 전화하기 바빴고, 어머니 역시 망자를 위한 불교식 제례행사 '시다림'을 신청하기 위해 떨리는 목소리로 다니시는 절에 전화하기 바빴다.
잠시, 나와 아버지만 남았다. 혈색 없는 아버지 얼굴을 만져보고, 정말 심장이 멎었는지 가슴에 손도 올려 보았다.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봤는데 따뜻했다.
10시 20분경, 당직 의사가 도착했다. 우리를 모두 세워두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그 장면, 사망선고가 진행되었다.
"*** 님, 2022년 6월 6일 오전 10시 30분 사망하셨습니다. 유족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정중히 90도로 인사하는 의사 앞에서 우리 세 사람은 망연자실했다.
사망 선고 후, 당직 간호사가 유품을 정리해서 준다. 방에서 들것에 앉혀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셨기 때문에 신발만 없다. 아.. 정말.
이어 장례 팀에서 사람이 올라와 아버지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흰 모포로 감싸고 병원 장례식장으로 내려갔다. 병원비를 정산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장례식을 치를 고대구로병원으로 향했다.
장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
상조 회사는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실제 사용해 보니 만족스러웠다. 애초, 우리는 '예다함'에 가입해있었다. 그런데 중견기업에 다니는 오빠 회사에서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상조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장례 첫날 오후 '해피엔딩'이라는 기업 전문 상조회사에서 직원이 나왔다. 몇 시간 사용한 예다함 비용은 모두 이곳에서 환불 처리해주었고, 첫날만 예다함 도우미만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좋은 회사에 다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눈물 훌쩍.
장례식장 중에는 외부 상조회사가 들오지 못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사전에 체크해두어야 한다. 다만, 지인 중에 장례식장에서 운영하는 상조회사 서비스를 이용했다는데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외부 상조회사가 들어왔다고 해도 고대 병원은 꽃장식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냥 돈으로 보상받으려고 했는데, 기여코 장례식장 꽃집에서 사람이 올라와 영정 사진에 꽃 틀이라도 끼우라고 유혹한다. 상주 입장에서 검소함은 불효와 같다. 빈소가 허전해 보여 허락은 했지만 이것도 15만 원.
만약 집에서 운명하셨을 경우, 좀 복잡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병원에서 운명하셨다면, 의사가 발행하는 사망진단서로 장례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된다. 모든 장례 절차에는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며, 사망 후, 각종 망자 서류 정리에 있어서도 이 서류는 꼭 필요하다. 보통 병원에서 10부를 만들어준다. 만약 집에서 운명하셨다면, 119에 신고해서 병원으로 옮긴다고 해도 경찰이 나와서 사망 경위 등을 탐문하고, 경찰서도 출석해야 한다. 심지어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과학수사대까지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사망진단서를 경찰서에서 떼주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언제 어디서 죽을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장례식장 빈소 사용 비용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고, 전화로 다시 한번 확인한다
대부분 장례식장은 홈페이지에서 기본적인 사용비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론 서너군데를 알아보았는데, 인터넷에 나온 비용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만약 시간이 좀 있다면, 직접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전화로 상담해보길 권한다.
고대 병원의 경우 빈소 평수와 식당 출입 인원에 따라 비용이 달랐다. 당연히 빈소 사용비만 드는 게 아니다. 하다못해 장례식장에서는 이쑤시개 하나도 공짜가 없다.
막상 일이 닥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시간 될 때마다 연락처를 정리해두자
장례식을 경험한 사람끼리는 장례식 후, 주변 인간 정리가 확실히 되었다는 이야기에 모두 공감한다.
잔인하지만, 어려운 일을 닥쳤을 때 나의 친구, 직장 동료, 주변 지인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깨닫게 된다. 반대로 나는 내 주변인들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정말 올 것 같거나 연락할 것 같은 사람은 소식도 없고,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 와서는 펑펑 울고 가기도 했었다.
나는 아버지의 49재를 마치고, 매번 미적거렸던 연락처 목록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물론,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 좋지는 않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왜 연락을 안했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장례식은 때가 있다. 결혼식처럼 나중에 긴 시간 동안 축하해줄 수 있는, 그런 부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