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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pr 10. 2024

삼성, 독일 콘티넨탈 전장부문 인수가능성 분석

 삼성이 세계 3대 타이어 기업이자 자동차 부품 세계 4위의 기업인 콘티넨탈과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란 보도가 나왔다. 물론 전체 인수가 아닌 전장부문 인수이다. 다른 언론에서 크게 받아쓰지 않고 후속보도도 없어서 아직은 루머단계인 것으로 보이는데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삼성의 전장사업은 2017년 카오디오, 인포테인먼트 선두권 기업인 하만 인수를 시발점으로 해서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무려 9조 3천억짜리 인수였다는 걸 생각하면 삼성으로서는 큰 도박을 내지른 셈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사례에서 아마 최대규모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머니투데이 단독보도

 이에 뒤질세라 LG는 2018년 조명분야에 기술을 가진 ZKW를 1조 100억 원에 인수해 대형화를 추구했고 뒤이어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 LG마그나를 설립했다. 


 이걸 보면 두기업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되는데 삼성은 1등 주의, LG는 안전주의라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보통 이건희 회장 시절에는 외국 기술을 도입해 직접 했지만 이재용 회장은 선두권 기업을 인수하면서 자기 스타일을 보여줬다. 물론 돈도 기술도 없던 이건희 회장시절과는 비교하기 힘든 삼성의 위상과 경영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재용 회장의 입장이 다르긴 하다.


 반면 LG는 어떤 사업을 할 때 합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기억나는 것만 들어봐도 LGEDS, LG히타치, LG아이비엠, LG니코동제련, LG오티스 등 많다. 삼성에서도 합작을 한 적이 있는데 삼성휴렛팩커드, 삼성코닝 등이 있었다. 


 아무래도 LG 입장에서는 삼성만큼 투입할 자금은 없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합작이 최선일테고 삼성은 선두권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단번에 고속도로를 깔고 그룹역량을 투입해 물량공세로 점령하겠다는 작전 일 것이다.


 뭐가 옳다고 하는 건 아니고 두 기업의 스타일이 그렇다.


 삼성의 이번 인수건이 사실이라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단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에서 단독으로 낸 것인데 삼성의 공식발표는 없었고 언론사의 자체 정보망을 통해 나온 기사로 보인다. 그래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주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과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전장사업을 인수한다고만 했다.

콘티넨탈의 홈페이지

 콘티넨탈은 100년이 넘은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로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2023 자동차 부품기업순위에서 9위를 차지했다(출처: 현대트랜시스, 2023.07.14, https://blog.hyundai-transys.com/440). 현대차의 판매량이 급증한 덕분인지 현대모비스가 이 부문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의 콘티넨탈이 왜 이 사업을 매각하나 봤더니 최근 구조조정 중이었다(출처: 전자신문, 2023.11.14, https://www.etnews.com/20231114000259). 2025년까지 4억 유로(5700억 원) 절감을 목표로 한다는데 매출이 2023년 414억 유로, 영업비용이 394억 유로인걸 생각하면 거의 1% 절감을 위해 이렇게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별로 큰돈도 아닌데 이것 때문에 무려 4천 명 이상 감원을 준비 중이라니 그 정도로 절박한 무엇인가 있는 걸까?


재무상태를 보니 영업이익도 19억 유로로 나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주가를 보니 6년 통계상 최저치에 가까웠다. 2018년 240유로였던 것이 2023년 4월 6일 기준 64유로까지 떨어졌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위기가 영향을 주었겠지만 코로나 쇼크가 있기 직전인 2019년 12월에 이미 105유로 수준으로 반토막이었고 코로나 막바지 기대감에 차 있던 2022년 9월에도 46유로까지 떨어졌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추적해 볼 순 없지만 하여튼 기업가치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주가는 현재가치보다는 미래가치이므로 이렇게 된 것은 기존 사업은 잘되고 있으나 미래사업이 안되고 있다고 분석해 볼 수 있다. 신문기사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기술투자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좀 납득이 안 되는 점이 있다.

에너지 효율 10% 증가 효과가 있다는 콘티넨탈의 신형 타이어(출처: 콘티넨탈 홈페이지)

 지금 고작 4억 유로 절감을 하려고 인력감축까지 한다는데 기사를 검색해 보면 2023년 10월 키넥손이란 업체로부터 자율이동로봇 운영체제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금액은 모르겠지만 1% 비용을 줄이려는 판에 기업인수를 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있지 않나 추정해 보았다. 하나는 그동안 많은 업체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온데 대한 비효율증가. 그리고 또 하나는 전기차 산업이 생각보다 빨리 개화하지 않음으로써 신사업의 성장이 더뎌 이것 또한 비효율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효율이라 함은 투자대비 수익이 낮다는 것과 조직의 규모 대비 매출이 부족한 것을 말한다.


 콘티넨탈은 개화되는 전장산업을 미리 간파하고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해왔는데 기사로 검색되는 것만 해도 2015년 ADAS 등 솔루션 보유회사 일렉트로비트 오토모티브 인수(6억 8천만 달러), 2017년 지능형 교통시스템 회사 퀀텀 인벤션 인수, 같은 해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회사 아르거스 인수, 2021년 AI칩 설계 스타트업 레코그니 지분 인수 등 꾸준히 전장사업 쪽에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특출 난 성과가 있었느냐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 많은 다른 회사들처럼 자율주행 개발은 아직도 더디다. 특히 삼성처럼 전자회사를 갖추지 않고 독자적으로 전장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덜컥 인수하고 보니 기술 개발은 더디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늦게 개화하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현대 신형 코나에 공급되는 디스플레이(출처: 콘티넨탈 홈페이지) 

 지금 재무제표 상으로 괜찮게 나오는 것은 세계 3위권이라는 타이어매출과 기존의 부품 매출일 것이다. 그러나 수익이 안나는 전장사업과 같은 신사업에 많은 투자를 한만큼 그것이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전장사업은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차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그것도 잘 안 되는 것은 왜일까? 원인은 기업내부자료를 정밀분석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밖에서 나온 정보로만 봤을 때는 역량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자동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유럽차의 쇠퇴가 보인다. 대신 아시아차의 부상이 보이고 있다. 디젤게이트 이후 주도권은 일본에 넘어갔고 전기차 붐은 미국차와 중국차에게 기회가 되었다. 물론 여기서 가장 돋보이는 성장을 한 것은 현대차라고 볼 수 있다. 판매볼륨이 극적으로 늘었다기보다 전반적으로 기존의 강자로 불리던 기업들이 쇠락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2011년 660만여 대를 팔았지만 2022년에는 684만대로 불과 24만 대 증가했다(출처: 경향신문, 2023.01.03,https://m.khan.co.kr/economy/auto/article/202301031709001#c2b). 2023년에는 730만대로 많이 증가했지만 그래도 12년 동안 불과 10% 정도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 과도한 의존을 하면서 겨우 2위를 지키고 있고 르노, 크라이슬러, GM, 포드같은 전통의 강자들은 모두 나가떨어졌다. 벤츠, BMW도 전장, 전기차에서는 뚜렷한 차별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나는 이게 모두 전장화에 따른 결과라고 보는데 전기차가 아니라도 전자부품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기계분야 노하우가 효용성이 떨어지고 전자계통의 제조 노하우가 자동차 경쟁력에 많이 작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전자 계통에 강점이 있었던 일본과 한국차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본다.


데이터로 입증하긴 힘들지만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예전에 독일 B사의 차를 타봤는데 산 지 얼마 안 되어 센서고장으로 수리비가 90만 원 나왔다. 무상수리 기간이라 돈은 안 들었지만 독일차에 대해 갖고 있던 완벽의 이미지는 많이 퇴색했다. 그 외에도 전자적으로 아반떼보다도 배려가 적은 면에 많이 실망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당연하게 여기던 터치스크린도 안되어 조그셔틀로 조작을 해야 했고 내비게이션은 거의 있으나마나 한 수준이었다. 수입차라서 지도 데이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인터페이스 자체가 거의 10년 전 수준이었다. 한국에선 다른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지만 독일 사람들은 그 내비게이션을 그대로 쓰고 있을 것이 아닌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는 스위쳐블 디스플레이(출처: 콘티넨탈 홈페이지)

 산업의 진화적 측면으로 볼 때도 기계산업이 먼저이고 거기서 발전된 것이 전자산업이다. 유럽국가들은 기계산업에서 제국을 이룰 만큼 성장했지만 전자산업에선 80년대 일본의 독무대 2000년대 이후엔 삼성, LG의 독무대가 연출되고 있다. 60,70년대에는 물론 미국, 유럽국가들의 전자제품이 있었지만 반도체가 일상화된 80년대 고정밀 전자기기와 비교는 무리다. 


 미국 전자회사 중 그나마 명함을 내밀만한 곳이 전통의 GE, 월풀등인데 이미 LG에 따라 잡힌 지 오래다. 유럽에선 일렉트로룩스, 다이슨, 보쉬, 밀레, 브라운 등이 유명하지만 삼성, LG에 비할바는 아니다. 이것은 여러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아무래도 국가의 발전단계에서 선진국으로 갈수록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럽에서 제조업으로 한국과 동일한 가격에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우리나라처럼 했다간 회사가 먼저 파산하거나 대표가 입건될 것이다. 그리고 이공계, 전자과등을 선호했던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전통이 그대로 산업에 반영되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부강해지면 눈에 보이는 1차적인 부가가치 창출보다 미세하고 정신적이며 고차원적인 부가가치 창출로 이동하게 되어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전자를 넘어 소프트웨어, 금융등으로 산업이 이동한 지 오래이다. 이것은 이동하기 싫어도 경쟁력에서 밀리니 어쩔 수 없다. 공장이 다 빠져나가니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전자공업 기반이 약해지니 전장시대가 열려도 빨리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만은 미국회사인데 역시 오디오와 전장에서 선두권 업체였지만 안 좋은 성적을 기록하다가 삼성에 인수되었다. 하만은 오디오 분야에서 브랜드 지배력이 있었지만 전자공업 기반이 없다 보니 자꾸만 전자화되어 가는 시장에서 시너지를 찾기 힘들고 미래가치가 떨어졌던 것이다. 삼성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6년 영업이익은 6천8백억 대, 2017년에는 574억대였다(출처:딜사이트, 2023.12.06, https://dealsite.co.kr/articles/114192). 하지만 삼성에 인수된 지 7년 만인 2023년에는 영업이익 1조 1700억 원을 기록했다. 아마도 부품과 디스플레이등에서 삼성의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을 이용하면서 효율성이 극대화된 것이 아닌가 한다.

안전을 위한 감지 센서(출처: 콘티넨탈 홈페이지) 

 삼성은 정말 콘티넨탈의 전장부문을 인수하게 될까? 재밌는 건 삼성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인수한다면 콘티넨탈이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매출 볼륨을 키워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만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콘티넨탈도 전자사업 기반이 없이 전장사업을 하면 삼성 같은 기업을 시너지면에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마치 테슬라가 자동차에서 다 만들어 놓은 소프트웨어를 옵티머스 로봇에 그대로 심는 것과 비슷하다. 자동차에서 쓴 센서, 소프트웨어 모두 그대로 쓰니 대량생산, 대량 주문이 가능하고 배터리, 자율주행등도 같이 쓰니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자동차가 없는 '피규어' 같은 회사는 모든 걸 로봇 하나만을 위해 개발해야 하므로 시너지도 없고 효율성도 낮아진다.


 전장과 오디오가 합쳐진 하만의 매출은 14.39조. 콘티넨탈의 전장부품은 20조 원이라고 한다(출처: 프라임경제, 2022.06.30, https://www.newsprime.co.kr/news/article/?no=572157).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전장만이 아닌 부품 전체 매출로 보이고 이번에 매각대상으로 거론되는 사업은 이보다는 작을 것이다. 아마도 5에서 10조 원대 수준이 아닐까 하는데 하만과 합치면 거의 20에서 30조 매출이 가능하다.


 이 정도만 해도 당장 세계 자동차 업계 10위권을 노려볼 수 있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 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콘티넨탈의 사업이 너무 성장만 해온 탓에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매출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매출을 확보하면 이제는 중소 부품업체와는 경쟁상대가 아니게 된다. 추격하던 LG도 이제는 완전히 넘보기 힘든 상대가 될 수 있다.

배터리 손상 감지시스템(출처: 콘티넨탈 홈페이지)

하만이 9조 원의 매각가였다면 단순계산으로 콘티넨탈은 최소 같은 수준이나 그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콘티넨탈이 더 급한 상황이라 삼성입장에서는 느긋하게 거래를 진행해도 상관없다. 삼성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어서 오히려 더 긍정 같은 상황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고 볼일이다. 인수된다면 하만의 기록을 깨고 역대 최고액 인수가가 될 전망이다.


 아마 삼성에서는 이런 뉴스를 흘려 매각 의사를 전달한 뒤 콘티넨탈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콘티넨탈 입장에서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회사가 동양의 회사로 사업을 매각한다는 게 자존심 상할 수도 있고 웬만하면 버텨보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다른 회사를 합병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면 그렇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삼성보다는 콘티넨탈의 자세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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