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르히아이스 May 26. 2024

국내 대기업 3사의 로봇 삼국지(LG, 삼성, LIG)

 지난 보스턴다이내믹스 영상에 대해 논쟁이 뜨겁다. 언론들도 찬양인데 네가 뭔데 비판이냐며 욕이 난무한다. 참 이해가 안되는 것이 대기업을 비판하는데 왜 십 원 한 장 받은 거 없는 사람들이 나서서 실드를 치는 걸까? 넓게 보면 국뽕이오 자기가 믿는 상식이 깨지는 것에 대한 저항이라고 본다. 처음부터 전동식을 택한 회사가 있고 10년을 유압식으로 우겨오다가 포기하고 전동식으로 전환한 회사가 있는데 어느 회사에 점수를 줘야 할까?


 이런 기본적인 판단에서조차 엇갈린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여러분과 나는 그 기업의 하수인이 아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그만이다. 한국기업이라고 감정이입할 필요도 없다. 감정이 이입되면 그 순간부터 분석이 아니라 팬레터가 된다. 기왕이면 한국기업이 잘되면 좋겠지만 팩트는 팩트다. 


  어떤 사람은 전동식을 이미 오래전부터 개발했다는 사람도 있던데 오늘 시연영상이 나왔는데 오늘 개발했겠는가? 최소 1년은 걸렸을 것이다.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더 바보 같은 짓이다. 수년 전부터 전동식을 개발해 왔으면서 되지도 않을 유압식에 그렇게 돈을 투자하고 미래의 선구자인 것처럼 영상을 만들어 홍보해 왔단 말인가? 마치 국내 휴대폰 회사가 아이폰이 배터리 교환 안된다며 애플을 비웃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배터리 일체형으로 바꾼 것과 뭐가 다른가? 처음부터 배터리 일체형을 사용한 회사를 칭찬해야지 중간에 바꾼 회사를 칭찬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오늘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이어 로봇이야기를 계속해볼 텐데 아직 주류언론에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로봇전문 회사를 인수하고 로봇대전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생각보다 투자액도 많고 진지한 각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분석해 보기로 했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여러 번 다뤘으니까 빼고 다른 회사들은 누가 있나 보자.


1. 삼성과 레인보우로보틱스

 일단 삼성이 빠질 수 없는데 지금 주식시장에서도 그렇고 삼성의 로봇진출이 관심사이다. 여기에 뭔가 냄새를 피워 올리는 기업이 바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이다. 2011년 카이스트 출신들이 만든 회사로 우리에게 유명한 휴보(HUBO)를 만든 회사이다. 그 후 산업용 로봇 중에서 인간과 같은 영역에서 작업하는 협동로봇을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이 이곳에 870억 원을 투자해 14.83%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때 콜옵션을 계약해 나머지 지분도 사들일 권한을 확보했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인 한국경제신문의 인터뷰로 드러났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2029년까지 2차에 걸쳐 대주주 지분을 전량 매입한다는 얘기이다(출처: 한국경제, 2024.01.1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11201915). 삼성은 이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본격적인 로봇시대가 열리면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삼성은 로보틱스 분야에서 뚜렷하게 실적은 없지만 이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플레이어이다. 전장사업에서 닦아놓은 전자부품과 기계공학적인 노하우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가 문제인데 테슬라처럼 휴머노이드로 간다면 아무래도 소프트웨어가 제일 걸림돌이 될 것이고 일반 산업기계로 나간다면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산업용으로 나가서 생산력과 자생력을 확보한 다음 휴머노이드로 넘어오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다. 삼성은 B2C 성격이 강하다 보니 아마 휴머노이드부터 하려고 할 텐데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

 테슬라는 휴머노이드로 가는 모든 기반기술을 갖추고 시너지를 얻을 수 있어서 그렇게 가는 것이고 삼성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준비되지 않았다. 삼성에서 휴머노이드가 나온다고 해도 시장에서 수익을 얻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테슬라처럼 2만 달러 대에 내놓기는 더욱 어렵다. 오히려 발상을 바꿔서 산업용을 먼저 출시하고 노하우와 기술력, 생산력을 확보한 뒤 일반용으로 출시해도 된다고 본다.


 람보르기니는 트랙터를 만들다가 슈퍼카를 출시했고 스웨덴 사브같은 회사도 원래 방산회사인데 승용차를 내놓았었다. 많은 회사들이 로봇붐을 타고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데 수익성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이 사업에 너무나 무지성으로 뛰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유망하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리는 미래상이 있어야 한다. 한 장의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삼성만의 미래상. 그걸 위해 로봇을 하는 것이고 수요가 극히 적을 일반용 휴머노이드부터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삼성이 확보한 지분 14.83%는 법적으로 계열사로 편입하기 직전의 지분율이다. 공정거래법상 지분 15%를 확보하면 계열사로 편입해야 하기 때문이다(출처: 포브스 코리아, 2023.03.23, 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37641). 삼성의 입장에서 액수는 크지 않지만 단순투자로서는 다소 많은 지분이다. 조기에 로봇시장에 안착하기에는 적합한 투자로 보이고 이미 앞서있는 기존 업체들을 따라잡는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자료를 찾다가 재밌는 것을 발견했는데 현대로템과 군용 4족 로봇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출처: ZDNET, 2023.10.21, https://zdnet.co.kr/view/?no=20231020204215). 이미 시제품까지 선보인 상태이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아니라 왜 다른 회사와 4족 로봇을 개발할까? 


 보스턴다이내믹스에는 이미 개발된 4족 로봇 ‘스폿’이 있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현대로템이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아하다. 스폿도 원래 군용으로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어쩌면 가장 궁합이 잘 맞을 텐데 그럼에도 외부의 회사 그것도 삼성과 연관성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 수준이 생각보다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너무 전시용, 연구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실제로 인공지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보도도 있었다(출처: ZDNet, 2020.02.20, https://zdnet.co.kr/view/?no=20200220163317). 이 기사에 따르면 경찰과 계약을 맺고 투입한 스폿로봇이 임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구글에 속해있던 시절에도 미 해병대에 로봇개를 납품하려 했지만 소음문제로 좌절되었던 적이 있다(출처:ZDnet, 2016.01.03, https://zdnet.co.kr/view/?no=20160103155253).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자체모델(출처: 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

 삼성은 자체 공장도 많아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면 사용할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복잡한 인공지능이 필요한 휴머노이드보다 산업용 로봇에서 칼을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


 참고로 국내 로봇업계의 최강자는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인데 시장 점유율 국내 1위, 세계 6위이다(출처: 삼성증권보고서, 2022.02.17, 로봇 산업 전망과 현황). 원래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건설기계등 기계 관련해서는 일찌감치 진출해 노하우가 있다.


 삼성의 자체적인 로봇 사업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찾아보니 2024년 1월 한종희 부회장의 인터뷰를 보면 큰 맥락을 알 수 있다(출처:ZDNET korea, 2024.01.10, https://zdnet.co.kr/view/?no=20240110151030). 


 여기서 한부회장은 산업용과 가정용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상했던 바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 선택과 집중보다는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해서 되는 사업을 키워나간다. 회사의 자본력과 규모가 커지는 데 반해 오너의 역량이 과거만 못해지면서 이런 면은 더 심화되고 있다. 자본력이 없으면 싫어도 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 삼성은 어지간한 사업에는 다 투자할 정도 여유가 된다. 이런 면에서 창업자나 전문경영인의 전문적인 감각이 반영되는 미국 기업들과 차이가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삼성의 로봇 사업이 시작된 분야는 B2B인데 ‘봇핏(Bot fit)’이라는 로봇을 개발해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것은 우리가 아는 로봇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보행보조 기구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보행을 보조하고 재활, 트레이닝을 돕는 기구라고 한다. 생산도 삼성이 아닌 인탑스라는 회사에서 할 것으로 보인다(출처: 뉴스핌, 2024.03.01,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222000456).


 이런 걸 보면 아직 로봇라인업은 그다지 활성화되어있지 않은 듯하다. 그런 면에서 이미 국내 로봇업체 코스닥 시총 2위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존재감은 커 보인다. 


 내가 산업용부터 하라고 했지만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삼성은 이미 볼리(Ballie)라는 개인용 로봇을 CES에 출품했고 어쩌면 가정용 로봇에 더 많은 투자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원래 B2C에 강한 기업문화가 작용하고 로봇을 가전제품으로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느냐인데 소프트웨어에 약한 삼성입장에서 이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산업용부터 해서 기술력을 쌓으라는 것이다. 가전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지만 그래도 가전은 매우 정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봇은 사용자와 자주 소통해야 하고 직접 움직이기까지 한다. 여기에 안전문제까지 결합되면 가전과는 좀 다른 차원으로 바뀌게 된다.


 테슬라입장에서 소프트웨어는 이미 자동차개발할 때 거의 개발이 되어있고 중요한 센서나 배터리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삼성입장에서는 오로지 로봇을 위해 모든 것을 개발해야 하므로 매우 불리하다. 가전에서 한 것처럼 일차원적인 소통으로 가면 로봇은 무의미하다. 만약 삼성이 직접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지 않다면 만들어도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해 좀 더 연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도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지나치게 공학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휴보나 아시모가 그랬듯이 기술에만 집착한 엔지니어의 로봇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지금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제품 라인업에 휴보를 능가하는 휴머노이드는  없는 상태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이 하드웨어적인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원래부터 약점이었던 소프트웨어측면에서 도움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삼성은 자금력이 있으니 소프트웨어적으로 도움을 줄 만한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 이상하게 삼성도 그렇고 국내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제조업체라 그런지 몰라도 하드웨어 업체에는 조 단위 돈을 써서 인수하면서 소프트웨어 업체에는 돈을 안 쓰는 것 같다. 그게 자신들의 진짜 약점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2. LIG넥스원과 고스트로보틱스

 LIG넥스원이란 기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주로 미사일에 강점을 가진 방산업체로 오래전에 LG그룹에 있다가 현재는 계열분리한 기업이다. 로봇분야가 가장 빨리 발전하는 곳이 바로 방산분야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좀 둔탁해도 되고 가성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투자면에서도 자국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덜하다


 그럼 고스트로보틱스에 대해 알아봐야 하는데 이 회사는 비전 60이라는 4족 로봇을 생산하는 미국회사로 이 분야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이다. 비전60은 이미 군에 납품되어 쓰이고 있고 용산 대통령실에 납품되어 언론에 공개되었던 그 로봇이다. 배터리 사용시간만 따지면 스폿이 90분, 비전60이 210분이라고 한다(출처: 매일경제, 2023.03.10, https://www.mk.co.kr/economy/view.php?sc=50000001&year=2023&no=192259). 여기에 비전60은 잠수도 가능하다고 한다.


 LIG넥스원은 3149억 원에 고스트로보틱스의 지분 60%를 인수한다고 밝혔는데(출처: 서울경제, 2023.12.08, https://www.sedaily.com/NewsView/29YFLYLT36). 보스턴다이내믹스의 1/3 가격이다. 물론 LIG넥스원으로서는 이 정도도 큰 금액이다. 고스트로보틱스 역시 아직 수익을 내는 회사가 아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4족 로봇(출처:고스트로보틱스)

 여기까지 보면 현대로템이 자기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두고 고스트로보틱스와 계약한 것은 역시 4족 로봇만큼은 고스트로보틱스가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서 로봇업체 최강자로 불리던 미국의 4족 로봇 대표기업 2곳이 모두 한국 기업 손아귀에 들어왔다. 아마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주로 휴머노이드 쪽으로 고스트로보틱스는 4족 로봇으로 개발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에 대해 기업분석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말하는데 현재 이 회사는 구도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방산분야 경쟁 업체인 한화와는 덩치차이가 많이 나고 특히 플랫폼인 대우중공업을 한화가 인수하면서 함정용 미사일 납품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독과점 방지규정이 있긴 하지만 한화가 만드는 함정에 LIG의 미사일을 납품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방산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 이렇게 덩치차이가 나면서 대규모 개발사업에서는 자금력면에서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한화가 인수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LIG넥스원은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함정에 이어 항공기 특히 독점업체가 경쟁회사의 손에 넘어가면 살길이 막막해진다. 이런 면에서 이번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는 다방면에서 활로를 뚫으려 하는 기업의 고뇌가 담겨있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로봇기술은 무인화되고 있는 방산분야에서 핵심 기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 본사가 있는 회사이므로 미국방산에 뛰어들기 좋다. 해외 방산업체가 미국 물량을 따내는 데 있어서는 순수 국내 회사보다 낫다. 선박의 경우에는 존스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미국 회사를 우선한다. 그래서 한화도 호주 방산회사인 오스탈을 인수하려 하는 것이다.

4족 로봇(출처: 고스트로보틱스)


 고스트로보틱스의 AI플랫폼은 엔비디아의 플랫폼인 Xavier를 쓰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실망스러운 점이다. 사실 이런 스타트업 회사의 가장 큰 가치는 자체 기술인데 좀 찝찝할 수밖에 없다. 물론 회사를 인수하면서 고급인력을 데려올 수 있고 당장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엔비디아에 종속된다는 것이 향후 사업에 제약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만약 이렇다면 3천억이 넘는 가격은 오히려 비싸다는 생각도 든다. 플랫폼이 엔비디아 것이라면 다른 회사들도 금방 따라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중에 확장하는 것도 최적화하는 것도 힘들다. 과연 LIG넥스원은 이런 점을 검토했을까?


 하드웨어 노하우야 금방 따라오기 힘들겠지만 가장 난도가 높은 소프트웨어를 따라 잡히면 회사 고유의 기술력이란 매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LIG넥스원의 자금지원을 받는 만큼 자체 플랫폼을 통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LIG넥스원에서 이런 점을 생각하고 있길 기대한다.


 3. LG전자와 베어로보틱스.

 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한 로봇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동안 LG전자의 소식은 조용했다. 어쩌면  LG전자는 삼성보다 로봇분야에서 더 앞서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미 클로이라는 브랜드로 서빙로봇, 안내, 배송로봇등을 내놨고 CJ와 함께 물류로봇 공동개발에 나선 상태이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LG도 산업용부터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LG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상당히 많은 로봇업체에 투자해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로보스타 등 다양하다(출처: ZDNET, 2024.03.13, https://zdnet.co.kr/view/?no=20240313122548). 이 중에서 로보스타의 경우 지분 33.67%를 가지면서 계열사로 편입시켰고 클로이의 일부모델 위탁생산등도 하고 있다고 한다(출처: 2022.04.24,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20422000847).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4년 3월 실리콘벨리 로봇 업체 베어로보틱스에 800억의 투자를 단행해 최대주주가 되었다(출처: 한겨레, 2024.03.12,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131947.html). 이것은 재무적 투자치곤 규모가 큰 편이라 당연히 향후 인수를 염두에 둔 투자로 볼 수 있다. 자율주행기반의 서빙로봇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구글 출신의 한국인 엔지니어가 창업했다.

베어로보틱스의 홈페이지(출처:베어로보틱스)

 구글 출신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도 소프트웨어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율주행면에서도 그렇고 AI측면에서도 자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클로이 같은 서빙로봇을 가지고 있는 LG전자가 거의 같은 서빙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를 인수할 이유가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이 투자는 매우 좋은 투자라고 볼 수 있다. LG전자의 약점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이다. 이걸 해결해 줄 수 있다면 800억이 비싼 가격은 아니다.  


 특히 앞으로 로봇은 사용분야가 점점 넓어짐에 따라 표준화가 중요해질 것이다. 즉 로봇마다 다 따로 개발하는 게 아니라 두뇌는 똑같은 것을 쓰고 하드웨어만 바뀌는 형태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플랫폼이 중요한데 자체 플랫폼을 가져야 하드웨어에 최적화할 수 있고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아무리 돈이 들더라도 자체 플랫폼 확보에 나서야 한다.


 투자한 금액들을 보면 LG전자가 가장 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삼성은 아직까지 소극적인 것으로 보이고 LIG는 조금 비싸게 산 느낌이 있다. 현대자동차도 내 판단으로는 너무 비싸게 샀다. 기계공학적으로는 현대차가 크게 부족한 게 없을 텐데 소프트웨어적으로 크게 얻을 게 없는 회사를 1조 가까이 주고 산 건 판단미스로 보인다. 

서빙로봇(출처:베어로보틱스)

 이렇게 국내 대기업 3곳의 로봇회사 인수와 준비상태를 분석해 보았다. 세계 로봇기업 Top5에서 3개가 일본회사인데 인공지능이 결합된 앞으로의 로봇시대는 한국이 일본을 밀어내고 올라가는 것도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정밀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지만 역시 소프트웨어적으로 많이 뒤처진다. 기술적으로 떨어진다기보다는 문화적으로 워낙 보수적이라 좋은 결과물을 못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되었다. 유니클로 같은 기업도 있었지만 첨단산업 방면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이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 아직 주도권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백 년 넘은 전통이 쌓여 젊은 세대가 들어가도 그걸 깨기가 무척 어렵다. 최소한 우리나라는 MZ가 목소리라도 낼 수 있지 않은가. 일본은 그런 게 없어 보인다. 자민당의 사실상 1당 집권과 오랜 불황, 사회적 정체가 낳은 현상이 아닌가 한다. 백 년 동안 선진국을 하면 대부분 나라가 정체로 간다. 혁신보다는 복지, 노동시간 단축, 문화, 서비스에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각제 아래에선 정치세력이 잘 바뀌지 않아 사회적 정체가 심해진다. 나날이 늙고 정체되는 영국과 일본의 모습이 닮아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 아직 희망이 있다. 로봇분야를 분석하면서 이분야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매거진의 이전글 보스턴다이내믹스, 결국 아틀라스 접고 새로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