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을 함께하는 것

by 병내이팅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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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났다. 잘 살다 잘 떠나는 여정의 안식처가 되어보겠다고 '아실로'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희(가명)님은 아실로만 오면 욕심이 생긴다고 한다. 물 흐르듯이 살고 싶은데 동시에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고 했다.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아실로를 등록한 이후로 회사에서 회의가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정희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 본다. 어쩌면 물 흐르듯 사는 것과 잘하는 것은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잘하는 모습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 모습일 테니까.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보다 잘 못하는 경우는 대부분 물 흐르듯 하지 못해서다. 부담을 느끼고 긴장을 하면 잘하던 것도 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 정희님은 어쩌면 너무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무의식적으로 물 흐르듯 변화하는 자신으로 바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실로라는 공간은 물 흐르듯 살아가는 삶을 지향한다. 오실 때마다 매번 따뜻하게 데워진 물로 차를 내리고, 따뜻한 차를 온전히 감각하며 지금-여기에 머무른다.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관찰한다. 무언가가 되어야만 하는 강박과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 그냥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 현존하는 경험은 긴장을 녹인다. 불필요한 미간의 찌푸림과 어깨의 솟음을 알아차리고 애씀의 공간에 내려놓음을 채워 넣는다.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이지만 나는 그 찰나의 힘을 믿는다. 풍선이 부풀어 터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공기를 빼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희님이 저절로 회의가 잘 흘러가게 만들어준 이유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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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가명)님은 오랜 기간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며 몇 차례 입원도 하셨다. 몇 년간 치료를 받아오면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변화가 있다며 운을 띄워주셨다.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해서 자신이 느끼는 것들과 생각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말해주었단다. 우리는 변화할 때 스스로가 그것을 느끼기도 하지만 주변의 반응을 통해서도 그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더 큰 변화는 어쩌면 스스로가 느끼는 것 보다도 주변에서 알아주는 것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핵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변화하고 관계가 변화하면 삶이 달라진다. 우리는 누구나 다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동시에 나답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이라는 것이 단순한 개인의 변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 사람의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어떠한 역동을 일으키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 역동이 이 사람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병원이라는 곳에서는 내담자가 속한 사회와 가정 안에서 내담자를 바라보기보다는 내담자 그 개인밖에 볼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을 나와보니 병원에서 환자들을 마주하는 것과는 완전히 색다른 경험들을 쌓아나가고 있다. 동시에 나름대로는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간호사라는 경력과 그동안 공부한 것들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완전히 무너져 겸손을 배우고 있다. 직접 부딪히며 나만의 고유함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나만의 색으로 내담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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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치료를 받아오면서도 이런 변화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감정을 더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아실로에 오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져요. 분위기, 따뜻한 차, 차분한 선생님의 목소리까지. 저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 - 고은님의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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