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자연발생적인 OS
이 글들을 쓴 이유는 실제 해외파견 근로자의 수기가 아무데도 찾아볼 수 없다는것과 그리고 누군가는 꼭 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동아랭귀지' 역시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한 시대에 한정된 공간에서 그 큰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 소통의 도구를 어딘가에는 나라도 남겨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30년의 세월에 많은 단어들이 기억에서 유실됐지만 대략적으로 이정도로 정리가 가능할것 같다.
내가 조금이라도 적어본 이 언어체계는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체킹 (Checking): (만능 동사) 확인하다, 청소하다, 정리하다, 가다, 보다, 성교하다(마담 체킹). 대상에 따라 행위가 결정되는 현장 최적화 단어.
-여기 체킹해, 홀리데이 타일랜드 가서 마담체킹해. 빠이쁘 체킹해. 오피스 바닥체킹해.
기브 (Give): (만능 동사) 주다, 전달하다, (주먹을) 날리다. 물리적 이동과 에너지 전달의 통합.
-플라워 워터기브해. 로드에 워터기브해. 마이 복싱기브 리비아맨 깨꼴락.
와시와시 (Wash-wash): 청소하다, 닦다. 반복을 통해 철저함을 강조.
짭짭 (Jjap-jjap): 먹는 것, 먹는 행위. 의성어를 명사/동사화.
-캠프 독 짭짭기브해. 짭짭 인사이드 룸 노굿 아라?
깨꼴락: 죽다, 고장 나다, 가동이 멈추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없는 종말적 표현.
-제너레이터 깨꼴락 노 일렉 노굿. 카 깨꼴락 워킹 스톱 노굿.
빠라라: (아랍어 Barra 기원) 밖으로, 내보내다, 도망가다, 퇴근하다. 공간 이동에 특화된 단어.
쌤쌤 (Same-same): 똑같다, 수평을 맞추다, 규격을 통일하다.
스몰타임 (Small-time): 잠시만, 잠깐만. 시간의 양을 직관적으로 표현. Wait a minute같은 음절이 많은 단어는 사치다.
다~알: (아랍어 Ta'ala 기원) 오다, 가다. 방향성을 가진 모든 이동의 통합. 손짓은 꼭 같이 해줘야 오라는지 가라는지 알수 있다.
깔람 (Kalam): (아랍어 Kalam 기원) 말하다, 소통하다. 아랍어사원을 깔람사원이라고 한다. 외국인을 가르키며 '깔람좀 해봐' 라고 할수 있다.
마이 (My): 1인칭 전용 대명사. I, My, Me를 통합한 자아 중심적 표현 -마이 아라.
마담 (Madam): 남성이외의 성, 여성을 지칭하는 명사.
아부지 (Abuji): 나이 많은 한국인 반장/관리자를 지칭. 존중보다는 생물학적 분류의 호칭.
싸데기: (아랍어 Sadiqi 기원) 술. 본래 '내 친구'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직접 담근 밀주를 뜻함.
국가명뒤에 맨을 붙임. 리비아맨, 코리아맨, 차이나맨 등등. 희한하게 방글라데시는 그냥 '방글라'라고 부름.
아라? (Ara?): 알아? You know? 억양에 따라 '강압적 확인(올림)'과 '수긍/복종(내림)'으로 갈리는 권력의 언어.
끝을 내리면 알았다는 뜻. 지시사항을 재차 확인하고 답변을 받을때까지 씀.
굿 (Good) / 노굿 (No-good): 좋다/나쁘다, 인품, 상태, 모든 가치를 0과 1로 나누는 이진법적 판단 기준.
조까태: 우리가 아는 그 단어
한국인 관리자들은 주로 한국말을 하면서 단어가 들어갈 자리에 손짓과 함께 동아랭귀지 단어를 쓰고, 듣는 사람들은 그냥 '아라, 마이아라' 등으로 대답을 한다. 굳이 한국인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위에 단어를 써가며 손짓과 함께 써야 한다.
대부분은 안통할 일은 없고, 극단적인 의미통합과 업무관련 사용의 단순화를 통해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내는게 특징이다.
관리자 포지션인 한국어의 단어와 살고있는 배경인 리비아의 아랍어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기초적인 영어가 섞여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최소학력조건이 필요하지 않고, 특히 같은 캠프에 살고 있는 리비아, 태국, 베트남, 조선족, 방글라데시, 미얀마등 전 국적을 가진 사람들끼리도 이렇게 소통을 하는데 문제점이 없었다.
예전 수종이형님께서 발해를 세우실때도 이런느낌이었을까? 말갈, 거란 이런 사람들과 고구려유민들이 어떻게 소통했을까 생각하니 이런 과정들이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그 외 한국인들끼리 썼던 이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은어들도 있었는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에 언급할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