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충격과 공포의 커뮤니케이션2

동아랭귀지

by 임모씨

'야 마리오(근로자이름) 워터펌프 깨꼴락하면 어, 코리아맨, 리비아맨, 베트남맨 노 와시와시 아라?
고해서 체킹하고 어 피니시해라 오케?'
'야 뚜(뚜 아저씨) 짭짭피니시 매니매니 어, 체킹해서 어 캠프 아웃사이드 빠라라 아라?'

'마이 아라' (뚜 아저씨 대답)

'캠프 클린 노굿 베트남맨 고해서 와시와시하고 아라?'

'장성트럭 컴하면 다 컴해서 체크하고 창고 와시와시하고 인사이드 체킹해'


방금 내가 뭘 들은거지?

30년이 지나도 그 순간이 그리 기억에서 없어지지 않은것을 보면 당시 큰 충격을 먹었었나보다.

더 놀라운것은 3국인 근로자들은 그 말을 다 용캐도 알아듣고 각자 자기의 일들을 하러 떠났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이라면 대충 이해를 하겠지만 굳이 해석을 하자면 이렇다.

'마리오씨, 워터펌프가 고장나면 한국인, 리비아인, 베트남인등 모든 사람들이 씻지 못해서 불편하니 얼른가서 확인하시고 문제있으면 작업완료하세요.'

'뚜 선생님, 식사잔반이 많이 남아있는데 빨리 캠프밖으로 처리해주세요. 아시겠지요?'

'네 알겠습니다'

'베트남 근로자분들, 캠프 주변이 지저분하니 얼른가서 청소하세요. 아시겠지요?'

'장성에서 물자를 실은 트럭이 오면 다들 오셔서 창고 정리후 보관처리 하세요'


그렇다. 생존과 효율을 위해서라면 성,수,격이나 품사는 사치다.

그리고 이 별의별 국적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내려면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해야 한다.

여기는 공부를 위하여 온곳이 아니다. 돈을 벌기위해 몸을 파는 곳이다.

시험을 볼 필요도 없고 그 준비를 위해 밤을 새울 필요도 없다. 다만 필요한것은 내가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얼른 알아듣고 그것에 맞추어 내 몸을 빨리 움직여야 하는것, 그래야 돈이 입금이 된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나는 입안에서 몰래 '깨꼴락'과 '와시와시'를 굴려보았다.

학부 4년 내내 나를 괴롭혔던 아랍어의 복잡한 동사 변화(1개의 기본동사가 10개의 형태로 변형된다!!!)가 사막의 모래바람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새로운 사회의 법칙을 몸으로 부딛히며 깨달았다.

나 역시 그동안 살던 내 나름의 기준을 빨리 해체하고 이곳에 맞춰야 한다.


이곳의 통용되는 언어는 '동아랭귀지'라고 불리웠고, 놀랍게도 이 언어를 통해 한국인-삼국인-리비아인 심지어 우리 주변 동네까지도 널리 통용되고 있었고, 저마다 다른 국적의 사람들끼리 통용되는 유용한 소통수단이 되어있었다.

나역시 며칠 지나지 않아 이 언어를 완벽하게 몸에 장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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