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충격과 공포의 커뮤니케이션

믿음과 실제

by 임모씨

출국 준비를 하면서 그 얼마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이런저런것들을 챙기는 와중에도 마음한켠에 은근히 자리잡은것은 내 어학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것과 실제로 일을 하면서 구사해야 하는 언어는 다를터이고 과연 그들에게 내가 쓰는 말들이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할까에 대한 불안함이 없었을 수 없었다.

일단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학이 기본이 되어있어서 외국인들과의 소통과 업무지시, 그리고 생활등에 대하여 모두 준비가 되어있을거라고 믿고 살았었다. 사회가 만만한곳도 아니고 그정도는 해야 해외에서 일할 수 있고 남이 주는 돈을 받을 자격이 있을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내가 졸업전에 방문했던 몇몇 나라에서 보였던 한국사람들이나 선배들의 모습은 적어도 그랬었다.


출국장에서 같은 깃발아래 마주쳤던 우리회사 사람들과 트리폴리 대기캠프에서 봤던 아저씨들을 보면서 내가 믿어온 부분에 대한 의구심에 약간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어떤 외국어도 그분들의 말투나 태도에도 묻어나 보이는 분들은 드물었다.

다만 우리회사 입국동기들중에 사업소에서 근무하기로 하고 먼저 내리신 부장님의 경우는 마중나온 태국기사와 다시 만난듯 젠틀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며 영어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는 모습에서 '그렇지, 이게 제대로지' 라는 생각을 했었기는 했다.


비록 내가 영어는 많이 딸리지만 아랍어는 내가 뭐라 씨부려도 남들은 잘 모를테니 나는 최대한 유창한척을 하고 쪼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 이게 내가 출국을 준비하면서 가다듬은 내 마음가짐이자 나름의 '전략'이었다.


자대배치(?)를 받고 다음날 사무실에 처음 들어갔을때 내가 J과장의 부서에 배속받은것을 알게 되었다.

최전방초소(?) 규모의 캠프이다보니 사무실은 단촐하게 운수과의 L과장, 그외 J과장의 관리과, 그리고 소장님이 계셨다.

그냥 나는 관리과라고 했다. 내가 뭔 관리를 할지는 몰랐지만 설명을 듣기전에 우선 작업지시를 위한 미팅을 위해 자리에 앉기도 전에 그를 따라 나섰다.

한 창고옆의 내무반 구조의 빈방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잡부팀과 청소팀을 이룬 필리핀, 베트남인들로 이루어진 예닐곱의 근로자들이 추레한 옷차림으로 내무반 침상위에 앉아있었다. 옷차림은 회사에서 지급받은 유니폼이었지만 누가봐도 직종을 짐작하기 쉬울만큼의 상태였다.


드디어 사회생활의 첫 미팅이구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빨리 캐치하고 빠릿빠릿하게 나도 움직여야겠다라는 다짐과 이등병을 한번 겪어봤던 경험자로서의 긴장으로 모든 감각을 끌어모은 채로 그들의 맞은편, 과장님옆에 앉았다.


드디어 J과장의 입에서 나온 외국인들 상대로 한 첫 언어!!

그의 몇마디가 미쳐 끝나기도 전에 내 믿음은 와장창 깨지는 유리창처럼 사막에 흩뿌려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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