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끗 차이.
평소에 운전을 할 때는, 뭔가 항상 마음이 쫓기고, 급했다.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며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했다. 앞 차가 느리게 가면, 매우 답답해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빨리 도착하면 매우 뿌듯해했다. 반면에 앞 차가 천천히 가거나, 신호에 걸리면 불쾌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첫째 아가의 생일이다.
세상에서 '나' 자신보다 소중한 우리 아가. 유치원에서 최고의 생일파티를 하면 좋겠다. 엄마의 바람.
나는 미리 가까운 빵집에 케이크를 예약해 두고 퇴근할 때 케이크를 픽업해 뒷좌석 바닥에 모셨다.
.... 생일잔치 다들 알지?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서 어플에 올린다.
"이 케이크는 절대로 망가져서는 안 된다."
즉, 차가 험하게 가면 절대로 안 된다. VVVIP 케익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이다.
이 VIP는 조금이라도 급정거를 하거나, 과속을 해서 과속방지턱을 만나면, 극대노를 하면서 망가져 버릴 것이라고 나를 위협했다.
나는 마음을 바꾸었다. '천천히 가자.'
과속방지턱은 시속 30km 아래로 천천히, 과속하지 말고, 급정거하지 말고, 신호에 걸려도 Okay.
케익 너만 무사하다면. 나는 케익을 차에 모시고는 운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케익이 편안한 게 최우선이었다. 천천히 가는 내 앞에 차가 끼어들던, 신호가 걸리던,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스무스하게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면 안도감이 들었다.
웃음이 났다.
내 마음을 바꾸는 게, 감정을 안정시키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케익이 타는 순간 나는 급할 이유가 없어졌다. '기질은 타고났기 때문에, 이 감정은 바꿀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반응하게 프로세스 되어 있다.'라는 논리가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프로세스를 바꾸는 게 이렇게 쉽고 간단한 일이었니...
공수래공수거. 빈 몸으로 왔다가 빈 몸으로 가는 것,
무엇을 그렇게 아등바등 힘들어할까. 괜찮다.
차에 케익을 태우면 된다.
마음은 종이 한 끗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