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상할지라도 행복하게

이 세계를 함께 해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by 횡설술설

공상을 많이 한다. 사실 최근까지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딴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이라는 것을 몰랐다. 우연히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알게 됐다. 인생은 왜 사는지, 내 의지대로 태어난 것이 아닌데 왜 살아가야만 하는 건지-에 대한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했더니 다들 놀라한 것. 그리고는 나더러 너 좀 이상하다, 라고 했다.


한 번도 내가 딱히 이상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너네 다 이상해 나만 정상이야'라고 한 적은 있었어도, 다소 객관적이어 보이는 투로 내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고 낯설었다. 나는 여태 그런 생각은 당연히 모두가 하면서 살아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나처럼 말을 딱히 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 속으로는 다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겠지,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난 오히려 그 반대가 놀라울 지경이었다. 아니 이런 생각을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여름의 잠수>라는 그림책이 있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아빠를 따라 병원에 간 주인공 소이는 그곳에서 사비나를 만난다. 수영장이 없는 병원에서 자꾸 수영을 하자는 사비나의 말에 소이는 처음엔 응하지 않다가 한 계기로 그를 따라나서게 되는데, 그 수영장은 알고 보니 잔디밭이었다. 수영복을 입고 잔디밭에 드러누운 그들은 함께 헤엄치는 동작을 하고 놀면서 그렇게 둘은 그 여름의 단짝이 된다.


수영복을 입고 잔디밭에서 헤엄치는 소이와 사비나


처음으로 내가 스스로의 생각에 특이점을 느낀 순간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내가 여태까지 스스로가 이상하다거나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내 친구들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와 비슷한, 혹은 비슷하지 않을지라도 내 생각의 물살에 거리낌 없이 같이 파도를 타주는 친구들 덕분에 다른 사람들 눈엔 이상함으로 비칠 수 있는 나의 생각이 그저 내가 가진 특별함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보면 조금씩 이상한 점을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잔디밭을 헤엄치진 않을지라도 각자가 자주 상상하는 것이라든지, 유독 빠져있는 것이 있다든지 등의 특이점들이 있는데 그 이상한 세계를 헤엄칠 때 그 세계를 알아주고 함께 헤엄쳐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특이함이 특별함으로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문득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어엿한 어른인 척, 보통의 사람인척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메신저로 이상한 이야기들을 던지며 킥킥 웃을 수 있는 이들이 있어, 나의 특별함을 알아봐 주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나는 행복하게 마음 놓고 헤엄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