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연말정산
라면먹고 초저녁에 잠들어버린 바람에 새벽 3시에 멀뚱멀뚱 누워있는 나.. 습관처럼 들어간 핸드폰 사진첩에는 어느덧 6만장이 넘는 사진들.. 그래서 사진정리 하는 겸 올해를 한번 슥~ 돌아보기로 한다.
구름이 우리집에서 잠깐 지내던 시절. 정말 이 때는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술먹다가도 집에 달려갔다. 취하면 종종 구름이 간식을 사갔고 집가면 끌어안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표정만 봐도 이런 나를 구름이는 썩 좋아하지 않은걸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집에서 날 아무런 이유없이 그토록 반겨주는 존재가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처음 제대로 알았던 때.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애프터썬>을 봤고,
오밀조밀 친구들과 수박이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술을 먹었다. 역시 이 멤버가 같이 술먹으면 가장 열받고 재밌다. 같은 레퍼토리로 십몇년째 놀리기 시전..
귀여운 친구들이 만들어준 생일편지를 뒤늦게 받기도 했고.. 일로 다들 바쁠 와중에 매년 다른 디자인으로 정성스레 롤페를 만들어주는 마음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봄맞이를 위해 하찮은 키링을 새로 데려왔고(무려 이끼다.) 미나리를 엄청 찾아다니며 먹었다
원래 제철 음식 크게 안 따지는 편이지만 미나리만큼은 못참아.. 미나리때문에 등촌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5년을 함께 했던 팀 언니들 두명이 차례로 떠나갔다.. 그 정도인지 몰랐는데 떠나간 후에야 내심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는걸 알았다. 이렇게 깨알같은 언니가 결코 아닌데 직접 그린 그림이라니.. 울면 향후 5년은 놀림감이 될거라 참았다.
겁없이 위스키에 덤볐다가 또 만취해서 숙면.. 매번 주량 쪼렙 챙겨주는 친구들아 고마어 숙박비는 낼게
원래 이런 친구가 아닌데 느닷없이 심심하다고 명동에서 강남역까지 번개하자며 달려온 역사적인 날..! 당분간 이런 날도 많이 그립겠지 용용 엄마야.
매번 좋은 뽀듀와의 광합성.. 내 상태를 보아하니 전날 또 달린 모양 ㅎㅎ 게으르고 귀찮음 많은 나를 매번 여기저기 잘 데려가주며 콧구멍에 바람쐬어주는 소중하고 건강한 친구들 ㅠ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김참새 작가님 전시~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게 좋았던 작은 산책
가족끼리 제주도 바람 쇽~ 동생이 매너다리 해줄 때마다 열받지만 나보다 키 10센티 크니까 어쩔 수 없어 앞으로도 매번 해주길 바라.
내가 쿠키 좋아한다는거 알고는 구해다주신.. 이런 동글동글한 귀여움으로 겨우 회사 다닌다..
그리고 이쯤부터 본격 디제잉 파티 준비를 시작했다. 매번 술먹으며 말만 하다가 진짜로 한번 해보자!라며 추진하게 된.. 기꺼이 아지트가 되어준 따스한 지선이와 꿍이네 집.
내가 가장 사랑하는 5월~ 동생이랑 나랑 실제로는 하나도 안 닮았는데 다들 복제수준이라고 하는 거 보면 신기할 따름. 나보다 8살 어리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 아주 막대하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귀여운 구석이 있다.
마침 회사가 50주년이라 로비가 몹시 귀여웠다.
그간 거쳐간 모든 임직원들의 이름을 깨알같이 적어준건 솔직히 좀 감동이었다.
내가 정말 너무나도.. 사랑하는 여름 문턱의 아른거림
그만큼 또 사랑하는 벤치 술자리
이 날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 편의점에서 소주와 안주 하나 사서 어디서든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럴 때 하는 이야기들은 왠지 더 애틋하다. 물론, 대부분이 쓸데없다.
이런 말을 하는 분이 결코 아닌데.. 팀장님이 결재 란에 슬그머니 남겨둔 말을 보고 섬뜩(?)하면서도 뭉클(!)한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인 것 같다. 아니면 스톡홀름 증후군이거나
봄 and 야장에 나만큼이나 미쳐있던 친구가 대문짝만한 반팔티 만들어줘서 같이 입고 야장에서 낮술했다.. 정말 우스꽝스럽게 행복했던 기억
제발 우리 다같이 같은 건물에서 회사 다니게 해주면 안될까요
날 좋으니 낮술하자며 번개로 만난거였는데 나 먹인다고 맛있는거 바리바리 싸와준 다정한 녀석.. 이 날 각자 책 가져왔지만 역시나 꺼내지도 않고 수다만 몇시간 떨었는데 너무 좋았지
길고양이들 열심히 밥 주고 다니던 시절
정말이지 내가 사랑하는 계절.. 이 때는 음악도 신나는 음악 위주로 듣게 되고
낭만타령 하면서 주위에 꽃 선물도 불쑥불쑥 하곤했고
보고싶었던 전시들도 자주 보러다녔다. 게으른 내가 그나마 가장 덜 게으른 시기
이런 음악도 좋아하면서 잘 안듣는 이유는 너무 감정적이어질까봐 무서워서도 있다.. 사실은 쫄보인 것
이 시기엔 한창 디제잉파티 준비하느라 퇴근후 호닥닥 달려가 다같이 연습을 했고
끝나고 친구들과 술 한잔씩 하곤 했는데 그 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건 왜일까
회사에 있는 시간을 그나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이런 귀여움이 필요하지 않겠어?라며 친구와 공동 구매.
옥수수 묻은 짱구와 흰둥이를 어떻게 참지?
못참네..
음악듣고 싶을때 짝꿍이랑 2차로 소소하게 자주 들렸던 곳
이센스 앨범 발매 기다리면서 그의 인스타 라이브 맨날 들어가다가 친구한테 실시간으로 걸리기도 했고(?)
그러고보니 올해 술만 먹었다하면 사진 찍은 것 같기도.. 팡구가 일본말고 한국에서 살아주면 좋겠다 보고싶을 때 바로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지
우리 엄마는 단연 내가 본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귀엽다.. 내가 토끼현주 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가족끼리도 처음 찍어봤지롱. 웃기다 사랑해 모두~
큰맘먹고 장만한 짱구반지인데 다소 기괴해서 슬펐다
내가 영화 <애프터썬> 좋아하는거 알고 소중한 굿즈를 노나준 친구. 자기가 좋아하는걸 누군가와 나누는건 엄청나게 착한 마음이란걸 안다
짝꿍이랑 집에서 뮤직 비디오 보면서 춤추고 놀기 ㅎㅎ 얘랑 노는게 제일 재밌어~!
퇴근하고 또 쇽쇽 서로 얄짤없이 피드백 줘도 아무런 타격감없는 사이라는게 새삼 편하고 좋다
이 친구들과 몇번째 강원도인지
근데 갈때마다 새롭다는게 놀랍고 또 소중할 따름
가끔 동생은 안하던 짓을 하는데 이게 참 소름돋고 귀엽기도 한 오묘한 느낌.. 어쨌든 부적은 들고다녀야 할 것 같아서 지갑에 넣어다닌다.
친구들과 다짐.. 다짐
아끼는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겨 꽃을 산 날. 개인적으로는 꽃보다 풀떼기를 좋아하지만 가끔 화사한 꽃들을 사면 기분이 확실히 전환되는건 사실이다.
디제잉파티 사전답사..는 핑계고 그냥 클럽이든 음악나오는 곳이든 많이 놀러다녔다. 난 춤추는걸 너무 좋아하는데 몸치라 종이인형과 같은 춤사위로 흐느적거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선사하곤 한다 흡 .. 그치만 뭐 어쩌겠어 난 좋은걸 ..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사다주는.. 게다가 유통기한까지 적어 냉장고에 넣어놔주는 마음이라니.. F 100은 이럴때마다 눈물이 크헝 내 회사생활의 원동력
정말 너무나도 많은 추억이 있는.. 내가 각종 눈물콧물을 쏟을 때마다 말없이 계란후라이와 수제비튀김을 내어주시던 사장님이 계신 나의 영이네. 그 근방 애정하던 집들이 많이 사라져서 슬펐는데 영이네만큼은 사라지면 안돼요 정말 오래 건강해주세요
준비 막바지.. 친한 친구들과 함께라 재밌었고 별 걱정도 없었다. 집이랑 멀어서 상수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 때 자주 가다보니 또 골목 구석구석 애정이 생기기도.
올해는 귀여운 초에 꽂혀서 매번 생일자에 어울리는 초로 신중하게 고르곤 했다.
너무 재밌었고 신났고 또 너무 감사했던 날.. 이게 뭐라고 본인 취향이 전혀 아님에도 굳이 와주고 연락해준 친구들까지.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던 날 ㅠㅠ
여기에 날 태그한게 어이없고 웃길 따름.. 나의 ㅈ같은 삶(?)
그래도 네가 재밌다면 다행이야.
너무 감사하고 따뜻했던 날.. 몸마음 건강하게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날이 오래 지속되어준 덕분에 일주일에 5일은 번개 & 야장이었다. 생활맥주의 골뱅이면은 정말 맛있고 소맥은 세다.
혼자 몰래 못생긴 이모티콘 따라 사는 아빠 어떤데~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다음중 화자가 어쩌구 따지는 언어영역 때문에 시 정말 싫어했는데. 이젠 시를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럼요
그래서 후회없도록 번개 & 야장을 엄청 누렸습니다... 야근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 와중에..
30대 강남역 커리어우먼의 모습이란~
와중에 오른쪽 분 쳐다도 안봐주시네 서운하게..
있는줄도 몰랐던 마지막 사랑니가 갑자기 존재감 발휘하는 바람에 짧게 but 몹시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예쁘게 자라준 덕분에 1분만에 뽑았다 고마워 기특한 녀석!
사랑니는 무조건 사랑이아프니강남점으로 가세요. 이름은 좀 의심스럽지만 잘하는 집입니다.
틈틈이 프리다이빙. 동생과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건 참 행운인지도
가평 K26에도 다이빙하러 다녀왔다 참 평화롭고 따뜻했던 날. 물론 김밥 와사비로 숨질뻔하고 차 안 노래방 마이크와 미러볼이 공포스러웠지만..
살다살다 이젠 별..
근데 왜 다들 공감하는지?
이런 생각지 못한 따스함에 가장 취약하다면.. 오늘도 무사히 건강하세요 기사님.
지금 다시 봐도 말이 안된다 솔직히.. 다들 나보다 높게 나와서 풀이 죽을 뻔 했는데 한 친구가 15살이 나와서 대놓고 안도했다.
나의 올해 하반기 집은 파김치 그자체.. 파김치를 먹기 위해 일도 집에 싸들고 와서 하곤 했다. 대파 파김치가 얼마나 진귀한지 아시나요. 무려 아빠가 회식갔다가 발견하고 절 위해 싸왔답니다. 대파 파김치정도 되어야 부산남자의 다정함을 볼 수 있습니다.
소중한 대화를 주고받기에 감자탕과 소맥은 최고였다
날 열받게 하겠답시고 공주세트와 핑크케익과 이상한 초를 무더기로 사온 팀 친구들.. 그치만 사실 하나도 안 열받고 귀엽기만 했다 완전한 실패~
원래 생일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올해는 마냥 평온하고 별 생각없이 행복했다 - 생각없이 사는 것도 종종 큰 도움이 된다
친구가 꿀팁 보내줘서 저장해두었다. 너가 몇번 선호하는지 알려주면 그걸로 해보도록 할게
노는거 좋아하는 팀 친구와 심심함을 못참고 사무실 꾸미기.. 크리스마스 그래봤자 남의 생일일 뿐인데 왜 유난이냐고 하면 할말없지만 그래도 왠~지 설레지 않나요? -11월부터 캐롤듣는 사람-
어김없이 돌아오는 Spotify의 연말정산~
배경음악으로 곧잘 깔아두는 1, 5번을 제외하고 내 올해 최애 음악은 J. Cole 의 G.O.M.D. 사실 저 앨범 곡들이 다 좋은데 그 중에서도 이 곡은 정말 무한재생.. 지금 또 듣는중..
나를 잘 아는 친구가 편지와 함께 선물해준 책. 금요일 밤에 읽고 주말 내내 곱씹었을 정도로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고 가장 우울했다. 평소엔 맑은 물인척 하고 있지만 이렇게 밑바닥을 들쑤시는 매개체를 만나게 되면 바닥에 가라앉혀져 있던 불순물이 다 헝클어져 금새 흙탕물이 되어버리는..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종종 내 안의 감정들을 직면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새부터인가 매년 하고있는 팀 마니또.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니지만 또 이를 계기로 상대에 대해 한번 더 관심갖게 되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되서 좋기도 하다.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떠올리다가 문득 생각한다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편안하고 건강한 환경이 되어주고 있을까?
아빠 학회가 싱가폴에서 한다길래 쫄래쫄래 따라갔다왔다. 오랜만에 그리웠던 여름공기~ 내가 좋아하는 풀떼기투성이의 나라.
라면덕후인 내가 요즘 빠져서 고생 중인 라면.. 지난번엔 열라면+참깨라면 조합에 빠져있었는데 이제 튀김우동과의 조합이라니 나에게 왜 이러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올해 내가 많이 표현하며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보니 받은게 훨씬 더 많았고, 연락은 내가 먼저 했을지언정 막상 친구들이 퇴근 늦는 나를 위해 회사 근처로 와준 적이 더 많았다. 내가 다정한 사람인게 아니라 나의 진심을 고마워하며 따뜻하게 받아주고 소중히 해줄 주 아는 친구들 덕분에 내가 더 마음을 쓰게 되는 거였다는 걸 정리를 하며 알게 되었다.
<각각의 계절>을 쓴 권여선 작가님은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생을 살아내려면 한 힘만 필요한 게 아니라 각각의 시절에 맞는 각각의 힘들, 다양한 여러 힘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의 올해 시절을 나게 했던 힘은 단연 ‘사랑’이었다. 이는 생각해보면 단순히 올해뿐만이 아니라 20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쭉 나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작용하고 있는데, 어쩌면 지금 내가 겪어내고 있는 시기는 이 사랑이라는 가치를 통해 나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키고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 수 있게 해준 내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 한해 마무리하며.. 내년에도 더 사랑하고, 더 표현하면서 더욱 힘있는 계절들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