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오케이-!

1- 말은 씨가 된다

by 내가짱


일을 하다가 극도의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뱉는 말이 있었다.

이러다가 암 걸리겠다.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


남편과 싸울 때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뱉은 말이 있었다.

내가 만약에 암 걸리게 되면

내가 만약에 죽게 되면

그건 오빠의 책임이 절반 이상 있는 것이라고...


어느 날, 갑자기 샤워를 하고 나와 바디로션을 바르다가 느낀 멍울이었다.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만져보라고 했다.

대수롭지 않은 듯

- 병원에 한번 가보자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토요일에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예약 없이 가보았다.

울산에 유명한 유반외과들은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미뤄진 진료에 나는 인터넷에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았다.


여자의 감이라고 할까?

느낌이 암일 것 같았다.

암이 아니면 보험금은 얼마 나오고, 암이면 어떻게 하지? 내가 넣은 실비 보장이 얼마였더라?

돈, 돈, 돈 거리고 돈 쫓아다니면서 머리를 굴리는 나는

그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진료를 보러 가니 초음파 검사 영상을 보시더니 맘모톰시술로 떼면 된다고 하셨다.

겨드랑이 쪽 초음파를 다시 보더니, 의사 선생님이 다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누워보라고 하셨다.

조직 검사를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바로 조직 검사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암일 것 같았다.


일주일 뒤, 검사결과가 나오는 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 혹시 보호자분 같이 오시나요?

- 아뇨

- 보호자 분 같이 동행해서 듣는 게 원래 원칙이라 오실 수 없나요?

- 갈 보호자가 지금 딱히.. 없어요..

일 하고 있는 남편을 부르기는 그래서,

암일 것 같다는 기분은 들지만 설마라는 마음에,

당일날 혼자 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간호사가 전화가 오는 거 보니, 더 암인가 보다 싶었다.


그래서 운전하고 가면서 다짐했다.

절대 암이라고 이야기하셔도 울지 말아야지. 절대 병원 안에서 울지 않을 거야 절대

이상한 다짐을 하면서

아니나 다를까 유방암이었다.


40살 전에 죽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내가

35살 암이 걸렸다.

죽음에 대해 두렵지 않고, 지금 죽어도 후회 없다고 했던 내가

지금 바로 죽지 않는

살기 위해 나 스스로와 싸워야 하는

재발의 위험 끝에 서있는 유방암이 걸렸다.

말이 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