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트9, 내안에BOOK / 이소연 대표
영화평론가의 별점을 보고 영화를 고르고,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며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에는 누군가의 취향이 나의 취향이 되어버린다. 크리에이트9은 문화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문화를 스스로 발견하고 즐기기를 바랐다. 컬처 큐레이션을 고안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나이, 상황, 관심사 등에 맞은 문화를 직접 큐레이션 하여 제안을 하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를 더 세밀하게 보고 이를 정확하게 큐레이션할 뿐만 아니라 젊은 문화기획자를 육성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크리에이트9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디자인 전문 회사로 구성원 모두가 디자이너에요. 디자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작업물을 만드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무언가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함께 이루어내는 거예요. 각자가 특정 프로젝트에 있어서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하고 그 능력들을 모아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거죠.
그럼 크리에이트9에서 9라는 숫자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디자이너를 뜻하는 건가요?
그런 의미는 아니고 십진법에서 9는 가장 큰 숫자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경우의 수의 아이디어를 담겠다는 의미이고 최고의 결과물을 나타내겠다는 포부도 담고 있어요.
크리에이트9 뿐만 아니라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계세요.
독립서점 내안에 book을 계획할 때 문의라는 지역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문의라는 지역을 새롭게 보게 된 건 <문꽃>이라는 문화기획 단체에서 활동하면서부터 였어요. 작년 봄에 문의 초등학교를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학교를 올라오는 길에 산과 하늘이 보이면서 마음이 탁 트였어요. 아직도 그 기분이 생생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죠. 가장 결정적인 건 올해 초등학교를 들어간 제 아이에게 북적거리는 도시보다는 평화로운 작은 동네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주를 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이주하면서까지 문의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에게 책은 살아가는 힘이에요. 그래서 40대에는 동네에 책마을, 도서관을 개관하고 싶다는 것이 제 버킷리스트였거든요. 그때는 내가 하고 싶은 거에 초점을 맞춰서 이렇게 책방을 열게 되었는데, 막상 지역 안에 들어오고 나서 보니까 지역 안에서 이 책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라게 되었어요. 아마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로컬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던 거 같아요. 앞으로의 내안에BOOK이 책방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화예술단체인 문꽃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어떤 단체인지 알려주세요.
문꽃은 비영리단체로 2017년부터 시작되었어요. 문의 마을을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동네로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을 문의 거리에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문꽃에서는 기획자, 내안에BOOK에서는 책방지기, 크리에이트9에서는 대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혹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커요. 조직 안에서 제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나면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들을 보내고 싶은데 생각만큼 확보가 안 되니까 힘들었어요. 일을 내 욕심만큼 잘 하고 싶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금씩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속상했지만, 지금은 조금씩 내려놓을수록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책을 활용한 페이퍼 아트를 하고 계세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결혼 이후 종이 공예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 저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께서 접기의 여러 기법을 활용해서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종류의 종이로 예술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그때 당시 제가 폐도서에 관심이 있었는데, 책을 버리는 데 쓰이는 에너지를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것에 쓰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으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으니까 뿌듯해요.
페이퍼 아트 외에도 최근에는 웹드라마를 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드라마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보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웹드라마의 비중이 커졌다는 걸 파악한 후 청주의 장소들을 홍보하는 영상을 웹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보자고 기획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홍보용으로 보이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낄 거 같았어요. 그런 부분을 피하기 위해서 시나리오 작업부터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웹드라마의 소비층이 젊은 친구들이니까 로맨스를 선택했고 그 안에 청주의 명소를 녹이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또 웹드라마에 출연하고 제작한 친구들이 모두 청주 지역에서 거주하는 학생들이어서 그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기 때문에 더 의미 있었어요.
충북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문의에 있는 친구들과 많은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내가 무언가를 준비했으니까 너희 와서 이 수업 들으라는 일방적인 방식이 아닌 여기 있는 친구들이 하고 싶어 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문의의 곳곳에는 많은 문화예술 작가들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지만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저는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어요. 충북의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기획하거나 협력한 프로젝트들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경험했고, 그것을 문의에서도 차근차근 실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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