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인 글쓴이가 본 그녀의 눈물은 왜 남의 일 같지 않을까.
지난 주말 중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갔다.
화려하진 않아도 뭔지 모르게 안정감이 있는 결혼식이었다. 그들에게 이미 예쁜 공주님도 있는 5년차 부부여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이런 저런 사정으로 결혼식이 미뤄진 친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으나, 지금 보니 풋풋한 커플과는 또 다른 설렘과 안정감이 공존하는 걸 보고 순서가 살짝 바뀐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찌되었든 신부는 더할나위없이 아름다웠고, 눈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미 한 이불 덮는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는데 무슨 긴장이겠냐던 친구. 아니나 다를까, 여느 신부와는 달리 신부대기실에서 부케들고 얼굴 가득 활짝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 친구 다웠다.
그런데 신부가 날 보더니 불현듯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에게 나는 교복입고 마냥 즐거웠던 시절의 친구이자 그 이후 10년이라는 공백을 흘려보내고 만난 친구, 그리고 멀리 있어 올걸 기대하지 못했던 친구라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눈물이 고마웠다.
진짜 눈물은 본식에서 쏟아졌다.
어느 결혼식을 가든 신부의 감정이 북받치는 타이밍은 신부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이다.
이 친구도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놓치기는 커녕 넘치게 눈물을 흘렸다.
매번 결혼식마다 봐온 광경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주체할 수 없이 우는 모습을 보고 그 순간 신부의 머릿속엔 무슨 생각이 그녀를 휘감았는지 궁금했다. 예식 후 감사인사차 온 전화에 물었다, 대기할 때만 해도 씩씩하더니 예식 때 왜그리 펑펑 울었냐고. 친구는 갑자기 엄마와 외삼촌의 얼굴이 언제 이렇게 늙었나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말하진 않았지만 부모님이 늙는 시간 속에 결혼하기 전 신부가 겪은 우여곡절도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더 그랬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우여곡절을 마음 졸여가며 지켜보셔야했던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크게 한 몫 했을 것이다.
문득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다.
엄마보다 늙어가는 모습에 더 큰 찡함을 주는 아버지. 나 또한 나 살기 바빠서 일 년에 서너번 집에 오다보니 올 때 마다 하루가 다르게 아버지의 흰머리와 주름이 느는 것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물론 나이 먹는거야 당연하다는 것을 알지만 괜히 나 때문에 늙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나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이런 느낌이 신부가 되면 더 크게 느껴지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직 결혼도 안한, 당장 계획도 없는 내가 매번 결혼식을 갈 때마다 그 눈물이 어렴풋이 와닿았나보다.
내가 결혼할 땐 어떨까.
아마 오열을 하면 했지 담담히 지나진 못할 것 같다. 나 또한 아버지의 흰머리와 주름 깊은 곳에 박혀있는 시간들을 딸로써 함께 겪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신부의 눈물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던 나는 집에 오는길에 그 생각을 한마디로 마무리지었다.
'지금부터라도 아버지 앞에서 꺼이꺼이 눈물 흘리는 신부가 되지 않도록 잘 하자. 진짜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