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초심을 잃었다. 다니던 직장에서도 인생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런 조짐이 보였다는걸 혼자 가만히 앉아 책을 읽던 중에 느껴졌다.
여차저차 없는 돈으로 결혼을 하고 다시 영국에서 일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고 너무 가고 싶었던 호텔에 친구 찬스로 무료로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그곳까지 가는 여행 경비가 필요했다. 더불어 이미 마지막 직장에서 퇴사한지 1년 반이 되어가던 시점이기도 했다.
영국 파운드 환율은 어찌 그리 올라가는지 어느덧 1900원까지 올라 이 시기에 돈을 안 벌면 바보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시골인데 일을 구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이력서에는 10년이상 한 분야에서만 종사한 경력이 빼곡하니 일단 일이구해지긴 했다.
사실 일하게 된 곳은 전 직장에 비해 체계가 없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계속 다녀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어느덧 1년이 된거다.
1년이 지난 지금 런던 생활대비 약 두배의 돈이 모아졌디. 돈이 모여지니 내가 아쉬운 마음 가지고 일할 필요가 없어진거다. 돈이 충분하다거나 여기가 한국이나 런던이었으면 안 다닐 직장에 드디어 사직서를 냈다.
나는 이 사직서를 내기 전까지 너무 무섭고 인생이 망하는거 아닌가.. 일 구하기도 어려운 이 작은 동네에서 지금 직장을 계속 안 다니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두려운 마음은 나를 괴로운 마음을 안고 현직장을 1년이나 다니게 만들었다.
퇴사 결정 뒤에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탓한다. 초심을 잃은거라고- 하지만 이내 생각해보면 이렇다.
‘사실 내 초심은 여기서 빨리 나오는거였어. 근데 그 마음을 누르고 오히려 버티지 못하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1년이나 다닌거면 초심을 잃은게 아니라 두려움을 넘어 초심을 찾은거야.’
난 나를 잃는게 다른 어떤거보다 더 무섭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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