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리사로 해외에 나간다는 것의 의미

by 콘월장금이

호주, 8개국 출신 동료들과 함께 근무했던 워홀 시절

나는 한국에서 피부미용과 전문대 막 학기에 조기 취업을 선택했다. “졸업 후 취업”이라는 정해진 루트를 따르기보다는, 현장에서 먼저 배우는 것이 더 값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첫 직장은 데이 스파였고, 이후 피부과에서 경력을 쌓으며 어느덧 5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 내가 잘 다니던 강남의 피부과를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은 걱정이 많았다.
“여행은 여행으로 좋은 거지, 길게 간다고 좋은 줄 알아?”
그때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엄마, 해외에 나가보니깐 정말 인생이 바뀌었어.”

해외를 처음 생각하게 된 건 일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여행이 좋았기 때문이다. 배낭여행으로 시작된 여정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오래 여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궁리로 이어졌고, 결국 호주 워킹홀리데이라는 선택지로 나를 이끌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온라인 어딘가에서는 ‘호주 워홀 간 한국 여자는 걸러야 한다’는 식의 글들이 떠돌고 있었다. 게다가 직업이 피부관리사라면? 더 많은 색안경이 씌워졌다. 나는 부모님 앞에서, 그리고 내 스스로도 한 번도 부끄러울 일을 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피부관리사로 해외에 나간다는 것은 단순한 “직업 선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편견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분명히 아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지치고, 결국 한국행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에서 일할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선명하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 7시, 8시 이후에야 퇴근하는 것이 너무 당연했다. “원래 다 이렇게 일하는 거지…”라는 생각뿐이었고, 다른 선택지는 떠올려본 적도 없었다. 주변 모두가 그렇게 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해외에 나와 보니, 같은 기술을 쓰고 같은 피부관리를 하는데도 상황은 달랐다. 근무 시간은 줄고, 휴가는 길어지고, 급여는 오히려 더 많았다.

마치 같은 제품이라도 어디서, 어떻게 유통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내가 가진 기술도 나라와 기회를 잘 만나면 전혀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피부관리사가 해외에 나가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 아닐까.

호주 워홀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여행이 좋았기에 캐나다 워홀, 영국 워홀까지 이어갔다. 다행히 내가 가진 기술은 해외취업에 비교적 유리했다. 옛 어른들이 말하던 “할 거 없으면 기술이나 배워라” 는 말이, 나의 삶에서는 아주 좋은 해외 진출의 예시가 되어버린 셈이다. 만약 아무런 기술이 없었다면, 보통 많이들 시도하는 카페 아르바이트나 한식당 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피부관리라는 기술 덕분에 나는 현지 고객을 직접 상대하며 전문가로서 해외 시장에 설 수 있었다.

피부관리는 말 그대로 손기술이 중요한 분야다. 그래서 한국인의 섬세한 피부미용 기술은 어느 나라를 가든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초반에는 영어를 거의 못했지만, 다행히 피부관리는 말보다 기술과 결과가 더 중요한 일이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객은 결국 언어가 아닌 얼마나 진정성 있게 관리를 해주는지, 한국에서 고생하며 배워온 기본이 빛을 발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도 조금씩 늘려갈 수 있었다.

결국 해외에 나간다는 것은 단순히 “더 잘 벌고 덜 일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내가 가진 기술과 경력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두드리는 행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편견조차도, 내 선택의 의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가 된다.

피부관리사로 해외에 나간다는 것, 그건 결국 내 기술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그 가치를 존중받는 자리로 스스로 나아가는 일이다.

호주워홀.jpg 호주 워홀, 8개국 출신 동료들과 함께 근무했던 시절의 회식날
캐나다 jpg.jpg 캐나다 워홀, 스킨케어 트레이너로 근무했던 날들


영국워홀2.jpg
영국워홀.jpg
영국 워홀, 5성급 호텔에서 스파테라피스트로 근무하며 드레스 파티도 하고 재밌는 일이 참 많았던 소중한 시절


이전 01화초심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