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이뤘을 때, 행복도 따라올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외로움만 더 깊어졌다.
처음 내 통장에 억 단위의 잔고가 찍혔을 때,
나는 혼자 호텔 욕조에 들어가 샴페인을 따며 축하했다.
하지만 처음 느꼈던 기쁨은 금세 사라지고,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 마음은 오히려 적막하게 느껴졌다.
영원할 줄 알았던 행복은
손을 뻗으면 꺼지는 물거품처럼,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명품 정장, 시계, 가방, 포르쉐,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까지
전부 손에 넣고 나니
사람들이 내게 웃는 이유가 내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 때문은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야. 내가 아는 누구보다 성공했어."
그 말이 날 위로하기는커녕
멀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나를 본 걸까,
내가 쌓아올린 배경을 본 걸까.
오래전,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마주친 조명등 하나가 있다.
희미한 불빛 아래 새겨진 건, 두 손을 모은 천사였다.
처음엔 그 불빛이 좋았다.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빛이
숨이 막힐듯이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욕망을 이루었으니 이제 행복해져야 한다는 압박.
하지만 다가가려 할수록 멀어지는 느낌.
나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행복해야 하는데, 왜 나는 자꾸 공허하지?’
돈은 삶의 벽을 뚫어주는 열쇠였다.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그 벽 너머에는 정답이 없었다.
오히려 공허한 사막만이 펼쳐져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만이
내 우주의 전부인 것처럼.
이제 나는,
밤마다 꿈속에서 그 사막을 헤맨다.
진짜 나를,
오직 나를 찾기 위해.
이 이야기는 『로드시커』 본편 중,
물질적 성공 이후 내면의 공허를 겪는 주인공 ‘현빈’의 시점을 바탕으로 구성한 외전 에세이입니다.
당신의 마음에도 비슷한 밤이 있었다면,
그 공허 속에서 길을 찾는 한 사람의 기록으로,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 [『로드시커』 전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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