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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판 이야기(1) - 책 내기 참 쉽다?

나의 구구절절 고군분투 세번째 책 출판기 (1)


지금까지 나는 4권의 책을 써서 세상에 내놓은 작가다.



(나는 작가다? 뭔가 패러디하는 느낌이라 쎄한 느낌인데;;;


누가 뭐라나?


이름만 대면 웬만한 사람이면 알 법한 작가는 아니라서 좀 그렇긴 하지만...)



벌써 18년(!?)이나 지난 2005년에 첫번째 책인 [아주 특별한 성공의 지혜] 를 내놓은 뒤로 3권을 더 써냈다. 이 첫번째 책이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1만 권을 채우지는 못했어도 거의 그에 가까운 판매부수는 채웠으니 나름 나쁘진 않은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1인 출판 하는 지인의 눈에 띄어서 출간해서 이룬 성과이니 대견하기도 하다.



두번째 책 [나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 도 쉽게 써냈다.



그런데 말이 '쉽다' 라서 그렇지 책으로 올릴 원고를 쓴다는 것이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등에 휘릭 써서 올리는 것과는 다르게 꽤나 묵직한 부담이 있다. 그래서 수없이 반복되는 탈고 과정을 거치게 된다.



책을 써내는 원고의 양은 일반적인 책 크기로 최소 200p 이상 되는 양이라 꽤 되는 편이다. 그러니 탈고라는 것이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고의 반복인데 상당한 노력이 소요되는 정신적 노동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이공과 계통의 컴퓨터 전공한 출신이라 이 작업이 상당히 코딩하는 작업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딩이라는 게 자기 머릿 속에 있던 알고리즘 - 로직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언어로 드러내는 작업인데 이것을 인터프리터(해석기)에 돌리면 뭔가 컴퓨터 문법에 맞지 않는 오류가 난다. 안날 수가 없다. 반드시 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 십 번 이상 고치고 또 돌리고 고치고 또 돌리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자기 생각의 틀' 과 관련이 있다. 자기 머릿속 로직에는 분명히 틀린 곳이 없는 것 같은데 빌어먹을 기계는 자꾸만 뱉아내는 것이다. 이런 것은 눈에도 잘 띄지 않는다. 옆에서 동료가 쥐어짤 때 슬쩍 보면서 이거 아니야? 하고 금방 알려줄 수 있을 때도 있다. 눈에 뭐가 씌인 거나 마찬가지다. 가끔씩 뭐가 틀렸지? 하며 머리를 쥐어짜면서 하릴 없는 시간만 보낸다. 작업 마감 시한은 늘 정해져 있는데 말이다.



IT쪽 일을 할 때 나는 그쪽 천재가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세상에는 분명히 이따위 작업 쯤 머릿속에서 로직 스윽 하고 단박에 세워서 기계의 토악질을 몇 번 경험하지 않고도 해결해버리는 천재들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는 내가 그 일을 '잘한다'고들 했지만 나는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IT쪽 일이라는 것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허울 좋은 이상만 있고, 실제 그런 시스템을 필드에 적용해도 실제 유저들(현업의 사용자들)의 만족도나 행복감은 올라가지 않았다. 새로운 시스템은 계속 발전되고, 그러면 기존의 시스템을 뒤집어 엎고, 개발자들은 또 새로 적용하고 유저들은 불편하고...의 반복이다.



아무튼 IMF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 한참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IT 업계의 가장 유망한 분야의 한가운데에서 승승장구하던 나는 '박수칠 때 떠난다' 고 업계를 떠났다. 25살 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은 후, 그 후속 질문으로 수없이 스스로를 괴롭혀 오던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찾기 위해서. IT 업계에는 확실히 그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함께 일하던 동료 과장이 "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 고 물었던 기억이 두고두고 떠오른다. 나에게는 그들에게 쉬운 길이 어려웠고, 그들에게 어려운 길이 쉽게만 느껴졌다. 직장을 완전히 그만 두고 나서 창업 후 5-6년 동안은 지인들 보기에 정말 어려운 가시밭길을 지났지만 -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친한 친구가 그 때 정말 내 걱정 많이 했다고 할 정도로 - 나에게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앞날에 대한 걱정이나 스트레스는 없었다.



아버지를 비롯해서 아버지의 다섯 형제 자매분들 중에는 세 분이 공무원 출신이다. 그런데 이 세 분 외 나머지 두 분은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계신다. 그러니 아버지의 눈에는 잘 다니던 직장을 걷어차고 나와 손가락만 빨며 사는 듯이 보이는 아들이 어떻게 보였을까. 돌아보면 당시에 스트레스는 아버지가 제일 많이 받으신 듯하다. 그나마 서울 부산 멀리 떨어져 미주알 고주알 잔소리도 하실 수 없었을 테니.



글을 쓰는데 있어서 탈고가 코딩과 비슷하다고 표현하던 중 살짝 옆길로 샌 듯한데, 코딩도 탈고도 메타인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엔 탈고의 경우를 보자. 글을 고치고 고치고 하다 보면 처음엔 오탈자 수준에서 머문다. 그러다 이 부분이 해결되면 문장으로 가고, 문장을 넘어서 점점 더 큰 틀에서 다시 보게 된다. 물론 이런 바탐업(Bottom-up) 작업과는 반대로 탑다운(Top-down)으로 큰 틀에서 먼저 보고 작은 오탈자로 갈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처음에 원고의 글들은 '작자의 틀' 안에서만 머문다. 부족해도 뭐가 부족한지, 모자라도 뭐가 모자란지, 무엇을 고쳐야 더 나아질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에는 글을 쓰다 보면 문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이런 고백을 하기는 좀 두렵다. 글을 읽는 분들이 긴 문장만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해서.(^^;) 문장이 길어지면 독자 입장에서 가독성이 떨어지고 의미가 모호한 문장들이 늘어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떠나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말이 쉽지!



첫번째 책을 낸 이후 자신의 책을 대필로 써달라, 모 출판사에서 기획출판서를 써달라 - 기획안과 목차 등을 보내며 원고는 섭외한 작가가 대신 쓰는 것 - 는 등의 일들이 있었지만 내 성향과 맞지 않아서 모두 거절했다.



유명 작가(특히 비소설 부분)나 특정 분야의 책에 대해서는 작가는 대충? 쓰고 나머지 탈고 등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편집자 등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유명 작가도 아닌데다(^^) 성향상 원고를 더 이상 출판사에서 손댈 부분이 없을 정도로 끝까지 완성한 후 출판사를 찾는다. 첫번째 책을 1인 출판하는 지인에게서 냈던지라 두번째 원고의 탈고가 끝난 후에는 직접 출판사들에 투고해보기로 결정했다.



출판사들 각각의 성격이 다르다. 어떤 출판사들은 인문쪽을 많이 내고, 문학을 많이 내는 출판사도 있다. 우선 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내가 쓴 원고의 성격과 유사한 책을 내는 출판사들부터 투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해당되는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출판사에도 투고를 했다. 큰 출판사와 중소형 출판사, 작은 출판사 가리지 않고 투고했다.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지만 30 곳 정도는 투고를 했으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투고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작업은 참으로 피곤하기 그지없다. 기본적으로 출판사의 담당자가 투고된 원고를 일일이 확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니 그만큼 기다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름에서 한 달 사이 정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런 후 투고한 출판사에 일일이 전화를 해서 담당자를 찾아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 작업이 또 가관이다. 투고량이 많아서인지, 출판사의 업무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인지, 투고 원고를 체크하는 담당자의 업무가 고되서인지!? 연락이 먼저 오는 경우를 거의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주 큰, 진짜 대형 출판사 같은 경우 (외국계 글로벌 출판사였다) 문자로 반려한다는 내용을 먼저, 그것도 1주일 내에 받아본 기억이 있다. 그 외의 출판사들은 진짜 자존심(이것은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따위 버리고 인내심 키워가며 대부분 직접 확인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투고를 받았는지 아닌지조차 한 달이 지나도 확인이 안되는 경우다. 다 내가 부덕한(무능력한) 탓이 아니겠는가! 누구를 탓하리. 허허.



아무튼 이런 가열한(스스로, 내적으로) 시간들을 지나 두번째 책은 어느 중소 출판사의 편집장께서 더 적절할 것 같다는 다른 출판사 사장님을 소개해준 덕에 그 출판사에서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이 리즈앤북에서 출간된 [나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 이라는 책이었다. 작은 출판사지만 평생 출판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대표님을 떠올리면, 마지막으로 만남을 가진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오래된 책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듯하다.



이 두번째 책도 2006년도에 초판이 나오고 2012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첫 출간된지 1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시장에 풀려있으니 (서점에서 구입 가능하니) 나름 선방한 셈이다 -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뒤의 내용과 비교해보면 약간은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첫번째와 두번째 책 낸 바탕이 되는 이야기만 서론으로 살짝 깔았는데도 이야기가 길어졌다. 하지만 이 정도 이야기들은 책을 내는데 기본이고, 세번째 책은 훨씬 더 스펙타클하고 휘황찬란? 하니 조금만 참고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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