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갈등의 시대를 넘어서려면

by 김현철

종교에서의 원리주의자, 조직과 단체에서의 과도한 강경파, 그리고 극단적 내셔널리즘(국수주의)을 추구하는 쇼비니스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종교가 추구하는 사랑과 평화, 조직의 화합과 발전, 그리고 국가의 발전과 인류의 공영을 위한 건전한 애국심을 해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자신이 옳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자신의 에너지를 인류의 불화를 위해 쏟아붓는다. 이런 일들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왔고 이들의 극단적 신념으로 인한 불행은 무고한 사람들이 감당해야만 했다. 우리는 이 반복되는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여전히 비슷한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가 피해 갈 수 없는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 ‘옳다’는 것이 인간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 진보와 보수, 좌와 우, 내 생각과 너의 생각……. ‘어느 쪽이 옳은가?’라고 물으면 누구나 교과서적인 답을 말한다. ‘모두가 옳다’고. 그런데 우리는 정말 너와 내가 모두 옳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고 행동하고 있을까?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은 사실상 양립하기 힘든 가치다. 그래서 이 두 개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에서는 참으로 불합리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태생부터 변증법적 불완전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민주주의가 위대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가지도 버릴 수 없는 중요한 두 개의 가치, 그러나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한 두 개의 가치를 인간의 합리성에 기대어 균형있게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정이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에 공산주의가 먼저 무너진 것은 인간의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지 못하고 획일성을 추구하는 이념이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가진 포용력의 위대함은 깨닫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져야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이들을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까? 날카롭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 조롱하며, 고의적으로 상대의 정체성을 조작하여 우리 편을 똘똘 뭉치게 하는 행위는 민주사회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의 행위라면 더욱 더 심각하다. 그가 가진 영향력 때문이다. 그들은 리더가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선동꾼에 불과하다. 이들은 상대편의 행위에 분노하면서도 자신들 역시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어맨더 리플리는 자신의 책 『극한 갈등』에서 이런 리더들의 행위를 조폭 두목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는, 아니 우리 인류사에 언제나 필요했던 리더는 자신과 자기편의 선명성을 드러내어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융합하여 조화(造化)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다. 자기 편의 근거를 들어 옳음과 그름, 정의와 불의를 단칼에 구분하고 이것을 근거로 내 편과 네 편을 나누는 사람, 나아가 이를 근거로 상대를 공격하면서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에게는 힘을 얻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말이다. 그들은 우리의 어두운 측면을 파고들어 힘을 키우다 결국엔 우리 삶을 갈등과 혐오로 물들게 한다. 우리가 조금만 더 현명함을 발휘한다면 그런 갈등 조장자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파머(Parker Palmer)는 이렇게 말했다. “공동체란 내가 가장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 곳, 하지만 그 사람이 떠나가면 똑같은 사람이 또 오는 곳이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면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누구나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과는 잘 살아간다. 진정한 민주주의자, 참된 리더, 그리고 진짜 어른은 나와 생각이 같지 않은 사람과도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간다. 내가 ‘옳다’면 그들 또한 ‘옳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게 진정한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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