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당신 편입니다

나의 좌우명에 대한 해명

by 김현철

“김 선생님, 때로는 좀 날카롭게 지적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쩌다보니 여러 위원회에 참석할 기회가 많다. 그곳에서 종종 듣게 되는 애정어린 비판이다. 혹은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위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의미의 가벼운 질책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웃으며 되묻곤 한다. “잘잘못을 날카롭게 분석하여 합리적 조언을 들려주시는 ○○○님의 의도는 무엇인가요?” “네?” “○○○님과 저의 의도는 정확히 같습니다. 상대가 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어떤 방식이 그 의도를 더 잘 달성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꽃피우도록 돕는 일'을 하는 직업을 갖고 40년을 살았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신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고 있는 자신의 가치를 찾아서 돌려줄 때 빛나는 성취를 이뤄내는 경우는 수없이 경험했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이건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한 뛰어난 이론으로 1975년 에드워드 데시와 리차드 라이언이 발표한 자기결정성 이론이 있다. 그 핵심 키워드는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성 혹은 소속감(Belonging)이다. 그 후 50년 동안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이 가설을 반복해서 증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더십과 조직문화 영역의 연구에서는 기본적인 가정(fundamental hypothesis)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날카로운 지적은 이 이론의 핵심 요소 세 가지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율성을 해치고, 유능감을 손상시키며, 관계성을 악화시킨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예리한 피드백에 성장하기보다 오히려 의기소침해하면서 성장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말처럼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은 그가 가진 성장의 가능성을 깨닫고 스스로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조직의 리더로서 구성원들의 생각을 묻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곤 한다.

"당신 생각대로 하십시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당신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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